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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트라우마 치유의 열쇠, 불교에 있다”IBYE 2018 제주 4.3 70주년 국제합동 추모 학술제

“불교는 제주 4.3 사건과 관련된 트라우마는 물론 국가폭력에 의해 발생한 일반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데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불교계와 국가가 추진하고 있는 10.27법난 기념관을 이러한 관심을 현실화하는 기관으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입니다. 4.3 사건과 관련된 모든 위령ㆍ기념활동은 사회가 불교에 거는 기대이자 불교 스스로가 자임해야 할 의무입니다.”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가 2018 국제불교청소년교환캠프(International Buddhist Youth Exchange Korea 2018, 이하 IBYE) 이틀째인 16일 저녁 7시 30분 제주 서귀포 빠레브호텔 메이플홀에서 열린 '제주 4.3 70주년 국제합동 추모 학술제'에서 이 같이 말했다. ‘제주 4.3 사건의 구조적 맥락과 역사 및 사회의 복원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주제로 이날 발제에 나선 유 교수는 과거 냉전으로 가족을 잃은 개인적 아픔을 바탕으로 4.3의 역사적, 사회적, 종교적 회복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아버지는 한 때 인민군 위원장"…그런데 '진실'은 무엇인가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

“한때 부친은 인민군 위원장 활동을 했다”고 운을 뗀 유 교수는 “상해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이상룡 선생 집 뒷산에서 그 집으로부터 몰래 밥을 얻어먹으면서 토굴생활을 하는 과정에 ‘누이 2명’이 죽었다”면서 “내 생애 가장 슬프고 고통스럽게 대면하는 일임에도, 아직도 그 어떤 사실도 확인할 수도 없었고 해 볼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땅에서 ‘인민군’은 결코 존재해서는 안 되는 존재였기에 ‘영남 양반 출신의 항일운동가 자손’이었던 아버지가 대체 어떤 과정에서 ‘인민군 위원장’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그 맥락과 과정, 그리고 실제 등 일체의 진실을 모두 사라진 채, 어릴 적 누이 2명이 안타깝게 죽었다는 사실만 남아버렸다는 고백이었다.

유 교수는 “경험에 비추어볼 때, 제주 4.3 사건 역시 희생자와 유족의 범위를 법적으로 정하고 그들에게 배ㆍ보상을 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법적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그 무엇인가가 생생하게 남아 있음을 가슴으로 확인한다”면서 “이것이 4.3 사건의 법적 해결을 넘어 사회적ㆍ역사적ㆍ종교적 회복을 주장하는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역사적 회복의 첫 단계, 책임자 처벌

역사적 회복을 위해서는 ‘책임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유 교수는 “제주 4.3 특별법 그 어디에도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법적 근거나 활동의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무엇보다 당대 한국사회의 결정적 의사결정의 주체였던 미군정, 근대 한국사회의 기형적 정치질서의 제1원인 제공자인 일본 제국주의에 4.3 사건의 가장 큰 책임이 존재한다. 이러한 책임당사자가 한국사회에서 자행한 각종 범죄에 대해 역사적으로 철저하게 단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4.3 학살의 직접적 가해자인 정부와 군ㆍ경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었다. 유 교수는 “이승만 정부와 국가기구인 군대 및 경찰이 4.3 사건의 가해자였다는 사실 그 자체가 국가가 처벌 대상임을 실증한다”면서 “국가는 그 폭력에 대한 응분의 처벌을 반드시 받아야 하며, 이를 위한 국민적 합의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당대의 결정적인 역사적 인물과 그들의 활동에 대한 역사적 처벌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사회적 회복을 위해 지켜져야 할 원칙으로 ‘재발방지’를 꼽은 유 교수는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정치사회의 민주화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매우 다행스럽게도 우리 사회는 이미 그 단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유 교수는 “다만 아직도 권위주의적 태도나 강압 등 비민주적인 관행이 남아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사회체계의 합리성이 보다 강화될수록 그만큼 폭력의 재발은 억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4.3 피해 복원의 마침표는 '종교적 회복'

문제 해결을 위한 ‘복원’의 최종 단계로 유 교수는 ‘종교적 회복’을 꼽았다. “복원은 ‘원상태로 회복한다’는 의미다. 사회가 충분히 복원되기 위해서는 생활세계가 복원되어야 하는데 이는 합리적 기획보다는 집합적 열광과 같은 감동적이고 정서적 방식으로 복원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밝힌 유 교수는 “그러한 점에서 합리를 초월하는 종교적 레시피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넓게는 생활세계의 복원, 좁게는 종교적 복원을 위한 불교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적지 않다”면서 “무엇보다 불교는 제주 4.3 사건과 관련된 관심의 폭을 불교계에 한정하지 말고 중중무진의 연기라는 관점에서 생명계 일반으로 확장해야 한다. 그럴 때 당대의 사회 구조적 모순은 물론 오늘날의 모순구조도 시야에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27법난 기념관, 4.3 등에 확장 운용해야"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조계종에서 추진 중인 ‘10.27법난 기념관 건립사업’의 확장 운용을 제안했다. 유 교수는 “불교는 제주 4.3 사건과 관련된 트라우마는 물론 국가폭력에 의해 발생한 현대인 일반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활동에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불교계와 국가가 건립 추진 중인 10.27법난 기념관을 이러한 관심을 현실화하는 기관으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며 “4.3 사건과 관련된 모든 위령ㆍ기념활동은 사회가 불교에 거는 기대이자 불교 스스로가 자임해야 할 의무”라고 당부했다.

이밖에 이도흠 한양대 교수가 ‘제주 4.3 민중항쟁에서 폭력의 양상과 공동체 복원 방안’,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가 ‘폭력의 극복과 평화를 위한 불교윤리적 지혜’, WFBY 부회장 료소 소지스님이 ‘다르마에 따른 현대 세계의 평화’를 주제로 각각 발제를 진행했다.

앞서 IBYE 참가자들은 약천사 아침 예불을 시작으로 관음사와 정방사ㆍ무량정사 등 제주 지역 사찰과 북촌리 너븐숭이 4.3 기념관을 순례했다. 북촌리는 제주 조천읍 동쪽 끝에 자리잡은 해변마을로 4.3 당시 주민 443명이 학살당한 곳이다. 기념관 주변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위령비와 각명비, 북촌리 4.3을 다룬 현기영 작가의 소설 <순이삼촌>을 기리는 순이삼촌비, 4.3과 같은 액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하며 주민들이 세운 방사탑, 어린이들이 임시 매장된 애기무덤 등이 자리하고 있다.

IBYE 참가자들이 북촌리 위령비 앞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IBYE 참가자들이 관음사 대웅전을 참배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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