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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사람, 핫타카 알라바카(Hatthaka Ālavaka)

나는 알라비국에 살고 있는 장자입니다. 알라비국은 코살라국과 마가다국 중간에 자리한 나라입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수많은 수행자들이 머무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어느 숲이나 수행하는 이들이 많았고, 그래서 사람들은 원할 때면 언제나 수행자들에게 나아가 바른 길을 물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수행자들은 기꺼이 사람들이 가치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되어주었습니다.
 
나는 크게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주머니 사정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집을 떠나 수행하는 이들에게 아낌없이 시주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늘 베풀었지요. 그래서 주변에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나를 둘러싸고 있었고, 심지어 부처님을 뵈러 갈 때에도 5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나를 따라다녔습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5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나를 따르는 가운데 나는 부처님에게 나아갔습니다. 절을 올리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기 때문에 조용한 수행처에 소란이라도 일으킬까 걱정이 됐습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내게 말했습니다.

“참으로 대단합니다. 핫타카 장자여! 매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대를 따르고 있습니다. 참으로 대단합니다.”

행여 부처님께서 ‘어쩌자고 그렇게 대중들과 어울려 다니는가. 조용히 사색하는 시간도 갖지 못할 텐데…’라고 못마땅하게 여기시면 어쩌나 조바심을 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내게 건네는 부처님의 말씀에는 진심어린 감탄이 담겨 있었습니다.

하긴 생각해보면, 부처님은 신자들에게 화를 내신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사람들의 장점을 찾아서 그걸 높이 세워주시고, 늘 격려해서 뿌듯하게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을 뵈러온 신자들은 늘 행복한 심정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 행복감으로 고된 하루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부처님은 내게 다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수많은 사람들은 늘 당신을 따라 다닙니다. 당신은 이들을 거둬들이는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을 것 같은데요.”

없을 리가 있나요. 나는 언제나 부처님께서 일러주신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살아오다보니 늘 사람들이 나를 따르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걸 부처님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래 전 세존께서 제게 일러주신 ‘대중을 거둬들이는 네 가지 방법’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첫째는, 베풀어야 할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베풉니다. 둘째는, 다정하게 말을 건네야 할 사람에게는 진심어린 말을 다정하게 건넵니다. 셋째는, 도와줘야 할 사람에게는 망설이지 않고 그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해줍니다. 넷째는, 누구에게나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배려해줍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베풀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고, 이익이 되는 일을 해주고,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배려해주는 네 가지 방법을 제게 일러주셨지요. 그 말씀대로 저는 사람들을 언제나 네 가지로 거두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훌륭합니다. 핫타카여. 정말 훌륭합니다. 그대는 대중을 거두고 포용하는 올바른 방법을 잘 알고, 잘 갖추고, 잘 실천하고 있습니다. 대중을 거두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네 가지를 실천해야 합니다.”

아마 지금 나를 따라온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이 네 가지 방법(사섭법)을 가슴에 꼭 새긴 이도 있을 것입니다. 그 사람은 지금은 나를 따라다니는 무리 가운데 한 사람에 지나지 않겠지만, 분명 언젠가는 나처럼 대중을 거느리게 될 수도 있겠지요. 이 네 가지를 실천하면 그 역시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과 행복한 관계를 이어갈 것입니다.

네 개의 조각배는 사섭법이며, 일곱 가지 재물 위에 행복하게 자리한 핫타카가 여덟 번째 미덕인 겸손의 연꽃을 내밀고 있다. 삽화가 마옥경.

산다는 것은 누군가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일입니다. 나 혼자만 살아가는 것도 아닙니다. 나만 행복해도 소용없습니다. 나만 청정해도 안 됩니다. 나의 행복과 나의 청정함이 이웃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쳐야합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늘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관계 속에서 살게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언제나 대중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나의 행복과 세상의 행복이 어떻게 아름답게 어우러져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부처님은 늘 재가신자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따뜻한 격려는 늘 사람들로 하여금 귀를 기울이게 합니다. 나와 함께 몰려온 5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이 격려에 고무되어 부처님의 다음 말씀을 진심으로 궁금해 하며 귀를 기울입니다. 그날도 나는 물론이거니와 5백 명의 사람들은 행복했습니다. 행복하면 성자의 말씀이 더 귀에 쏙 들어옵니다. 그렇게 환희심으로 부처님께 절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어느 날 아침, 스님 한 분이 우리 집으로 탁발을 나왔습니다. 나는 그 분을 집안으로 모셔서 정성스레 공양 올렸습니다. 스님은 공양을 마친 뒤에 이런 말을 건넸습니다.

“벗이여, 세존께서 그대 이야기를 하셨는데 알고 계십니까?”

깜짝 놀랐습니다. 나는 그저 이따금 사람들과 무리지어 부처님을 찾아뵙고 법문을 청해듣고는 돌아오기 바쁜 사람입니다. 그런데 대체 나에 관해서 무슨 말씀을 하실 것이 있었을까요? 내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자 스님은 말했습니다.

“그대에게는 아주 놀랍고도 훌륭한 미덕을 지니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도 일곱 가지나 가지고 있다고 하셨지요. 일곱 가지 미덕이 궁금하시지요? 그대는 믿음을 지니고 있고, 계를 잘 지키며, 사소한 잘못에도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 알고, 남에게 떳떳하지 못한 일이 있을까 늘 조심스럽게 행동하며, 언제나 많이 배우고, 관대하고, 지혜를 갖추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 내게 미덕이 일곱 가지나 있다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 일곱 가지란 것, 가만 생각해보니, 평소에 부처님께서 우리가 반드시 챙겨둬야 할 성스러운 재산이라고 강조하신 것들입니다. 우리는 재산을 한 푼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죽을 때까지 애를 쓰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큰 집, 더 훌륭한 수레를 가져야 하고, 비싼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양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세속에서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애를 쓰는 우리들 재가신자의 노력을 늘 높이 평가하셨습니다. 부지런히 땀 흘려서 돈을 벌고, 돈을 벌어서는 자기 자신은 물론이요,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누리고, 그리고 더 큰 행복을 위해 보시도 하라고 권하십니다. 스님들처럼 출가하신 분이야 무소유를 지향하며 살아가지만 우리 같은 재가자는 가난해서는 안 됩니다. 자식을 훌륭하게 잘 키우고 늙은 부모님을 편안하게 잘 모시고, 사회에도 환원해야 하는 것은 재가자들의 몫입니다. 부처님은 늘 그런 재가자의 노력을 인정하고 격려하십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세속의 재물을 모으는 데만 주력하지 말고 다른 재산도 모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게 바로 성스러운 일곱 가지 재산입니다. 믿음, 계행, 제부끄러움, 남부끄러움, 많이 들음, 베풂, 지혜이지요. 돈이 무척 중요하지만, 돈이 전부는 아닙니다. 이 일곱 가지는 세상을 조금 더 가치 있게 살아가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들입니다. 부지런히 땀을 흘리며 돈을 모으는 것 못지않게 일곱 가지 성스런 재산도 모으려고 애쓴다면 그야말로 진짜 부자가 아닐까요?

그래서 나는 늘 노력했습니다. 크게 사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세속에서 나는 큰 부자입니다. 하지만 지금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나는 성스러운 재산을 모으는 데에도 성공한 듯합니다. 부처님께서 내가 없는 자리에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셨다고 하니 말할 수 없이 뿌듯해집니다. 나는 제대로 살아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두려워집니다.

행여 내 이웃이 그 말씀을 듣지는 않았을까….
아직 나는 마음공부가 한참 모자라는데, 누군가 그 말씀을 듣고 나에 관해 그런 소문을 퍼뜨리면 어떻게 하나….

나는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스님, 저…, 세존께서 그 말씀을 하실 때 혹시 흰옷을 입은 재가신자가 옆에 있었나요?”

“아뇨, 재가신자는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아, 정말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내가 안도하는 모습을 보고 스님은 고개를 갸웃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그 스님이 다시 찾아와서 이렇게 전해주었습니다.

“장자여, 제가 어제 세존을 찾아뵙고 그대와 이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고했습니다. 세존께서 그대의 일곱 가지 미덕을 말씀하실 때 그 이야기를 들은 재가신자가 한 사람도 없었다는 내 말에 그대가 안도했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러자 세존께서는 크게 기뻐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참으로 훌륭합니다. 그 장자는 정말 훌륭합니다. 자신이 갖추고 있는 아름다운 덕이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 비구들이여, 핫타카 알라바카에게는 여덟 번째 미덕이 있다고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겸손입니다’라고 하셨지요.”

겸손이란 것은 자기를 하염없이 낮추는 것이라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낮춘다는 것도 참 모호합니다. 어떤 때는 자신을 낮추는 것이 비굴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오히려 그것이 교만의 다른 표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언제나 성스러운 일곱 가지 재물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그 일곱 가지가 내게 갖추어졌어도 그걸 남 앞에 드러내지 않고,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지 않는 것-이것이 겸손의 뜻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늘 사람을 잘 살펴서 그의 장점을 드러내시는 부처님께 합장을 올립니다.

* 핫타카 알라바카의 이야기는 <앙굿타라 니까야>제8권에 실린 두 개의 경을 바탕으로 엮었습니다. 핫타카는 부처님에게서 재가 남성신자 가운데 사섭법이 으뜸으로 칭송받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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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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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망 2017-07-16 15:06:41

    이미령선생님 연재글 잘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령의 책잡히다 유튜브 팟캐스트는 왜 중단했습니까?
    혹시 책 저자분들이 조계종 압력을 견디지 못해서 출연 고사를 했답니까?
    이거라면 정말 큰 문제입니다.
    다른종교는 이미 케이블 교양예능 수준으로 유튜브 팟캐스트를 재미있고 유익하게 만들어 조회수 수백만 기록하는데
    우리 불교는 법륜스님 빼면 유튜브 팟캐스트도 전무하고
    그나마 유일하게 남아있던 이미령의 책잡히다도 뚜렷한 이유없이 중단되고
    큰 문제입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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