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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윤5월
  • 이용범_안동대학교 인문대 민속학과 교수
  • 승인 2017.08.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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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丁酉年)인 2017년은 음력으로 1년이 13개월이다. 올해 음력 달력을 보면 5월이 두 번 있다. 양력 5월 26일에 음력 5월 1일이 시작해, 양력 6월 23일에 음력 5월 29일로 5월이 끝난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이 음력 6월 1일이 아니라 윤5월 초하루이다. 즉 양력 6월 24일에 윤5월 1일이 시작되어, 양력 7월 22일에 윤5월 29일로 윤5월이 끝난다. 다시말해 2017년은 5월에 윤달이 든 해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윤달은 평달과 다른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는다. 그래서 윤달에 하면 좋은 일이 있고 해서는 안 된다고 여겨지는 일이 있다. 윤달은 어떤 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미를, 다른 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두 얼굴의 시간이다. 윤달에 하면 좋다고 여겨지는 일은 대체로 죽음이나 가옥과 관련된 일이다.

수의를 마련하거나, 조상의 산소를 보살피고 이장하는 일이 윤달에 집중된다. 신문을 보면, 올해는 윤달이 들어 고급 수의로 쓰이는 안동포의 판매량이 평년의 2배를 넘었다고 한다. 또한 화장도 늘어 전북의 한 추모공원의 경우, 올 윤달 기간 동안 평소 10배가 넘는 1,616건의 화장이 이뤄졌다. 이처럼 윤달이 든 해에는 각 지역의 추모공원은 업무가 폭주한다고 한다. 그리고 윤달에는 조상의 산소를 손보는 사람이 많아져 윤달 산소일 인건비를 평소보다 갑절을 주어야 사람을 쓸 수 있다고 한다.

사후의 복을 위해 생전에 정성을 드리는 불교의 생전예수재 역시 여러 지역 사찰에서 행해졌다. 심지어 윤달에 수의를 마련하면 오래 산다고 해서, 개를 키우는 사람들 가운데는 윤달이 끝나기 전에 자기 개를 위해 수의를 마련하기도 한다. 한편 윤달에 집을 이사하거나 수리하는 일은 요즘에는 두드러지지 않지만, 예전에는 액이 없다고 해서 윤달에 많이 행해졌다.

반면에 윤달에 행하기를 꺼리는 일도 있는데, 혼인과 출산이 대표적이다. 올 5월에는 혼인 수가 증가했는데, 그것은 윤5월을 피하기 위한 반짝 증가 현상이었다고 한다. 아이의 출산 역시 윤달을 피하는 것이 요즘의 경향이다. 윤달이 낀 돌잔치도 어른들의 반대로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는 고민을 하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혼인, 출산을 비롯한 경사의 경우 윤달이 회피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윤달에는 장례업자와 결혼 예식업자의 희비가 엇갈린다.

그러나 이처럼 윤달에 경사를 회피하는 것은 최근의 현상으로 보인다. 1840년 경에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국세시기》를 보면, “세속의 관념에는 윤달에는 장가가고 시집가기에 좋다고 하고, 또 죽은 자에게 입히는 수의(壽衣)를 만들기에도 좋다고 하는 등 모든 일에 꺼리는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달은, 잘 알려진 것처럼, 달의 주기만을 토대로 한 순태음력이 계절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순태음력 1년은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1태양년과 약 11일의 차이가 난다. 이 차이를 방치할 경우 3년만 지나도 한 달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19년에 7번의 윤달을 설정한다.

이처럼 윤달은 순태음력이 계절의 변화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추가된 시간이다. 그래서 윤달을 ‘여벌달, 공달, 덤달’이라고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윤달에 대해 길흉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해도 문제가 없는 때,  만사를 조심하고 근신해야 하는 시간, 어떤 일은 해도 좋지만 어떤 일은 해서는 안되는 기간 등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관념은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현실 삶에 있어서도 윤달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윤달은 덤으로 주어진 잉여의 시간이어서 긍정적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음력을 쓸 경우 현실적인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예컨대 한달이 더 늘어난 만큼 생활비가 그만큼 더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윤달이 든 해의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백성들에게 윤월역(閏月役)이라는 부역을 강제하거나 윤모은(閏耗銀)이라는 세금을 징수하기도 하였다.(이은성, 《역법의 원리분석》, 정음사, 1985, 175-176쪽) 또한 ‘흉년에 윤달든다’는 속담처럼 어려운 시기에 윤달이 들면 어려움도 그만큼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윤달은 이래저래 두 얼굴의 시간인 셈이다.

이 글은 한국종교문화연구소 뉴스레터 제481호에 실린 글입니다. 글쓴이 이용범 안동대학교 인문대 민속학과 교수의 최근 논문으로는 <일제의 무속 규제정책과 무속의 변화: 매일신보와 동아일보 기사를 중심으로>, <한국무속과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비교: 접신(接神)체험과 신(神)개념을 중심으로>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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