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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보입니다살타파륜 보살 ①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나는 거리에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나를 사십시오. 나를 팔겠습니다. 나를 사실 분 안계십니까?”

하지만 조용했습니다. 평소에는 그리도 북적이던 거리에 개미 한 마리 지나가지도 않았습니다. 소리높이 외쳤지만 대답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거리에는 적막만이 감돌았고, 나의 외침은 허공에 흩어져 버렸습니다.

‘내가 무슨 큰 죄를 짓기라도 했을까. 나를 헐값에 내놓아도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 아니 인적이 이렇게 완전하게 끊길 수가 있을까.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있어야 나를 팔려고 흥정이라도 할 것 아니겠는가.’

내가 이 몸을 팔려는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내게 반야바라밀을 가르쳐 주신 담무갈 보살님에게 보답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니 안타까움에 울음만 터져 나옵니다. 다 자란 어른이 거리에서 엉엉 울어대고 있으니 행여 누군가 이런 모습을 보면 흉을 볼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흉볼 사람조차 없는 이 텅 빈 거리에서 나는 목 놓아 울뿐입니다. 내가 이렇게 아무도 없는 텅 빈 길에서 서럽게 울고 있는 사연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아주 오래 전 나는 뇌음위왕 부처님에게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번뇌에 물든 중생에게 일러주는 가르침이 마치 천둥번개와도 같아서 부처님은 그런 이름을 지니고 계셨지요. 그때 저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직 반야바라밀을 얻겠노라고 뜻을 세웠습니다. 세속 일에 얽매여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고 세속의 이익에 정신을 팔지 않고 진리를 구할 수만 있다면 목숨도 기꺼이 내놓겠다는 심정으로 숲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오직 지혜, 오직 반야바라밀의 가르침만 들을 수 있다면 그곳이 어디라도 좋으니 달려가겠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숲 속에 머물고 있을 때 하늘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동쪽으로 가라.”

나는 귀를 기울였습니다. 하늘에서 다시 소리가 들렸습니다.

“동쪽으로 가라. 동쪽으로 가면 지혜의 완성(반야바라밀)에 대한 말씀을 들을 수 있다.”

법을 구하는 내 간절한 바람이 이렇게 열매를 맺게 되었습니다. 스승을 찾고 있는 내게 동쪽으로 가라는 소리는 가뭄 끝에 단비보다 더 고마웠습니다. 감격에 젖은 내게 하늘에서 다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단 그곳에 도착할 때까지 명심하여라.
피곤하다는 생각을 내지 말라.
졸리다는 생각을 내지 말라.
뭘 먹을까 하는 생각을 내지 말라.
밤이다, 낮이다라는 생각을 내지 말라.
춥다거나 덥다는 생각을 내지 말라.
이런 생각을 내지 말라. 오직 앞으로 나아가라. 비뚤어진 마음을 버리고, 자신은 진리를 향해 나아가니 훌륭하고 그러지 못한 사람은 천하다고 업신여겨서도 안 된다. 심지어 나는 구도자요, 다른 이는 중생이라는 생각조차도 일으켜서는 안 된다.”

나는 하늘을 향해 외쳤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는 지혜의 완성을 닦고 싶습니다. 왜냐 하면 저는 빛이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힘들어 하고 있는 모든 생명들에게 밝은 빛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하기에 저는 반드시 반야바라밀을 닦아야 합니다.”

“참으로 훌륭하다. 그대가 동쪽을 향해 가다가 스승을 만나 반야바라밀을 듣게 되거든 그 스승의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 그리고 행여 악마의 장난을 당하더라도 휘말리지 말라.”

하늘에서 들려오는 격려의 소리를 들으며 나는 곧장 동쪽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동쪽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힘이 넘쳤습니다. 머지않아 나는 반야바라밀을 들려줄 훌륭한 스승을 만나게 되겠지요. 세세생생 나고 죽기를 반복하면서 오직 가르침을 일러줄 스승을 찾았는데 이제 그때가 온 것입니다. 나는 쉬지 않고 동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동쪽으로…
동쪽으로…
동쪽으로만 나아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동쪽으로 얼마나 가야 한다는 말이지? 그리고 동쪽으로 가서 내가 만날 선지식은 대체 누구란 말이지?’

공중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무되어 길을 나서느라 바빠서 정작 물어봐야 할 것을 묻지 못한 것을 그제야 알아차렸습니다. 막막했습니다. 공중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길을 나섰으니 달리 누군가에게 물을 수도 없습니다.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나는 어쩌면 이리도 바보 같은가!
정말 물어야 할 것을 묻지 못했으니 이런 내가 진리의 길을 걸어갈 수나 있을까!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려서부터 나는 눈물이 많았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아파서 견딜 수 없어 울었습니다. 흉악한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받게 될 괴로운 과보가 걱정이 되어 울었습니다. 남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보면 괴롭힘을 당하는 이들의 모습이 안쓰러워 울었고, 괴롭히는 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울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저들의 마음에서 흉악하고 잔인한 성정을 가라앉히고 부드럽고 따뜻한 성품을 일깨워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선량한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동을 받아 울었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울보(常渧, 常悲)라고 놀렸지만 놀림을 받아도 걸핏하면 우는 습관을 고칠 수 없었습니다. 자꾸 눈물이 나왔습니다. 세상이 슬퍼서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서 빨리 내가 올곧은 수행자가 되어 수행을 완성해서 저 사람들에게 깨끗한 행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 조바심에 또 울었습니다.

이제 다 자란 어른이 되었지만 동쪽으로 가라는, 허공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무되어 무작정 길을 나섰다가 얼마나 가야할지, 누구를 만나라는 것인지를 묻지 않은 자신의 경솔함에 또다시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자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동쪽으로 가라는 그 목소리에는 어쩐지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나를 속이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섰습니다.

“가자! 며칠이 걸리든 무슨 상관이랴. 동쪽으로 나아가자. 어쩌면 내가 얼마 가지 않고 이렇게 망설이고 후회할 줄 알았기에 공중의 그 목소리는 피곤하거나 쉬고 싶다는 생각을 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지도 모른다.”

애초에 피곤하다는 생각이나 졸리다는 생각, 춥다, 덥다는 생각을 내지 말라는 말을 들었을 때 흘려들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지금 내가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밤이다, 낮이다는 생각은 시간을 재는 중생의 습관입니다. 진리를 추구하는 이가 시간을 보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어느 사이 두 다리가 가뿐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사랑하는 외아들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떠올려보자. 얼마나 슬프겠는가. 부모는 슬픔에 사로잡혀 세상 그 어떤 일에도 전혀 마음을 쓰지 못할 것이다. 나는 지금 그런 부모의 심정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오직 언제나 스승을 만나 가르침을 전해들을 수 있을까 하는, 간절하고 간곡한 마음으로 동쪽으로 나아가자.”

간신히 눈물을 닦고 이렇게 마음먹고 앞으로 나아갈 때 문득 다시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장하구나. 참으로 장하구나. 선남자여. 지금 그대 모습은 바로 과거 부처님들께서 진리를 구할 때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바로 지금의 그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라. 동쪽으로 500유순만 더 가면 성이 나온다. 향기로 가득 차서 이 성은 중향성(衆香城)이라 불린다. 그 성은 아름답고 풍요롭기 이를 데 없고 거리와 골목이 널찍하고 깨끗하다. 그 성에 담무갈 보살의 궁전이 있다. 담무갈 보살은 하루에 세 번씩 반야바라밀을 설법하니, 성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 법문을 들으러 몰려든다. 그대가 동쪽으로 나아가서 만나게 될 선지식이 바로 이 담무갈 보살이다. 이 보살이야말로 그대의 선지식이니, 그대가 최고의 올바른 깨달음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고 기쁨을 안겨줄 것이다.”

방향을 잃어버려 슬픔에 잠겼지만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한 내 마음을 공중의 목소리는 어떻게 알아차렸을까요? 하지만 나는 그 말씀에 다시 한 번 용기를 냈습니다. 밤이고 낮이고 동쪽으로 걸어가면 세세생생 나를 인도한 선지식을 만날 수 있다는 그 소식에 기쁨이 차올랐습니다. 그리고 나는 깊은 삼매에 들어갔습니다. 삼매에 들어가니 수없는 세계에서 수없는 부처님들이 법문을 설하고 계시는 모습이 펼쳐졌습니다.

나는 물었습니다.

“부처님들이시여, 이 중에 어떤 분이 제 스승이십니까? 제발 가르쳐 주십시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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