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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개개인은 평화, 사회는 책임이 필요하다”[인터뷰] 덴퐁 수완나카아롭 세계불교청년우의회 회장

2018 국제불교청소년교환캠프(International Buddhist Youth Exchange Korea 2018, 이하 IBYE)를 주최한 덴퐁 수완나카아롭(42, 태국) 세계불교청년우의회(World Fellowship Buddhist Youth, 이하 WFBY) 회장은 4.3을 “몸에 난 상처를 치유하듯 접근해야 한다”고 비유했다. 상처가 잘 아물 때까지 참고 잘 바라보는 것은 ‘개인의 몫’, 아무는 상처가 가렵다고 긁으면 덧날 수 있으니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은 ‘사회의 몫’이라고 나누어 설명했다.

덴퐁 수완나카아롭 세계불교청년우의회 회장.

“개개인에게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봐야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운을 뗀 덴퐁 회장은 “부처님께서는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결코 잊지 않되 궁극적으로는 모두를 용서하는 것, 그것이 불교적인 방식이다”고 단호히 말했다. 덴퐁 회장은 “고통을 바라보되 그 고통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라며 “궁극적으로는 이 방법만이 개인을 평화로 이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회와 공공기관 등에는 심리적 차원의 책임 있는 접근을 주문했다. 덴퐁 회장은 “4.3의 집단 학살은 분명 큰 트라우마를 남겼다. 지금의 현실이 평화롭다고 해서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다. 사회는 이를 해소하도록 도와줘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상처 주변을 깨끗이 관리해주어야 한다고 했는데, 잊지 않고 추모하는 등의 사회적 역할이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제주시가 그 역할을 충실히 잘 수행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덴퐁 회장은 WFBY가 수행하는 역할을 ‘씨앗’에 비유했다. 세계 각국의 청년들에게 불교를 전하고 싶지만 그 가르침이 어려워 전법이 쉽지 않다면, 이를 위한 ‘씨앗’이라도 심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덴퐁회장은 “제주 청소년, 청년들의 마음에 오늘 뿌린 평화의 씨앗이 자라서 나무가 되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큰 고통에 직면하는 일이 있을 때, 그 열매가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불교청년캠프는 세계 청소년들에게 열정과 영감이라는 씨앗을 심는 행사였다”고 말했다.

덴퐁 회장과의 인터뷰는 17일 저녁 제주 빠레브 호텔 연회장에서 30분 간 진행했으며, WFBY 말레이시아 홍찬란(洪燦爛) 회원이 통역을 도왔다. 아래는 일문일답.

Q. WFBY는 어떤 단체인가?

불교계에서 가장 오래된(1972년 설립), 그리고 가장 규모가 큰 국제 네트워크 기구다. 단체 이름에 드러나있듯 불교 청년들의 우호를 증진하고 젊은이들에게 불교의 가르침을 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남방불교와 북방불교가 다르고 그 안에도 여러 종파가 존재하지만 가르침은 결국 동일하지 않나. 이 같은 가르침을 바탕으로 청년불자라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고 있다.

또한 불교단체 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청소년, 청년단체와도 연계를 통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등 국제적인 활동을 이어왔다.

Q. WFBY 활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교류와 연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 언어도 문화도 불교를 대하는 방식도 모두 다른 이들을 하나로 어우르는 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다. 대부분 스님들의 복색도 다르고 예불을 하는 방식도 다르다. 공통점이 있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평화는 다름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한다. 부처님께서도 평화를 가르치시지 않았나. 개인이 평화로워야 가족, 사회, 국가 그리고 세계가 평화로워지는 법이다.

Q. 올해 IBYE 캠프를 제주에서 열었다. IBYE가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미래를 위한 일종의 투자다. 불교는 어르신들의 종교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사성제의 ‘고’를 이야기하는 종교가 바로 불교라는 점, 고통스러운 이들이 찾는 곳이 절이라는 점 등이 이 같은 편견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하는 일은 젊은 청년들에게 불교를 전하는 일이고 이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가르침을 전하기에 앞서 영감을 전하려고 노력한다. ‘고’를 이야기하기 보다 ‘행복’, ‘즐거움’을 이야기하려 하는 것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오늘 4.3 기념식에서 식수행사가 있었는데, 청년포교도 이와 같다. 씨를 뿌리지 않으면 결과도 없는 법이다. 제주 청소년, 청년들의 마음에 오늘 뿌린 평화의 씨앗이 자라서 나무가 되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고통에 직면했을 때, 그 열매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캠프는 세계 청소년들에게 열정과 영감이라는 씨앗을 심는 행사였다.

Q. 이번 IBYE 캠프, 어떻게 보았나?

짧은 기간 제주 불교를 접하며 네트워크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제주 청년들은 외국에서 온 친구들과의 교류를 통해 해외의 불교를 배울 수 있고, 각국의 청년들 또한 제주의 불교를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이번 캠프가 참가자 개개인에게 큰 영감을 주었을 것으로 기대한다.

4.3이라는 아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역사를 세계인에게 널리 알리고 또 아픔을 극복하려한 제주 불교계의 활동이 자랑스럽다.

Q.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4.3을 주제로 캠프가 진행됐다. 제주에 와서 4.3 사건을 처음 접했을 텐데 어떻게 바라보았나?

상처로 예를 들어보자. 몸에 난 상처 주변이 가렵다고 계속 긁으면 상처가 번지기 마련이다. 깨끗이 씻고 또 잘 아물 수 있도록 열심히 관리해야 한다. 이를 전제로 4.3을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개인에게 적용되는 불교적 방식을 먼저 이야기 하자면 우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봐야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부처님께서는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말라’고 가르치셨다. 다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한다. 7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잊지 말고 다만 용서하는 것이 불교적인 방식이다. 고통을 바라보되 그 고통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이 방법만이 개인을 평화로 이끌 수 있다.

또 하나, 심리학적 차원에서 ‘집단’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에서 상처를 조심스레 관리하지 않으면 덧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주변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것이 바로 사회가 해야 할 역할이다. 4.3은 집단 학살이라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지금 현실이 평화롭다해도 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사회가 그 트라우마를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우리 단체가 한 추모행사와 같은 역할이 필요하다. 제주시가 그 역할을 충실히 잘 수행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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