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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언론자유라는 기본권 존중은 상식이다
  • 박병기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 승인 2017.12.2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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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은 불교포커스와 불교닷컴의 중앙종무기관 등 출입을 금지해서는 안된다" 지난 12월 11일 법원이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에도 불구하고 조계종은 여전히 출입은 물론 취재ㆍ광고ㆍ접속ㆍ접촉 등 5금 조치를 일삼고 있다.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가 조계종의 이 같은 현실에 일침을 가하는 기고를 보내왔다. <편집자 주>

“신문은 헌법상 보장되는 언론자유의 하나로서 정보원에 대해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그 취재한 정보를 공표할 자유를 가지므로...”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 대표가 대한불교조계종 전 자승총무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서울지방법원 민사 51부(재판장 이제정)의 판결문 일부이다. 이른바 ‘해종언론(害宗言論)’이라는, 기묘한 신조어까지 만들어서 총무원 출입을 금지했을 뿐만 아니라, 종무원들의 인터넷 접속까지도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는 조계종 총무원에 대한 법원의 판결문을 접하는 마음이 편치 않다. 

박병기 교수.

우리 시대 종교와 종교인이 어떤 위상을 갖고 있고 또 가져야 하는지를 놓고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우리 고대국가의 소도(蘇塗)로 상징되는, 종교의 신성불가침성을 계승하면서 종교계 언론은 일반 언론과 다른 모습을 지녀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수도 있고,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대다수의 의견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종교와 종교인 또한 시민사회의 구성원이지 하위 구성요소일 뿐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사실은 21세기 초반 한국사회에서는 종교가 시민사회와의 긴밀한 연계 속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이고, 이러한 연계성은 특히 인터넷과 그것에 접속하는 매개체로서의 휴대전화 보급을 통해 후퇴할 수 없는 수준까지 확보되어 있다. 종교적 가치가 지니는 숭고함이나 종교공동체가 간직해내고 있는 전통의 소중함을 존중해야 하지만, 그것을 빌미로 종교계가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담지해야 하는 의무와 권리까지 부정하는 일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채무자(조계종)가 점유하고 있는 시설이라고 하더라도 채권자들(불교닷컴, 불교포커스)의 출입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것은 언론기관의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조계종의 출입금지 조치가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판결문의 이어지는 부분이다. 굳이 법에 의지해야 할 사안인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상식적인 판결이다. 자신들의 문제를 드러내서 마음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아예 언론의 출입을 금지시키는 행위는 그것이 자신들이 점유하고 있는 시설이라고 할지라도 허용되기 어렵다는 이 판결은, 헌법정신 뿐만 아니라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기본권인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임을 확인한 것에 불과한 당연하고 상식적인 조치이다. 

우리는 지난 촛불을 통해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직, 간접적으로 탄압하고 배제한 행위를 일삼은 전 대통령과 그 부역자들을 법의 심판대 위에 세우고 있는 중이다. 전직 대통령은 아예 헌법정신의 위배를 이유로 파면당하기도 했다. 언론자유는 정당한 이유와 근거 없이는 다른 사람의 지배를 받지 않을 자유이자 권리인 ‘비지배자유’와 함께 시민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기본권이다. 물론 언론 또한 오늘날 또 다른 권력의 중심이 되고 있기도 해서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으로 정당한 비판’이라는 언론윤리의 기반 위에 서 있어야 한다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그러나 그 기본 전제는 판결문 첫 부분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자유로운 취재와 그 취재를 통해 얻은 정보의 자유로운 공표이다. 

이번 판결이 ‘상식이 통하는 조계종’을 기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을까? 전임 총무원장이라는 지위와 역할을 대상으로 내려진 이 판결은 당연히 현재의 총무원장과 총무원 구성원들에게도 그 효력이 미친다. 자랑스럽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지는 않는, 그런 조계종 집행부와 마주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쉽게 접기 힘든 동짓날 즈음이다. 미세먼지를 뚫고 내려앉는 맑고 고운 햇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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