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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칠석’에서 ‘보냄의 백중’까지
  • 법현스님_열린선원장
  • 승인 2017.09.1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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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선원에서는 ‘만남의 칠석에서 보냄의 백중까지 생사참구 팔정도 정진’을 봉행한다. 사진=열린선원.

‘만남의 칠석에서 보냄의 백중까지 생사참구 팔정도 정진’이라는 행사를 보았는가? 오로지 열린선원에서만 하는 행사다.
 
2005년도에 열린선원을 열어 놓고 이런저런 바깥 행사에 다니다보니 처음에는 문을 걸어 잠가 놓고 다니기 일쑤였다. 함께 사는 대중이 없어서도 그렇고 비용을 들여서 일하는 사람을 쓰기도 어려워서 그랬다. 어느 날 김인택 거사가 전화를 걸어서 하는 말이 “열린선원인 줄 알았더니 닫힌선원이라 이름을 바꾸라”는 것이었다. “그럼 어쩌라고?”하는 볼멘소리가 나갈 수도 있었지만 미안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어찌되었던 찾아온 사람을 그냥 돌아가게 하는 것은 나의 마련이 모자란 탓이기 때문이다.

뒤에는 상좌가 되었거나 다른 곳으로 스승을 찾아 떠났더라도 열린선원에서 행자생활을 한 이들이 예닐곱 명은 되었고, 봉사자가 끊이지 않고 오게 되어서 문은 늘 열어놓을 수 있었지만 그 말을 듣자마자 번호키로 바꿔 달아서 아는 이에게 문을 열도록 해 ‘닫힌선원’에서 벗어났다.

시내에 포교원을 열어놓으면 저절로 사람들이 와서 신도가 되고 절은 절로절로 잘되는 줄 알지만, 열었다가 닫은 곳이 더 많다는 것은 모르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늘 잘되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고 경기가 어려운데 절은 어떠냐, 포교원은 더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오기 일쑤다. 사실 어렵기는 하지만 사실대로 말한다고 해서 물은 사람이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잘된다고 하거나 본디 아이엠에프여서 별로 어렵지 않다고 말하곤 했다. 그렇게 살아온 12년 동안 ‘잘’하기보다는 ‘제대로’ 해보는 것을 마음의 목표로 삼았다. 어쩌면 잘하지 못한 변명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제대로, 법다운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것은 아직도 마찬가지이며 변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법답게, 제대로 하는 것인가?
첫째는 교육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해 3학을 익히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기초과정을 만들었다. 열린불교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하다가 요사이에는 참선(명상)문화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바꿔서 1시간은 교학강의, 1시간은 참선이론과 실제를 가르치고 있다. 수료한 이들에게 3귀 5계를 주고 계명(법명)을 받도록 하였다.

둘째는 모든 의식을 한글로 하였더니 반응이 좋았다. 아는 내용이어서 졸리지 않다는 것과 함께 하니 의식원문 그대로 빼먹지 않아서 수행과 전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셋째는 법회의 주제와 형식에 맞는 경전 구절을 선택해 읽는 것과 헌공의 대상에 따라 알맞은 경전을 골라서 천수경 독송시간에 읽어 결계(結界)를 하며 사이사이에 그 의미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넷째는 3학의 수행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몇 가지를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만남의 칠석에서 보냄의 백중까지 생사참구 팔정도 정진’이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음력 7월에 하는 행사가 7일에 하는 것은 칠석불공이요, 15일에 하는 것은 백중천도이다. 알다시피 칠석은 도교의 칠성사상이 불교화한 것이다. 백중은 목련존자가 어머니를 위해 수행한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렸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영가천도의식이다. 예전에는 하루씩 했는데 요사이 49일 동안 기도를 하는 절들이 많이 늘어났다. 어느 절은 하루만 하고 어느 절은 49일하고 어느 절은 7일간 하고 어느 절은 3일간 하기도 한다. 또 어느 절은 7월 15일이 아닌 하루 앞서 14일에 봉행하기도 한다. 다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뭔가 이미지로나 현실에서도 의아한 점이 있어보여서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만남의 칠석에서 보냄의 백중까지 생사참구 팔정도 정진’이라는 행사다. 처음에 칠석과 백중을 묶어서 하는 것은 기도, 정진하기를 좋아하는 불자들에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함께 일하던 묘법법사가 ‘만남의 칠석에서 보냄의 백중까지’라고 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들어보니 그럴싸했다. 거기에 열린선원이 참선을 중심으로 하는 도량이고 9일 정진하니 ‘생사참구(生死參究)’라고 붙여보았더니 더 그럴 듯 했다. 칠석의 생(生)과 백중의 사(死)를 붙이니 일평생의 느낌에다 참선 정진하는 이미지를 넣어 참구(參究)라고 하니 선의 이미지가 확 다가왔다. 

그런데 경전을 읽어가면서 하는 의식만을 하면서 참구하고 하려니 스스로 조금 멋쩍었다. 그래서 덧붙인 것이 ‘팔정도정진’이다. 부처님 최후의 제자인 120살 수밧다에게 ‘팔정도가 있으면 승단이고 8정도가 없으면 승단이 아니’라고 하셨으니 중요한 뜻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의식의 결계정진에 팔정도의 내용이 자세한 <광설팔성도경>을 약간 줄여서 읽는다. 9일 동안 정견부터 정정까지 들어간 경전을 소리 내어 함께 읽으니 교리시간에 한 번 훑어주는 것보다 이해가 잘되는 듯했다. ‘만남의 칠석에서 보냄의 백중까지 생사참구 팔정도 정진’이라는 법요는 이렇게 해서 태어났다. 결계부분의 경전 읽기를 일반 사찰에서 어느 때나 변함없이 읽는 <천수경>의 앞뒤 게송을 가려내어 한글 뜻 번역으로 읽고 신묘장구대다라니부분에 <광설팔성도경>을 넣어서 읽는다.

처음에는 대개 그렇듯이 앞뒤의 하루씩은 오지만 7일 동안은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서 가정에서 하라고 간단하게 했는데 앞으로 보완할 예정이다. 칠석에는 8정도 정진 뒤에 약사헌공을 하고 신중퇴공을 하는 것으로 진행한다. 백중에는 신중퇴공 뒤 시식을 하고 봉송까지 진행한다. 물론 대령, 관욕의식을 먼저 진행하고 8정도 정진과 지장헌공을 진행한다. 위패를 벽에 써서 붙이는 것도 생각해보니 애매해서 여러 개 달린 위패꽂이를 활용해서 몇 백 명의 위패도 질서 있게 모셨다가 소대에 갈 때도 접거나 넘어지지 않게 모시고 가니 불자들이 여법해 보인다고 좋아한다. 조상님께 절할 때 대개 일반 절에서는 2번 하는데 여기서는 3배 하도록 권유한다. 천도된 조상님은 불보살님처럼 대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밥을 베푼다는 의미의 시식이라고 하는 말 대신 조상님 추모 추선공양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생뚱맞기 그지없다. 조계종 등 일반 사찰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전통의식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는 태고종의 승려로서 이렇게 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불자들이 하기 좋고 의미 있으며 즐거우니 좋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나하나 깊이 생각하고 근거를 찾아서 보완해 나가려고 한다. 저잣거리 수행전법도량을 가꿔가는 모습이다. 내년에는 새 도량에서 봉행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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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햇살줍는아이 2017-09-19 17:52:50

    열린선원이 대중 속에서 꽃피우길 발원합니다.   삭제

    • 팔정도는 2017-09-19 11:14:59

      사실 붓다가 불자가 행해야 할 가르침의 처음이자 끝이죠. 우리가 팔정도만 행할 수 있다면 개인의 안식, 사회의 안정, 세상의 평화가 절로 올 것입니다. 저잣거리에 살어서인지 늘 일상속에서 모범을 보이시고 평범한 속에서 도를 실천하시는 스님은 진정 우리시대의 선지식입니다. 옛것을 버리지도 않으면서도 옛것 속에서 머물지 않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온고지신의 전형입니다. 요즘처럼 불교의 혼탁함으로 (솔직히 스님들의 잘못이 크죠) 불자가 300만이나 감소한 시대에, 그나마 스님이 계셔 위안을 얻을 수 있어 다행이고, 고맙습니다.   삭제

      • 불자 2017-09-19 10:16:30

        응원합니다
        항상 새로운시도
        전통 교단이 해야 할 몫 입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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