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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동국대 민교협 청소노동자 투쟁 지지 선언문

동국대학교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일동은 우리학교 청소 노동자 투쟁 장기화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학교 본부의 불통 행정에 참담함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학내 곳곳에는 쓰레기가 쌓여가고 화장실 변기에는 분변이 역류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눈에 보이는 이 더러움은 평소 새벽부터 출근하여 그것을 쓸고 닦았던 누군가의 노동에 빚진 것이다. 교수와 학생이 연구와 학업에 매진하고 직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그 누군가의 손은 분주하게 그 더러움을 닦아내왔던 것이다. 청소노동자의 빈자리가 남긴 더러움은 결국 동국구성원들이 배출해낸 더러움이며, 오롯이 우리 몫으로 남겨질 부끄러운 더러움이다. 눈에 훤히 보이는 그 더러움을 감추기 위해 용역청소노동력을 동원하는 것이 어떻게 이 사태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있겠는가? 우리의 눈에는 그 벌거벗은 임금님의 맨살이, 그 더러움이 선연하다.

오늘날 한국의 대학가 전반에 찾아온 운영상의 위기, 나아가 우리학교의 재정상황이 극한 어려움에 봉착했다는 것은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한다. 그렇지만 왜 이런 고통 분담은 제일 약자인 청소노동자로부터 시작되어야만 하는가. 8명의 청소노동자가 떠난 빈 자리를 메워줄 그 얼마의 재정예산이 비윤리적,반노동적 행정으로 인해 동국 구성원 전체가 감당해야하는 수치심과 불편보다 우선한단 말인가. 청소노동자 결원 충원이 없다면, 향후 우리의 눈에 보이는 학교 곳곳의 더러움은 동국의 얼굴, 우리 스스로의 얼굴을 거울처럼 되비추는 더러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우리는 동국의 학생들이 이 사회의 빛나는 지성, 성실한 일꾼으로 제 몫을 해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교육에 임해 왔다. 그런데 사회에 발을 내딛기도 전에 우리 학생들은 당장 대학에서 처절히 보고 배우고 있다. 사회가 가장 약한 자들의 노동을 어떻게 뭉개버릴 수 있는지, 용역이라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라는 고용 형태가 얼마나 편리하고 합법적으로 한 인간의 삶을 박살낼 수 있는지. 그러니 그저 높은 직위의 정규직이 되라고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단 말인가. 가장 약하고 힘없는 처지의 사람들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제 위선이 될 것이다. 참담하다.

경희대는 청소노동자 전원을 직접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우리대학과 유사한 갈등을 겪었던 고려대학교 역시 정년퇴직으로 인한 결원을 모두 정규직 채용으로 충원하기로 결정했다. "지혜와 자비를 충만케 하여 서로 신뢰한다"는 우리 동국의 건학이념이 새삼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이 숭고한 건학이념을 받들어, 본 문제를 적극적인 대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곧 민족의 대명절 설이 찾아온다. 고령의 청소노동자들과 학생들을 언제까지 차디찬 돌바닥 위에서 잠들게 할 것인가. 당장 본인의 모친부친자녀가 명절에도 집에 오지 못하고 돌바닥 위에서 밤을 지샌다면 어찌할 것인가. 평소에도 청소노동자들은 화장실 구석의 빈 의자, 계단 아래 음습한 창고 공간에서 청소로 지친 몸을 쉬였다. 그 고단한 모습이 마음 쓰인다며 더 따뜻하고 편안한 쉼터를 제공하는 게 어떻겠냐는 학생들의 목소리도 높았다. 역대 최고의 한파가 지속되는 가운데에서도 우리 학생들은 청소노동자 옆에 앉아 그들의 손을 마주잡고 있다. 이것이 동국의 힘이고 가능성이며 저력이다. 학교 행정이 학생들의 숭고한 의지조차 좇지 못할 리 없다고 믿는다.

청소노동자 결원 8명의 자리에 하루 두 시간 시급 만오천원의 근로장학을 신설하여 문제를 해결했다는 안이하고 천박한 발상은 특히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청소가 생업인 노동자들과 등록금과 알바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은 이 사회의 을들이다. 을을 을끼리 싸우게 하고 갑은 뒷짐지고 있는 행태가 오늘, 우리의 소중한 대학에서 자행되어야 하겠는가.

동국대학교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일동은 학교 본부가 청소노동자와 즉각 협상하여 결원을 충원하고 학내 미화 환경을 정상화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또한 가장 약한 자들의 목소리까지 귀담아듣는 소통의 행정을 펼칠 것을 당부한다. 그것은 '동국 가족'의 구성원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동악에 지혜와 자비가 충만하도록 만드는 사려깊은 결단이 될 것이다. 부처님의 가피 안에서 우리 모든 동국 가족들이 건강하고 평안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동국대학교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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