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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시(Dhammadāna): 여성의 존엄을 법으로 인정하다
  • 옥복연_종교와젠더연구소장
  • 승인 2017.08.0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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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제266대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취임하자마자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는 해방신학이나 미혼모, 동성애 등을 허용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을 소외시키거나 낙인찍기는 거부했다. 검소함과 겸손함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애쓴 덕분에 그는 미국 타임즈지 '2013년 올해의 인물'로, 또 표춘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되었다. 이 교황님이 한국을 방문해서 정권이 불편해하던 세월호 유가족들을 불러내 손을 잡아주었을 때 사람들은 진심으로 감동했고, 가는 곳마다 그를 보려는 사람들로 넘쳐 났으며 그가 드신 빵까지 유명해졌다. 가히 교황 신드롬이라 할 만 했다.

이 교황님은 지난 2016년, 교령을 통해 마리아 막달레나 ‘기념일’을 ‘축일’로 격상시켰다. 사실, 그동안 마리아 막달레나는 성경에서 등장하는 여성 가운데 가장 오해를 받는 여성이다. 그녀는 예수의 발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는 죄 많은 여인으로 묘사되기도 했고, 가슴을 드러낸 육감적인 창녀로 그려지기도 했으며, 예수의 부활을 처음 목격한 성스러운 장면에서는 예수를 하늘로 가지 못하게 붙잡는 성가신 인물로 그려지기도 했다. 이는 남성만이 신부가 될 수 있고 수녀는 신부에게 복종해야 하는 남성중심의 가톨릭에서, 여성은 종종 존재 자체가 부정되거나 그 역할이 축소· 왜곡되기도 했던 오랜 역사 때문이다.

하지만 예수 부활의 최초 목격자가 여성인 것은 “여인들을 들어 높이심으로써 하찮게 취급받기 일쑤인 여성을 높이시려는 예수의 의도”로 제대로 해석되기에 이르렀다. 그리스도와 교회의 사명에 ‘여성의 존엄’을 강조하며 모든 이들에게 마리아 막달레나의 역할을 널리 선포하고, 앞으로 사역 과정에서 여성의 역할을 더욱 깊이 성찰하도록 교황이 직접 요구한 것이다. 덕분에 마리아 막달레나는 사도중의 사도, 제자중의 제자로 자리매김하였고, 다른 성인에게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고유의 감사송(Praefation)까지 만들어졌다. “복음을 진실하고 권위 있게 선포한 여성 선포자의 모범이며 기쁨을 주는 중심적인 복음, 부활의 복음을 선포한 여성 복음사가의 모범”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마리아 막달레나축일은 오랜 기간 동안 종교사에서 잊혀진 여성들을 발굴하고, 축소되거나 왜곡된 역할을 재평가해서 널리 알려온 수많은 여성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가톨릭여성신학회의 역할도 그 여성들 가운데 하나로, 이 단체는 20년 동안 여성의 존엄성과 소명감을 회복하고자 노력했다. 인간의 구원을 위한 여성의 역할을 연구했으며, 얼마 전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1주년을 맞이하여 그녀의 사도성을 재조명하기도 했다. 마리아 막달레나를 이성적이고 사려 깊으며 영적인 체험으로 충만한 여성으로 재해석하는 것은 가부장적 남성중심 사회에서 안주하려는 여성들에게 주체적인 삶을 살기를 요구하는 동시에, 남성들에게는 고결한 신앙심을 가진 여성을 차별하는 것이 죄악임을 보여준다.

마리아 막달레나축일은 뛰어난 ‘남성’ 종교지도자 한 사람이 종교 내 여성의 지위를 바꾸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가를 여실히 증명한다. 백인, 남성, 종교지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수녀들의 복종서약을 당연시 받아들이거나 여성신자들을 ‘태초의 죄의 주인공’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별과 억압으로 고통 받는 여성의 편에 서서 인간 평등과 해방이라는 가톨릭의 진리를 앞장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진은 알렉산드로 이바노프의 작품 '부활 후 막달아 마리아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 (1834-1836, Russian Museum).

붓다 역시 경전 곳곳에서 인간 존중과 평등사상을 진리로 가르쳤다. 하지만 오늘날 비구니가 종단의 지도자가 될 수 없고 다수 여성신자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신도회 대표는 남성이라는 현실 앞에서, 성평등에 대한 붓다의 진리는 마치 진리가 아닌 듯하다. 그래서 이웃 종교지도자가 여성존중을 널리 실천하는 것이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해오는 불교 경전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붓다의 핵심적인 가르침을 담고 있는『담마빠다』는 천신들이 한밤중에 붓다께 찾아와 무엇을 보시하는 것이 가장 즐겁고 행복한가를 질문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때 붓다는 “보시 가운데 법보시(Dhammadāna), 즉 진리를 가르쳐주는 것이 최상이고, 모든 맛 가운데 진리의 맛이 최상이고, 모든 기쁨 가운데 진리의 기쁨이 최상“이라고 가르친다. 보시는 재물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웃음이나 따뜻한 말 한마디도 가능하지만, 특히 붓다께서 전해주신 진리의 말씀을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또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보시라는 것이다.

붓다의 가르침은 인간 행위의 의지처이자 참다운 자신을 구현하는 나침반과 같기 때문에, 출세간을 막론하고 이 진리에 귀의하겠다고 서약한다. 그런데 진리는 선포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반드시 실천이 따라야 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단에서 진리를 실천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여성을 차별하거나, 81% 대중이 요구하는 직선제를 무시하거나, 종단을 비판하는 스님을 제적하거나, 은처와 도박, 금권 선거, 동국대 선거 개입, 언론 탄압 등등... 이는 계율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진리를 왜곡하고 붓다를 모욕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불자라면 오늘날 조계종단에서 자행되고 있는 이러한 적폐들에 대해 분노하고, 계율이 성성하게 살아있음을, 그리하여 결국에는 진리가 승리함을 실천으로 보여야 한다.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종로 보신각 앞에서 진행되는 촛불법회가 이러한 자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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