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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Uppekkhā): 2017년을 관통한 페미니즘과 히포시운동
  • 옥복연_종교와젠더연구소장
  • 승인 2018.01.0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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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 해를 보내면서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로 트럼프, 시진핑, 김정은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침묵을 깬 폭로자들(The Silence Breakers)’을 선정했다. ‘침묵을 깬 폭로자들’은 성폭력 피해 고발에 나선 여성들을 통칭한다. 미국의 유명 여배우들이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에게 당한 성폭력 피해를 폭로한 이후 인종, 직업, 교육 정도에 관계없이 여성들이 ‘나도 당했다’는 ‘미투(#metoo)’ 해시태그를 달기 시작했다. ‘미투’ 캠페인은 연예계를 넘어 정치권으로까지 확산되었는데,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용감하게 알린 이 폭로자들은 전 세계 여성들의 전폭적인 연대와 지지를 끌어내며 페미니즘에 기여했다.

미국의 유명한 웹스터 영어사전 편찬자는 2017년 가장 핫한 단어로 ‘페미니즘(feminism)’을 선정했는데, 이 영어사전 사이트에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의 검색 횟수는 지난해보다 70% 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이 단어가 영어권 국가들 사이에서 엄청난 관심을 받았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주는 것이다. 이처럼 2017년은 전 세계적으로 페미니즘이 화제였는데, 2017년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들이 나타났다.

촛불시민혁명과 대통령 파면 그리고 장미대선 등 2017년 한국은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을 정도로 다사다난했는데, 특히 페미니즘도 부정적 혹은 긍정적으로 관심사였다. 여성들의 정치 세력화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임을 주장하는 새 대통령 내각에 최초로 여성 장관(급)이 6명(30%) 진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전의 여성 대통령 시절에도 내각에는 여성가족부장관이 유일한 여성이었지만, 외교부장관과 국토건설부장관까지 여성이 진출한 것이다. 또한 여성들은 헌법 개정안에 성평등 조항을 삽입할 것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 보수 기독교 단체와 보수정치인들의 반발이 극심하지만, 헌법에 ‘성평등’ 조항을 넣어서 그 누구도 성평등을 거부할 수 없도록 장치를 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뿐만 아니라 현재 공직자들이 과거에 얼마나 반여성적 언행을 했는가를 공개적으로 검증하고 비판하는 등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뿐만 아니다. 낙태죄 폐지를 공론화하면서 낙태문제가 ‘여성 대 태아’의 권리 논쟁에서 벗어나 ‘남성과 국가의 책임’도 있음을 정부로부터 인정받았다. 또한 이전에는 생리라는 말을 꺼내기도 어려웠지만,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소식에 분노한 여성들은 공개적으로 생리대를 흔들면서 이 문제를 제기했고, 정부는 생리대 유해물질 기준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약속하는 등 생리대 파동에 따른 여성 건강권 보장 요구에 답했다. 문화 영역에서는 또 어떠한가? 영화나 미디어 등에서 여성 주인공이나 여성 진행자의 부재를 지적하고, 여성 연예인이나 게임의 여성 캐릭터가 성적 대상화되는 현실을 비판하며, 가부장 대신 가모장 캐릭터를 미러링(mirroring)한 연예인에게 여성들은 열광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남성들의 여성혐오 목소리 또한 높아졌다. 남자 대학생들의 카톡방은 여성혐오와 여성비하를 넘어 성폭력이 권장되는 장이었으며, 언론의 여성혐오는 기사 제목에서부터 남성은 부재하지만 여성의 성적 피해 사실을 교묘하게 표기하며 여성을 비하한다. 매스컴은 여전히 엄마에게 자녀 양육을 책임지우고, 예쁜 여자는 뭘 해도 용서받을 수 있으며, 못생긴 여자는 외모 그 자체만으로 평가절하당하고 또 외면당한다. 페미니즘은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인간임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하지만, 여성은 단지 외모와 섹시미로 평가될 뿐이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은 여성 차별과 혐오를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할까? 2017년 페미니즘에서 는 하나의 길을 보여주었다. 전 세계에 만연한 성차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참여와 변화는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구체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리하여 UN에서부터 시작한 ‘히포시(HeForShe)’ 운동은 여성차별에 대한 남성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은 물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서는 남성들이 반드시 젠더파트너로서 역할을 해야 함을 강조한다. 즉, 히포시운동은 ‘여성을 위하는 남성’이 아니라 ‘남성이 함께 하는 여성운동’ 혹은 ‘남성과 여성이 모두 행복한 성평등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도 히포시운동을 위한 다양한 실천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히포시운동은 젠더파트너십을 강조하는데, 여성과 남성이 함께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2600여 년 전 붓다는 무엇을 강조하셨을까? 어떻게 하면 공동체 내에서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며 살 수 있을까? 초기경전 『맛지마니까야』의 〈싸마가마 마을의 경〉에 의하면, 붓다는 수행자들의 공동체 내에서 서로 협조하고, 평화롭고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원리를 가르친다. 즉,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면서 협조ㆍ평화ㆍ조화ㆍ일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수행승이 동료 수행자에게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자애로운 신체적ㆍ언어적ㆍ정신적 행위를 유지하고, 여법하게 얻은 무엇이든지 동료들과 함께 나누고, 계행을 갖추고, 괴로움의 소멸로 함께 나아가는 이 여섯 가지 원리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붓다의 가르침을 오늘날 젠더파트너십과 연결해서 해석해보면, 우선 여성과 남성이 존중받고 사랑받을 권리를 가진 인간이라는 전제에 남녀가 동의해야 한다. 그리고 평화롭게 협조하고 조화를 이루는 파트너십을 위해서는 남녀 모두 공ㆍ사적으로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성희롱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남충’이니 ‘맘충’이니 하면서 남녀가 서로 대결하고  경멸하는 것이 아니라, 남녀 모두 존귀한 존재임을 서로 인정해야 한다. 히포시운동은 결국 남녀가 사랑과 존경심으로 협조하고 지지하며 상생하라는 붓다의 가르침이자 실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새해에는 히포시운동에 기반한 페미니즘이 더욱 활발하기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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