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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무 인로왕보살 마하살!
12일 치러진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현 자승 총무원장이 지지한 설정스님이 35대 총무원장에 당선됐다. 불교포커스 자료사진.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선거가 끝났습니다. 아마도 누구는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고, 또 다른 진영에서는 암울한 한국불교 현실에 길게 탄식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누가 당선되는가 하는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물음을 내포하고 있었던 선거였습니다.

자승 원장의 8년은 조계종단이 사회의 흐름이나 국민의 요구와는 격리된 채 바로 코앞에 보이는 이익이나 주머니 속의 재산에 만족하며 사는 물욕의 나르시스트로 전락한 세월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전에 없던 현상이 자승 원장체제 출범과 더불어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용인하고 받아들이려는 입장이 이미 종단 내부에 팽배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는 누가 당선되느냐보다 종단 구성원 전체가 부끄러움을 모르고 물욕에 허우적거렸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자승-설정으로 이어지는 적폐의 축에서는 지난 8년 동안의 문제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잘해왔다고 자신합니다.

돌아보면 자승 원장 체제는 출범 첫해부터 마치는 지금까지, 8년 간 어느 한 해도 시끄럽지 않은 해가 없었습니다. 거의 해마다 터져 나왔던 승려들의 범계 행위, 이를 덮기 위해 벌일 수밖에 없었던 화해 제스처나 사회활동 코스프레, 비판하는 스님과 언론사에 대한 징계와 폭력이 매번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었습니다.

한 해 한 해 반복되는 그런 과정을 거치며 지금 대한불교조계종은 심각한 도덕불감증에 걸렸습니다. 자신의 문제는 애써 눈을 감은 채 서로를 가리키며, “나만 그런 것도 아닌데”라며 함께 공멸해가고 있다고 보입니다.

이번에 당선된 설정스님의 경우도 선거 과정에서 본인이 지난 30여 년 동안 위조된 학력으로 살아왔음을 인정했지만 그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100억에 달하는 재산의 축적에 대해서도, 은처와 자식에 대한 문제제기에도 납득할 만한 해명을 아직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설정스님의 당선은 자승 원장의 절대적인 도움으로 당선되었다고 하지만 문제를 그렇게 협소하게 보면 아무런 것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와 비슷한 문제제기가 지난 8년 동안 있었고, 그때마다 마찬가지로 납득할 만한 해명 없이도 매번 그냥 넘겨왔던 종단의 풍토가 설정스님을 당선시킨 것입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이번 설정스님의 당선은 세간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아직은 적폐에 더 머물고자 하는 조계종도들의 선택이었습니다. 거기서 아직 얻을 것이 남아 있다면 그것이 세간으로부터 적폐로 불리든, 쓰레기장이나 똥통이라 불리든 상관하지 않고 그 안에 머물러 있으려는 319명의 선택이며, 그런 선택을 용인하고 침묵하고 있는 나머지 종도들의 선택인 것입니다.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자승 원장에서 설정 원장으로 아니면 또 다른 후보로 얼굴만 교체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는 변할 것이 없습니다. 출재가를 막론해서 사회의 흐름 속에 내밀하게 흐르는 물욕과 내 마음 속에서 스멀스멀 움트는 욕심에 대해 자각하고 그 싹을 잘라버릴 결단을 하며, 작더라도 과감하게 실천하는 길만이 조계종단을 개혁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번 제35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는 그런 과제를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열 번의 촛불법회와 범불교도대회, 선거 전날 있었던 범불자 결집대회까지 그 과제를 뚜렷하게 자각하게 한 소중한 과정이자 계기였음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이제 부패한 권력을 탓하거나 실망할 때가 아닙니다. 그들은 이미 국민과 사회로부터 도태되고 있는 별종들일 뿐입니다. 능력에 넘치는 막대한 유산을 끌어안고 있으면서도 항상 배고픈 아귀처럼 입만 크게 벌리는 자들이 그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들에게서 종교의 고귀함이나 귀의처로서의 청빈함은 찾아볼 수 없게 된 지 오래입니다.

지금 한 사람이 고개를 돌려버렸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겨 넘겨버리면 내일 300만 명이 고개를 돌리는 법입니다. 어제 300만 명이 고개를 돌렸는데도 아무런 성찰도 자정도 없는 집단은 이미 죽은 조직임을 스스로 선언하는 것과 같습니다. 부디 왕생극락하시길…….

나무 인로왕보살 마하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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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똥통집단 2017-10-21 01:33:50

    구더기가 똥통애 있어도 더러움을 모른다 310여명의 조계종선거인다의 파계승선택과 원로들의 인정 대중들의 침묵방관 모두 한패거리로 동타지옥이다   삭제

    • 독자 2017-10-16 18:12:15

      이런게 글이지
      점잖으면서도 할 말 다했네   삭제

      • 정진하세 2017-10-16 10:20:50

        정진하세
        정진하세
        물러남이 없는 정진...우리도 부처님같이.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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