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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일 ‘땡볕 기도’로 일군 ‘조계종 적폐청산’ 촛불[인터뷰] ‘조계사 앞 1인 시위’ 회향한 불자 문영숙 씨

‘조계종단의 적폐를 아십니까?’

지난 5월 22일, 한 불자가 조계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섰다. 전례 없는 시위에 조계종(총무원장 자승스님)이 발칵 뒤집혔다. 호법부 담당자, 조계사 종무원 등이 나섰지만 막지 못했다. 그의 등장에 불교계 시민사회도 함께 출렁였다. 용기를 얻은 스님과 활동가, 그리고 불자들이 하나, 둘 조계사 앞 시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1인 시위는 릴레이 시위, 단체 집회, 그리고 조계종 적폐청산 촛불법회로 들불처럼 번졌다.

지난 5월 22일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조계사 앞 1인 시위를 진행한 문영숙 씨.

문영숙(51, 법명 사리자). 파장을 몰고 온 장본인은 8월 6일 하안거 해제에 맞춰 1인 시위를 회향했다. 땡볕에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시위를 진행한 지 77일만이다. “1인 시위에 나서기 전, 2주간 매일 108배를 하며 기도 정진했다”고 밝힌 그는, 회향하는 날도 조계사 대웅전에서 108배를 올렸다. 기도하는 그의 목덜미와 팔이 유난히 까맸다.

회향 하루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문 씨를 만났다. “이제 더 이상 시위에 나서지 않는 것이냐”는 물음에 문 씨는 “회향을 했다고 시위를 그만하는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용맹정진 하듯 매일 같이 진행한 시위를 회향하는 것일 뿐, 활동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문영숙 씨는 8월 6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108배를 하며 1인 시위를 회향했다. ⓒ가루라

정원스님이 남긴 '불교개혁'의 화두

문 씨가 처음 피켓시위를 마음먹게 된 계기는 올해 초 발생한 정원스님의 ‘소신공양’이었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며 사그라진 정원스님. 스님이 남긴 불교개혁의 유지는 그에게 화두로 다가왔다.

“스님의 소신공양이 정말 큰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그런데 스님께서 남긴 유지 가운데 불교개혁을 촉구하는 내용이 특히 많더라고요. 이게 뭔가 싶어 관심을 갖고 불교계 뉴스를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문 씨의 눈에 띈 것은 총무원장 직선 운동. 자연스레 직선제 운동에 동참하며 공청회, 토론회를 쫓아다녔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일반 불자들에게 알리는 데에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저래 고심하던 어느 날 그의 눈에 조계사 앞 공터가 들어왔다. 생각은 발 빠른 행동으로 이어졌다.

“직선제 운동 하시는 분들을 보니까 공청회도 하고, 기자회견, 토론회도 하고 그러는데 가만히 보니까 일반 불자들은 잘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을까’ 그 방법을 고민하다 내가 먼저 나서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아! 조계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해서 초하루, 보름법회 또 순례법회를 위해 이곳을 찾는 전국 불자들에게 알려야겠다. 시민사회 활동 경험도 있고 다년간의 봉사경력도 있어서 자신 있었죠.”

문영숙 씨의 조계사 1인 시위는 릴레이 시위, 단체 집회, 그리고 조계종 적폐청산 촛불법회로 들불처럼 번졌다. 사진 맨 오른쪽이 문영숙 씨.

팬으로 변한 안티…"이 운동은 반드시 승리한다"

처음 문 씨를 바라보는 불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와서 시비를 걸고 따져 묻는 불자들이 많았다. 각오한 일이었다. 문 씨는 화내지 않았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차근차근 설명으로 대응했다. 웃음을 잃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점차 우호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안티들이 굉장히 많았어요.(웃음) 그런데 가면 갈수록 안티가 점점 우호적으로 변하기 시작했죠. 설득하고 의견 교환하고…. 맨 처음에 와서 욕했던 분들이 조계사에 40년, 50년 다닌 노보살님들인데 최근에는 음료수, 빵, 시원한 물도 가져다주시고 가끔 보시금도 내고 가세요. ‘이 운동은 반드시 승리한다. 꼭 이겨라’ 응원도 하시고요. 이분들의 변화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생업 뒤로 한 시위, 수좌스님들에 대한 기대

언니와 함께 대학가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문 씨는 장기간 이어진 시위로 혼자 일해야 하는 언니에게 많이 미안하다고 했다. 하루 종일 시위에 나서는 탓에 영업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 문 씨는 해당 기간 동안 급여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생업마저 뒤로 한 채 기도하듯 시위를 이어온 문 씨는 이날 수좌회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하안거 해제에 맞춰 시위를 회향한 것도 수좌스님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가 하안거 해제에 맞춰 회향을 한 것은 수좌스님들을 기다린 것이기도 해요. 저도 가정이 있고 생업이 있는 사람입니다. 이제 수많은 스님들이 수행을 마치고 세상에 나오시잖아요. 이제부터 시작이지요.”

직선제 운동을 일반 불자들에게 알리는 데에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으로 고심하던 어느 날, 그의 눈에 조계사 앞 공터가 들어왔다. 발 빠른 행동이 이어졌다.

"불교 망해가는데 왜 다들 가만히 있나"

“혹시 스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느냐”는 물음에 고민하던 문 씨는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불교를 깊게 알지 못하는 자신도 지금이 위기라는 것을 아는데 더 잘 알만한 분들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지적이다. 문 씨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스님들께서 당장의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특정 사찰을 오래 다닌 열혈 신도가 아니에요. 부처님의 가르침이 너무나 와 닿았고 그 가르침 아래 인생이 풍요로워지길 바라는 불자였죠.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그 불교가 부끄러워지는 겁니다. 그 책임은 불자와 스님들에게 있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불자도 ‘불교가 이러면 안된다’고 느낄 정도면 다들 상황을 잘 아시겠죠. 그런데 움직이지를 않네요. 불교가 망해 가는데 다들 가만히 있는 것을 저는 이해할 수 없어요. 이제라도 나오셨으면 좋겠고 또 외치셨으면 좋겠어요. 허정스님을 비롯해 현장에 나오는 몇몇 스님들처럼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목소리를 내고 또 거리로 나오시기를 바랍니다.”

문 씨는 앞으로도 불교 개혁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매일 현장에 나오는 시위를 회향 했을 뿐 활동을 그만 둔 것은 아니라며, 온라인을 통해 꾸준히 홍보에 나서는 한편 시간이 될 때 마다 여러 활동에 참석하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당장 집회에 못 나와도 저는 계속 할 거예요. 불교 관련 SNS 계정이나 몇몇 유명한 스님들의 계정에 1인 시위가 집회로, 촛불법회로 변화한 내용을 올리면 많은 공감이 뒤따라요. 온라인을 통해 꾸준히 홍보하고 시간 되면 종종 나와 미력하게나마 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겁니다.”

지난 5월 27일 진행된 조계종 총무원장 직선 실현 3보1배 선두에 선 문영숙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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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여자 2017-08-10 00:05:39

    웃낀다
    몬짓하는거여   삭제

    • 천산거사 2017-08-09 18:51:52

      보살님의 위대한 용기로 조계종이 총무원부터 말사까지 대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 화이팅~!   삭제

      • 성수1 2017-08-09 11:32:54

        멋진 인터뷰 기사군요. 고맙습니다. 문선생님 행동과 원력 찬탄합니다. 이미 원력이 성취되고 기록으로 남겨 자손들이 부처님의 바른 진리를 이어 가길 발원합니다.   삭제

        • 혜의 2017-08-08 21:11:47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님은 한국불교의 희망입니다.   삭제

          • 묘향 2017-08-08 19:41:25

            ,보살님
            대구에서,응원합니다
            불자인제가
            옆에서항상응원하겟어요
            성불하세요
            불교가
            든든합니다
            개혁에..적극동참하는불자   삭제

            • 불자 2017-08-08 17:42:35

              이시대의 훌륭한 수행자 정원큰스님은 훌륭한 재가상좌를 두셨네요 ^^
              앞으로도 훌륭한 정진 기대합니다.   삭제

              • 마중물 2017-08-08 14:03:13

                글을 보니 진실과 신심이 느껴집니다
                조계사 불자라 자부하던 제가 창피합니다

                먼저 죄송합니다
                제가 보살님을 오해했었습니다
                늦었지만 같이 하겠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삭제

                • 사문 2017-08-08 12:49:46

                  존경합니다
                  다른 표현을 못하겠습니다   삭제

                  • 적폐청산 2017-08-08 11:47:49

                    보살님 정말 장하십니다.
                    내가 우리들이 할수 없는 큰일을 시작하신데 박수을 보냅니다.
                    진정한 불교인들의 맘을 움직이게 햇습니다   삭제

                    • 하수 2017-08-08 10:13:40

                      기사 읽고 감동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넉넉한 가슴이 느껴집니다. 넉넉하게 싸워야 오래 갑니다. 그 길에 저도 늘 함께 하겠습니다.   삭제

                      15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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