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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적폐청산] 1. 정교유착의 고리 ‘국가보조금’
문재인정부가 ‘적폐청산’을 국정운영 제1과제로 제시한 가운데, 불교계에서도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재임 8년 동안 켜켜이 쌓여온 ‘금권선거’ ‘범계의혹’ ‘언론탄압’ 같은 적폐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종단 내부 문제와 함께 살펴야 할 것이 있다. 종단의 정권 예속성을 높인다는 지적을 받아온 ‘국고보조금’이 대표적 사례다. 불교가 우리사회의 ‘희망’이 되기 위해 점검하고 해소해야 할 문제점들을 분야별로 짚어본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불사를 하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예산 지원받아 2년 만에 불사하려하기 보다 10년이 걸리더라도 신도들과 사부대중이 십시일반으로 불사를 한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지난 2010년, 정부여당의 템플스테이 예산삭감으로 촉발된 ‘예산사태’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한 말이다. 그러면서 조계종은 당시 정부의 예산지원 거부를 선언했다.

“정부예산거부” 외친 불교계, 올해 국고지원 865억

7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어떨까?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 배정예산 883억1400만원 중 불교관련 예산은 635억여 원원으로 전체 예산의 72%에 이른다. 이와 별도로 관광진흥개발기금에서 템플스테이(전통문화체험지원사업) 관련 예산 230억 원이 지원된다. 조계종의 ‘정부 예산지원 거부’ 선언 이전보다 더 증가한 수치다.(‘정부 불교 종무정책의 어려움과 한계’, 나종민 전 문광부 종무실장)

‘돈’을 연결고리로 한 정부와 종교계의 유착 의혹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1980~90년대 ‘상무대 사건’ 같은 직접적인 정경유착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다면, 2000년대에 들어서는 ‘국고보조금’을 둘러싼 공방으로 그 형태가 바뀌었다.

조계종은 2011년 발생한 '예산 사태' 당시 정부 예산 지원 거부를 선언했으나 6개월 만에 이를 거둬들였다. 자승스님은 '대정부 관계 정상화'를 발표하고 6일 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다. 불교포커스 자료사진.

종교계 국고보조금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기독교계 일각이 정부의 템플스테이 예산 지원을 ‘종교편향’이라 비판하면서 부터다. 이 같은 주장은 당시 불교계가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 근절을 촉구하며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했던 것과 맞물려 ‘기독교계의 역공’이라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이후 기독교계는 ‘국고지원 템플스테이 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템플스테이가 당초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전통관광상품으로 개발됐으나, 실상은 불교 포교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국교회언론인회는 “정부가 템플스테이 지원 비용으로 2004년 18억원, 2007년 150억원, 2009년 185억원, 2012년 200억원, 2016년 248억원 등으로 지난 13년간 총 1924억원을 지원했다”며 정부의 예산 지원 중단을 주장하고 나섰다. 

부예산 두고 기독교-불교 ‘신경전’

2000년대에 들어 템플스테이 뿐 아니라 종교시설건립, 전통사찰보수정비, 전통사찰방재시스템 구축 등으로 불교 관련 국고지원금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문제제기도 더욱 거세졌다. 기독교계 단체의 성명이 쏟아졌고 관련 언론들은 ‘불교, 기독교보다 38배 더 받아간다’ 등의 자극적인 보도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측은 “종교를 통한 전통문화의 보존 및 전승, 관광증진 등 목적사업에 한해 국고보조금이 지원된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설득엔 역부족이었다. 불교계는 사회복지시설과 종교사학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원을 예로 들며 “국민의 혈세로 선교행위를 하는 것은 개신교계”라며 역공에 나섰으나 양측의 감정싸움만 부추길 뿐이었다.

종교 간 다툼으로 여겨졌던 국고지원금 논란은 ‘예산이 올바르게 쓰이고 있느냐’는 문제의식과 맞물려 정치ㆍ시민사회로 확산됐다.

“종교행사ㆍ성역화사업 국고지원 타당한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2012회계년도 문화체육부 소관 세입세출예산안 검토보고서’에서 “종교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은 특정 교리 전파 및 교세 확장 등의 목적이 아닌 순수한 문화 복지사업 및 종교간 화합을 위한 사업에 한정해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2012년 여수에서 열린 WFB한국대회와 2013년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총회를 예로 들며 “특정종교 행사로 일반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닌데 국고를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시민사회단체 역시 종교계 국고지원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2011년 11월 발표한 성명에서 “특정종교인들만이 참여하는 행사나 이용하는 시설 건립에 국고를 지원하는 것은 명백한 정교분리 원칙 위반”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그동안 통치성 자금의 형태로 관행적으로 지원되어 온 특정종교단체에 대한 국고지원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문광부에서 특정종교단체가 요구하는 국고지원 사업에 대한 세부 지원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의 예산규모는 1999년 27억 원에서 2016년 1192억 원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문광부 전체 예산 중 종무실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1999년 0.3%에서 2016년에 2.2%로 늘어났다.(‘종교 성역화 사업, 국고지원 타당한가’ 토론회 발제문, 김정수 한양대 교수)

각 종교계의 국고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횡령ㆍ유용 등 관련 사고가 잇따르자 시민사회단체들과 종교계 단체들은 국고지원금 운영의 타당성을 점검하는 세미나를 열고 대안 마련에 나섰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과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해 ‘종교성역화 사업, 국고지원 타당한가’ 주제 토론회를 열고 천주교와 관련된 ‘서소문 성역화 사업’과 불교계의 ‘견지동 역사문화관광자원 조성사업’에 대한 국고지원 문제를 짚었다. 토론자로 나선 김정수 교수는 “종교에 대한 국가의 예산지원이 ‘보조금 중독’이라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고, 의존성이 높아질수록 필연적으로 ‘보조금 스캔들’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조금 수혜 여부에 따른 사찰 간 재정 양극화, 종교간 경쟁 등을 경계했다.

더불어민주당 불자회가 올해 3월 개최한 '불교계 종무정책 평가 및 정부의 과제 구상을 위한 정책 토론회' 모습.

"원칙 없는 종무행정,  선정기준ㆍ관리체계 필요"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종교가 국고보조금을 가져가야 할 헌법ㆍ법률상 권리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황 소장은 “국고지원금에 대한 종교간 갈등이 해마다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원칙 없는 종무행정 때문”이라며 △예산지원에 관한 명확한 기준 부재 △종교행위와 문화행위를 구분하지 못하는 주먹구구식 예산 편성 △종교계의 무조건적 예산지원 요구 등을 문제로 짚었다.

더불어민주당 불자회도 올해 3월 ‘한국 불교의 미래, 미래의 한국 불교’ 주제 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불교정책 방향을 점검했다. 발제자로 난선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는 “국가의 문화적 역할은 각 종교와 종교문화의 가치에 대한 객관적 평가에 기반을 두고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종무실의 주요정책은 반드시 중립적인 종교문화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보완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종교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정부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종교지원은 이어가되, 국고보조금 제도의 근본 틀을 새로 짜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종교계 지원 예산이 그간 감시와 비판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만큼 국고보조금 사업의 선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이를 철저히 관리하는 체계를 갖춰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예산지침 마련, 종교계는 관리방안 수립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는 “현재 종교 관련 예산은 종교계의 로비와 정치인들의 정치적 고려에 의해 책정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종교예산에 대한 분명한 지침을 마련하고 집행과정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교단체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종교 관련 예산심의위원회’ 구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종교계 안팎의 요구에 새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로 ‘시민공익위원회’ 설치를 선언한 것은 고무적이다. 문재인정부는 19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반부패 개혁을 위해 부패방지체계를 강화하고, 예산 집행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2019년부터 민관이 공동 참여하는 시민공익위원회를 설치해 공익법인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국고보조금 역시 그 집행에 시민의 참여와 감시가 시급하다. 정부는 종교 예산지원에 관한 명확한 기준과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종교계는 국고보조금 사업에 대한 교육과 전문회계감사 실시 등 종합적인 관리대책을 수립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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