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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나비에게로 가

나비는 나비에게로 가

거미줄은 나비의 몸이다 거미 뱃속을 통과한 나비가 허공에
그려놓은 날갯짓이다 나비가 거미에게 선물한 허공이다
먹혀서 내어주는 밥그릇이다 나비가 나비를 불러 파닥이는
허공의 지진을 끄덕끄덕 바람이 허락한다 허기의 바닥을
파보면 돌멩이처럼 그리움이 받친다는 것을 쨍쨍 부딪침으로
전하는 햇빛 거미와 거미줄 사이에 나비의 생이 있다
거미의 몸을 지나 거미줄로 서서 거미 이전의 자신을 부르는 것
그것이 어머니가 아버지를 닮은 형을 미워하는 사연이며
내게는 사랑이 매번 얼굴을 바꿔달고 오는 이유이다
나비는 나비에게로 가 세상을 흔든다 흔들려 非情을 완성한다

- 신용목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중에서 -

이런, 언제부터 여기 거미줄이 있었지? 햇빛에 반짝이는 거미줄에 하루살이들이 달라붙어 먼지처럼 대롱거리고 있다. 바람을 들이려 창문을 열다가 흠칫 놀랐다. 이 조그만 것들도 거미의 뱃속을 지나 거미줄이 되면서 파닥거리던 날갯짓이 줄 위에 새겨졌겠지. 아마 날갯짓들이 들어있어서 거미줄은 늘 흔들리나 보다. 거미에게 먹혀 거미줄이 된 하루살이가 다시 하루살이를 먹이로 부르는 生과 生의 먹먹한 아이러니.

그러고도 그리움 때문에, 돌덩이 같은 그리움 때문에 거미와 거미줄 사이에 묻은 하루살이의 生, 그 빈 껍데기들이 차마 떨어지질 못하고 저리 나부끼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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