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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으로 뛰어든 붓다…대만 불교 성공비결2017 대만 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 컨퍼런스 ①
11월 22일부터 29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자비를 통한 갈등 해소_참여불교 향후 10년의 도전’을 주제로 2017 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INEB) 컨퍼런스가 진행된다. 22일부터 23일까지 대만 불교 탐방, 24일부터 26일까지 주제발표 및 토론, 27일부터 29일까지는 자유 명상 프로그램 등이 이어진다. 사회참여 및 복지 향상을 위해 힘 쏟고 있는 대만 불교 현장과 INEB 참가자들의 열띤 토론, 한국불교 현실에 관한 세계 불교 오피니언 리더들의 시각 등을 지상 중계한다. <편집자 주>
11월 23일 자제공덕회에서 운영하는 타이베이 불교자제종합병원을 방문해 촬영한 단체사진.

부인이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 A씨는 부인의 말년을 법고산사에서 함께 보내기로 결정했다. 숲과 현대식 사찰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법고산사에서 부인은 한 달간 여행을 하듯 곳곳을 돌아보며 신행활동을 겸하다 임종을 맞았다. 부인의 행복한 임종을 위해 노력한 A씨는 법고산사에 위치한 ‘추모의 정원’에 부인을 안치했다. 유해를 안치할 때 꽃씨를 함께 묻자 몇 달 뒤 무덤위에 분홍 꽃이 피어났다.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혈안이 된 현대사회, ‘죽기 좋은 나라’로 선정된 대만에 관심이 모인다. 2015년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소가 세계 80개국을 상대로 실시한 ‘죽음의 질 지수(Quality of death index)’조사에서 대만은 아시아 1위(세계 6위)를 차지했다. ‘죽음의 질’이라는 표현 자체가 생소한 한국(세계 18위)과 비교하면, 임종을 맞이하는 자세에 있어서 대만이 한국보다 앞섰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이하 INEB) 컨퍼런스 일정이 시작된 22일, 전 세계 23개국 170여명의 회원들이 대만 법고산사에서 첫 일정을 시작했다. 불교전문교육기관으로 이름 높은 법고산사는 산 하나를 통째로 품고 있는 복합 문화공간. 자연친화적 환경을 기반으로 현대적 시설을 갖추고 있어 눈길을 끈다. 죽음의 질에 힘 쏟는 대만의 국가정책에 발맞춰 법고산사 역시 호스피스에 관한 교육과 임종을 앞둔 환자들을 위한 환경제공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 대만 호스피스 인프라 구축을 처음 이끈 것은 기독교다. 기독교 선교사가 세운 메케이의과대학병원은 1990년 첫 호스피스 병동을 세웠다. 기독교계의 발 빠른 행보를 뒤쫓아 불교계가 호스피스 활동에 본격 돌입하는 데는 무려 8년이 걸렸다.

국립대만대학병원 부원장을 역임한 롱치 첸(Rong-chi Chen) 박사.

국립대만대학병원 부원장을 역임한 롱치 첸(Rong-chi Chen) 박사는 22일 법고산사에서 열린 ‘죽음과 호스피스에 관한 대만불교의 접근’ 심포지움에서 “기독교의 경우 호스피스 교육이 이미 정립되어 있어 바로 현장 투입 및 적용이 가능했지만, 불교의 경우 이와 같은 전통이 없어 외부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삶의 마지막을 잘 돌볼 수 있는 불교적 모델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 현재진행형 목표”라고 강조했다. 

‘임종의 질’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만불교의 활동은, 내세의 삶을 위한 기복적 기도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자연친화적 인프라와 호스피스의 연계를 통해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보다 ‘불교적’으로 다가온다. 납골당을 세우고 제사를 지내는 것에 익숙한 반면 임종 준비는 낯선 한국불교에 주어지는 새로운 숙제다.

타이베이 불교자제종합병원 전경.

죽음을 목전에 두지 않아도 질병이 재난이 되는 경우가 있다. 막대한 치료비용과 맞닥뜨릴 때 더욱 그렇다. 비용이 넉넉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의료지원 역시 종교가 수행해야 할 주요 과제다. INEB 회원들은 23일 대만 자제공덕회가 운영하는 타이베이 불교자제종합병원을 방문했다.

“우리 병원은 이익을 내기 위해 운영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래서 대만은 물론 세계 각국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무료 치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병원을 소개하는 책자 서두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우첸 차오(You-chen Chao) 병원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수익이 거의 없거나 최저생계비로 살아가는 저소득층이 환자의 66%, 학교를 아예 나오지 못했거나 중학교까지 졸업한 저학력자가 환자의 45%를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우첸 차오(You-chen Chao) 병원장.

자제공덕회는 1972년 처음 의료 활동을 시작했다. 병원치료를 받기 어려운 가난한 이들을 위해 자비의 손길을 건네야 한다고 가르친 회주 증엄(證嚴, 청옌)스님의 원력이었다. 아무런 기반도 없이 빈민 봉사의 일환으로 의료 활동을 시작한 자제공덕회가 처음 병원을 설립한 것은 1986년. ‘설립취지를 유지하기 위해선 특정인의 대규모 후원을 받을 수 없다’는 고집으로 독지가의 기부도 마다한 채, 오랜 기간에 걸쳐 십시일반 병원을 일궜다. 현재 자제공덕회는 대만 전역에 총 6개의 종합병원을 설립, 운영 중이다.

구호활동의 일환으로 건립된 자제병원은 단순 치료를 넘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복합의료센터로서의 변모를 꿈꾼다. 우첸 차오(You-chen Chao) 병원장은 “병원에는 불교를 비롯한 각 종교의 기도공간이 마련돼 있다. 2층 로비에서는 환자와 방문객을 위한 음악회가 정기적으로 열린다”면서 “이제 병원은 질병을 고치는 공간을 넘어 시민들에게 힐링을 주기 위한 공간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불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종이 분류, 금속제 분리 및 분류, 페트병 분류, 자제공덕회 관계자가 PET로 만든 섬유를 보여주는 모습.

부처님의 손길이 필요한 분야는 의료 외에도 무궁무진하다. 구호, 의료, 교육, 문화를 4대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 자제공덕회는 빈민 의료 지원을 비롯해 재난지역 구호활동, 교육 기관 설립, 불교문화 홍포 등 각종 활동을 펴고 있는데, 환경운동 차원에서 전국 방방곳곳에 대규모 재활용 센터를 운영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분리수거된 쓰레기를 △종이 △CD 및 카세트 테이프 △각종 금속재질 △페트병 △비닐 △기타 플라스틱 등으로 각기 분류하는 재활용 작업은 모두 불자들의 봉사로 이루어진다. 전국 8,626곳의 재활용 센터를 운영하는 자제공덕회는 그 중 316곳에서 봉사자들을 대상으로 재활용 관련 교육을 진행 중이다. 자제공덕회는 현재까지 봉사에 참여한 불자가 총 8만7,000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타이베이 불교자제종합병원에 위치한 PET 리사이클 섬유 제품 매장.

자제공덕회의 재활용 작업은 분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정을 거쳐 ‘재생산’으로 거듭난다. 버려진 페트병을 수거해 깨끗이 씻고, 잘게 쪼갠 뒤 공장 등과의 협업을 통해 가열공정을 진행, 섬유를 생산한다. 옷과 스카프, 담요 등을 만들 수 있는 PET 섬유다. 자제공덕회 산하 사찰 및 병원 등에는 이 같은 ‘리사이클 섬유’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들어서있다. 23일 모든 일정이 끝난 뒤 자제공덕회는 INEB 참가자들에게 PET 리사이클 담요를 선물로 나눠줬다.

22~23일 양일간 진행된 대만불교 탐방은 불교 사회활동의 청사진을 보여줬다. 가난한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의료 및 사회복지가 이미 한국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라면, 아직 개념적으로 생소한 ‘죽음의 질’ 문제나 재활용 및 분리수거 등 쓰레기 처리 문제는 블루오션으로 다가온다. 대만불교가 오늘날 한국불교에 건네는 21세기 화두다.

▶ 법고산사

대만 북부 타이베이 근교에 위치한 법고산사는 부지 8만여 평에 달하는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1966년 성엄(聖嚴)스님의 원력으로 창건된 법고산사는 단일 사찰을 넘어서는 대만불교교육의 산실이다. 승가대학은 물론 학위를 수여하는 정규대학을 운영 중이다. 미국, 프랑스, 싱가폴 등 세계 각국에 분원을 설립, 교육과 포교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13년 한국 해인사 승가대학과 학문적 교류를 위해 자매결연을 맺은 바 있다.

▶ 자제공덕회

자제공덕회는 대만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불교자원봉사단체다. 1966년 증엄(證嚴)스님이 설립한 자제공덕회는 50개국 502개 지회를 두고 있으며 활동 회원만 1,000만 명에 육박한다. 구호, 의료, 교육, 문화 등 4대 기치를 내세우며 국제 구호활동, 병원 설립 및 의료지원 사업, 각종 교육 기관 건립 및 운영, 불교 문화 창달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찰 중심의 승가조직과 자제공덕회 실무를 이끄는 재가조직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돼 있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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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자 2017-11-25 17:47:59

    범계적폐와 포교소홀로 300만 불자가 날아간 한국불교의 답답한 현실만 보다가 대만불교의 앞서가는 모습을 보니 부럽기만 합니다.
    다만 대만불교도 과연 장미빛이기만 한지는 좀더 확인이 필요합니다.
    기사만 보면 대만불교 관계자의 안내로 설명회 및 현장견학 자료를 ctrl-c ctrl-v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한국불교도 홍보자료만 보면 장미빛이긴 합니다) 여기서 그치지 말고 사후라도 직접 또는 이메일 질문 통해 대만불교도 안팎의 어려운 점이 없는지, 소개와 실상이 다른건 없는지, 어떻게 극복하려 하는지 등을 알수 있음 좋겠습니다.   삭제

    • 불자 2017-11-25 10:26:47

      한동안 김정현기자님 기사가 뜸하다 싶다니 대만에 가셨네요 ^^
      이왕이면 페북 및 유튜브 라이브나 sns통해
      매일매일 짤막한 현지 리포트 해주셨으면 더욱 좋겠네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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