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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에서
  • 법현스님_열린선원장
  • 승인 2017.07.2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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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큰절에서 일하던 지도자급 종무원이 나를 찾아왔다. 오랜만에 만나 매우 반갑고 즐거워서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종무원은 뜻밖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느 날 일하던 절이 자리해있는 동네 모임에 갔더니 여러 이웃종교 지도자들이 와 있어 함께 했다고 한다. 특히 천주교 수녀님이 마을사람들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는 것이 좋아보였단다. 모임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같은 방향에 있는 성당으로 돌아가는 수녀님과 함께 걸으며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몇 걸음 가면 아주머니를 만나고, 몇 걸음 더 가면 아저씨를 만나고, 또 몇 걸음 가면 아이들을 만나는데 아주머니를 만날 때나 아저씨를 만날 때나 또 아이들을 만날 때도 이름을 부르면서 정말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수녀님께 물었다. “저 분들은 다 성당에 다니나요?” “아니요. 성당에 다니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다 알지요?” “걸어 다니면서 처음 보는 사람과 인사 나누고 인사 한번 나누면 두 번째 만나는 사람이잖아요! 오고 가면서 대화하고 안부도 살피면서 그런저런 이야기하며 지나는 것이 재미있어요.”

그 말을 듣고 절에 돌아온 종무원은 주지 스님께 여쭸다. “스님! 이 동네 사람들 몇 분이나 아세요?” “이 동네 사람들? 글쎄, 이 동네에서 오는 신도는 없지. 내가 아는 사람은 없어.” “스님! 그러면 이 동네를 거쳐 걸어오시면서 동네 사람들과 인사 나누고 이야기도 나누시고 그러면 어떨까요?” “아니! 내 차가 있는데 뭐하려고 걸어 다녀? 그냥 차타고 다니면 되지.” 그 말을 듣고 가슴이 탁 막혀오더라고 했다.

우리스님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궁금하다. 정말 진리와 도를 깨치기 위한 수행에 전념하느라 저러는 걸까?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성불하는 그날까지 정진하느라 그러는 것일까? 아니면 주지로서 신도 교화는 찾아오는 불자에게 불공해주고 법문해주고 불사비용 받는 것인가? 새로운 사람들은 또 어떻게 만날 것인가? 절에 올 때만 만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아! 나도 생각을 잘 가져야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겪은 것 중 하나는, 어느 절 종무원이 다른 큰절로 성지순례를 가며 나에게 그 절 주지스님께 법문을 청해달라고 했다. “아니, 그대 절 주지스님께 요청을 해야지 왜 나한테 부탁을 하지?” “우리 주지스님은 적극적이지 않아서 어렵습니다.” 마침 성지순례 간다는 그 절 주지스님을 알고 있었다. 그 스님이 어떤 소임을 맡았을 때 내게 도움을 청해왔던 기억도 있고 해서 전화를 걸었다. “이러이러한 사찰에서 불자들 수십 명이 가는데 주지 큰스님의 법문을 듣고 싶어 한다 합니다. 법문 좀 해주십시오.” “예, 알았습니다.” 대답을 듣고, 또 혹시나 해서 그 스님과 인연 깊은 스님께 연락을 드렸다. “이런 불자들이 간다고 하니 이왕이면 큰스님의 법문을 듣고 싶어 한다고 전해 주십시오. 꼭 부탁드린다고요.” 그 스님은 그리 전했다면서 다시 내게 연락을 해왔다.

그런데 참배를 하고 돌아온 종무원의 말은 뜻밖이었다. 절에 도착해 주지스님 방문 앞으로 가 “저희 왔습니다”라고 인사를 드렸더니 “응. 참배하고 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참배하고 다시 오라는 말로 알고 사찰 전각들을 참배하고 다시 돌아와 “저희 참배 마쳤습니다”하고 법문을 기다렸다. “아이! 둘러보고 가라니까 뭐하려고 다시 왔어?” 문을 쾅 닫아버리더라는 것이었다. 아, 정말 안타까웠다. 법문을 찾아가서 해야 하는 형편인데,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들도 그냥 보내다니. 나는 물론, 나하고 인연 있는 사람들도 그러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부 그렇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나라도 불자들과 비 불자들도 가까이 하고자 마음먹었다.

어느 날, 예전부터 잘 아는 어느 구청 공무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신의 동료가 “동네에 어떤 모임을 구성하는데 혹시 아는 스님이 없냐”고 묻기에 “법현스님께 전화 드려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왜 동네일을 마다하겠어요? 연락 주라고 하셔요”하고 말했다. 그 이후로 두레복지위원회라는 동네모임에 참여하게 됐다. 동사무소와 함께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찾아내 약간의 돈과 물건을 드리고 재능기부를 통해 어려운 분들을 위로하기도 하는 모임이다. 참 좋은 이름이었는데 ‘사회보장협의체’라는 얼핏 공식적이고 딱딱한 이름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십여 년 동안 계속 참여하면서 동네일에 관심을 가지고 다녔더니 마을 사람들도 많이 좋아했다. 인사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알게 되면서 재미있는 일도 많이 겪는다. 언젠가는 마을행사에 갔더니 어떤 할아버지가 웃으면서 “어! 동기생 왔네” 하신다. 깜짝 놀라 “네? 무슨?”하고 묻자 “우리가 목욕탕 알몸동기 아니요?” 하시는 것이 아닌가? 아, 그러냐고 인사를 나누었던 적이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월 7일 개최한 '대북 인도적 지원,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법현스님.

내가 살고 있는 은평구에 살았거나 살고 있는 유명 문인들이 약 이백 명쯤 된다. 그분들을 기리고 활동업적을 전수해 많은 사람들이 문학적 소양을 키울 수 있는 시설을 짓는 모임이 생겼다. ‘한국문학관유치위원회’인데 내게 들어와 달라는 요청이 왔다. 활동에 참여하고 인연 맺은 언론 등 홍보 활동에 나름 기여한 바로, 8백 5십만 파워블로거 배선희 씨도 현장에 동참시켜 그중 은평구가 적합한 곳이라는 홍보도 하고 구청장과 구청직원들에게 소개하는 기회도 가졌다. 천편일률적인 현수막도 조금 더 친화적인 문안을 제시하면서 기여하려고 하였다.

작년 6월에는 서울시 몇 개의 구에서만 하고 있던 인권위원회를 구성한다며 참여해 달라하여 초대 인권위원으로 지금 1년째 참여하고 있다. 그 단체의 위원장을 맡으라고 했지만 극구 사양했다. 수행자는 이곳에 관심 갖고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그 부분은 여러분들이 좀 해달라고 하여 평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평위원참여와 함께 위원장 이야기가 나온 것은 그동안 여러 불교계활동을 통해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생명윤리포럼이 생기면서 연구위원으로 참여했고, 생명존중헌장을 만들 때 참여했던 경력들을 좋게 본 것이었다. 제4차 산업혁명과 윤리민관협의체에도 17명의 위원 가운데 불교소양을 가진 위원으로 참여했고, 얼마 전 사 개월 간의 워크숍이 끝났다. 곧 공청회 과정을 거쳐 그동안 발표하고 토론한 내용을 국가 기관에서 한 권의 보고서로 발행토록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동네에 참여하니 곳곳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고 불자에게는 불교적인 이야기, 불자가 아닌 사람들에겐 승려가 나타남으로 불교적인 생각을 갖게 함으로 좋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관에 의한 일방적 운영보다는 민관이 함께하는 협치가 대세이다. 은평구의 협치도 좋은 모델이 되고 있는데 ‘은평구협치위원회’에 동참해 마을단위 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 했으면 하는 일들, 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한 마음 모으기, 생각 모으기, 지혜 모으기를 하면서 참 중요하구나 생각했다. 그동안 여러 활동에 참여해서 그런지 신부님이나 목사님 등 이웃 종교인들은 없는데, 산속에만 사는 것으로 알았던 승려가 참여하는 것을 일반인들이 대단히 좋아했다. 그 모습을 보니 곳곳에 오지랖 넓게 다니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친하게 지내던 스님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동네사람들과 대화는 얼마나 하느냐고 묻자, 신도들과도 바쁜데 동네사람들과는 거의 말하지 않는단다. 역시, 각자의 생각이 다르구나. 하지만 저잣거리에서 사는 이상, 출가 수행자로서 나름 수행한 것을 혼자만 가질 수 없지 않겠는가. 나누려면 만나야지, 만나면 대화해야지, 대화해서 소통해야지, 소통해서 이해해야지, 이해되어 발달되도록 기여하는 것이 나의 할 일, 해야 할 일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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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진 2017-08-01 10:56:36

    큰 스님 조개종 적폐청산의 지혜를 내려주세요   삭제

    • 법현 2017-08-01 06:47:20

      고맙습니다. 제가 드리는 이야기는 중생제도,전법교화와 관련해서 마을 사람들과 어떻게 만나는가에 관한 글입니다.
      제가 태고종 승려입니다만 저희 태고종이나 이웃종단인 조계종 등의 시각과 행태에 관한 것이 아니고 일반 의식구조와 관련된 것입니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을 우리 승려들이 만나서 조금 더 많이 적적극적으로 대화하고 불교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삭제

      • 조계종 큰일났네 2017-07-31 09:58:40

        스님들이 염불에는 관심없고 잿밥에만
        관심있다더니
        스님들이 수행에는 관심없고 권력에만 관심을   삭제

        • 선승 2017-07-30 12:52:37

          조개종에는 중이 없습니다
          다~들 개인사업자 입니다
          가사와 장삼만 입었을뿐.....
          대부분 은처 도박 폭력에 쩔어있고 범계행위는 밥 먹듯이하고.....
          더큰 범죄는
          그나마 쬐끔 괜찮은 승려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것....
          범계를보고 침묵은 동조와 같은것임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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