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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여시아사 허정스님의 부처님을 따라 거닐며
가섭존자와 부처님이 옷을 바꿔 입은 곳을 가다

성지순례에서 종종 마주치게 되는 것은 부처님제자들에 관한 유적들이다. 많은 제자들 중에서도 대승불교도들에게 마하까싸빠(Mahakassapa, 가섭)존자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선종에서 유명한 전법의 이야기인 삼처전심(三處傳心)이 모두 부처님과 가섭존자 사이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그 삼처전심 중에서 경전상의 근거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다자탑전분반좌(多子塔前分半座)이다. 그런데 다자탑전분반좌는 전승에 따라 사왓티 제따와나에서 일어난 일이라 하기도 하고, 웨살리(Vaisali) 서북쪽에 있던 다자탑에서 일어난 일이라 하기도 한다.

의복경(S16:11)에서는 라자가하와 날란다사이에 있던 다자탑에서 부처님과 가섭존자가 처음 만났고 그 날 서로 옷을 바꾸어 입은 것으로 나타난다. 경에서 다자탑에서 옷을 교환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증명하는 유물이 최근에 나타났다.

마하까싸빠(MahaKassapa)존자는 마가다의 마하띠타(Mahatittha)마을에서 바라문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이름은 삡빨리(Pippali)였다. 그는 부모님의 뜻대로 일찍 결혼하였으나 아내 밧다까삘라니(Bhadda Kapilani)와 논의하여 같이 출가하였다. 부처님은 삡빨리가 출가했다는 것을 아시고 라자가하 죽림정사에서 3가우따(6km)떨어진 다자탑에서 앉아 가섭존자를 기다린다. 가섭존자는 부처님을 뵙자마자 자신이 찾는 스승임을 직감하고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저의 스승이시고 저는 제자입니다.’라고 세번 고백한다. 부처님 또한 “까싸빠여, 마음으로 모든 것을 구족한 그대와 같은 제자에게 알지 못하면서도 ‘나는 안다.’고 말하고 보지 못하면서도 ‘나는 본다.’고 말하는 자는 그의 머리가 떨어질 것이다”라고 말하며 가섭존자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실로 이들은 서로에 대한 설명이 필요 없이 만나자마자 이심전심(以心傳心)이 되었던 것이다.

참배하는 스님들.

부처님은 다자탑에서 근처 근처의 숲속으로 자리를 옮기셨고 가섭존자는 나무아래 자신의 가사를 네 겹으로 접어서 앉을 자리를 만들어 드렸다. “그대가 입고 있는 가사는 부드럽구나.”라는 말을 듣고 “세존이시여,이 헤진 헝겊조각으로 만든 가사를 받아주소서.”라고 말했다. 부처님은 ‘그러면 그대는 삼베로 만든 다 떨어진 이 분소의를 입겠는가?’라고 물으셨고 결국 가섭존자와 부처님은 가사를 교환했다. 가섭존자는 이일을 매우 특별하게 여겨 자신을 소개할 때는 이일을 거론하기도 했다. 부처님은 교계경2(S16:7)에서 “까사빠여, 나 혹은 그대가 비구들을 교계해야 한다. 나 혹은 그대가 비구들에게 법을 설해야 한다." 라고 하실만치 자신과 가섭존자를 동격으로 생각하는 발언을 하셨고 실제로 가섭존자를 제외하고 당신의 가사를 누구와도 바꾸어 입지 않았다. 이런 관계가 후대에 가섭존자를 선종의 초조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부처님이 가섭존자와 가사를 바꿔 입은 장소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흥분한 마음으로 그곳을 방문했다. 아무런 안내판이 없어서 동행한 원만스님과 티벳스님을 비롯한 우리 일행은 길거리에서 한참을 헤매야 했다. 다행히 사진을 보여주자 마을사람이 주석서의 설명처럼 라자가하에서 6km지점에 있는 현재 실라오(Silao) 마을의 허름한 힌두템플로 안내해 주었다. 그곳에는 머리가 없는 불상이 모셔져있었고 불상 옆에 무릎 굵은 가섭존자의 조각상이 있었다. 힌두인들은 불상과 가섭존자의 조각상에 붉은 색깔을 칠해 놓고 그들의 신으로 섬기고 있었다. 갑자기 등장한 스님들이 힌두교사원에서 불상에 절을 올리니 마을사람들이 신기해하며 모여들었다. 삼배를 하고 좌선을 하는 우리를 그들은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지켜보며 의견을 주고받았다. 우리는 우리가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고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것 같은 마을사람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가사를 올리는 가섭존자 조각상.

가섭존자의 조각상은 겨우 무릎부분만 남아있었다. 가섭존자의 조각상이 세상에 드러난 것은 1933년 인도정부에서 이곳을 방문하여 유물을 조사하면서 부터다. 조사단은 마을에서 스님이 한쪽 무릎을 꿇고 무엇인가를 공양하는 모습의 조각상을 발견하였는데 가섭존자의 발밑에 조각된 글씨를 판독해내어 이 조각상이 가섭존자가 부처님께 옷을 올리는 장면임을 알아내었다.

비문에는 가섭존자의 아내 이름 까삘라니(Kapilani)와 가섭존자가 말년에 구루빠다(Grupada)산에 들어간 내용이 있었다. 이 조각상은 1934년 인도정부에서 발간한 책(Epigraphica Indica, Vol XXV)에서 기록되었는데 인도정부는 이 작업 이후에 이곳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 조각상은 곧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최근 나와날란다대학에서 이 사실을 알고 실라오 마을을 방문하여 잊혀진 조각상을 힌두템플에서 찾아내었다.

2011년 날란다 인근에 사는 스님들과 마을사람들이 까싸빠존자를 기리는 행사를 하였다. 그리고 동네의 한적한 곳에 땅을 기증받아 마하까싸빠를 기리는 공원을 조성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아직까지 불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가섭존자를 그 누구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대승불교, 특히 선종전통의 조계종이 적극적으로 이 불사에 참여해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구나 이곳과 가까운 라자가하나 날란다에는 아직도 한국사찰이 없기에, 가섭존자를 인연으로 이곳에 한국사찰이 들어선다면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으리라 본다. 이 마을에는 이 조각상 말고도 불상과 탑들이 여기저기에 방치되어 있는데 이 유물들도 함께 모셔야할 것이다.

그는 백이십세의 나이에 오백명의 아라한을 모아 라자가하에서 경전 결집을 주도하였다. 결집을 하고나서 20년을 더 살았다고 하니 계족산(Kukkutagiri)으로 들어갈 때 140세였을 것이다. 그는 계족산에서 부처님의 가사를 가지고 선정에 들어 미륵부처님을 기다리고 계신다고 한다. 한번 가사를 바꿔 입은 사건이 과거의 부처님과 미래의 부처님을 연결해주는 사건이 되어가는 것이다.

가섭존자가 계족산에 들어간 사건을 현장스님은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시기 전에 가섭존자에게 유언을 하셨다는 것이다. ‘나는 이제 대열반에 들고자 하나니 모든 법장(法藏)은 너에게 맡긴다. 빠자빠띠가 내게 바친 금란가사는 미륵보살이 성불할 때까지 너에게 모두 맡긴다.’ 가섭존자가 계족산 정상에 오르자 닭발모양의 세 봉우리가 열렸고 가섭존자가 그 가운데로 들어가서 앉자 세 봉우리가 합쳐졌다. 계족산은 그 후 스승이 머물고 있다고 해서 구루빠다(Grupada)라는 이름을 얻었다. 현재는 힌두교인들은 이 산을 비수뉴빠다(vishnupada)라고 부르며 그들의 성지로 여긴다고 한다.

가섭존자가 선정에들어 미륵부처님을 기다리고 있는 구루빠다(Gupada)산.

부처님은 늙음경(S16:5)에서 가섭존자가 늙어서까지 분소의를 입고 지내는 것을 안타까워하여 “그대는 이제 늙었다. 그리고 그대가 입고 있는 분소의들은 그대에게 너무 무겁다. 그대는 장자들이 보시하는 옷을 수용하고 공양청에 응하라. 내 곁에 머물도록 하라”고 부탁했지만 가섭존자는 분소의만 입고 숲에서 사는 두타행이 현재와 미래의 사람들을 연민하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부처님은 “장하고 장하구나, 까사빠여, 그대는 많은 신과 인간의 이익과 안락을 위하여 분소의를 입어라. 걸식행을 하라. 숲에서 머물러라"고 허락하셨다. 가섭존자는 ‘눈길을 걸을 때는 함부로 걷지 마라. 그대가 남긴 발자국은 뒤에 오는 이의 이정표가 되리니’라는 시구처럼 나의 삶이 후배들과 후세의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지를 염려하며 살았던 분이었다. 선종의 초조로서 가섭존자를 기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 모범을 보였던 존자의 삶의 태도를 기리기 위해서라도 마하까사빠 사원과 공원이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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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의 2018-04-14 23:16:52

    부처님 제자중 아난을 흠모하는 저는
    언제쯤이면 허정스님의 순례기에서 아난의 유적을 을 만날 수 있을까요?   삭제

    • 가섭존자 산 사진이 2018-04-14 10:10:06

      새번째 가섭존자를 모신 산 사진이
      우리나라 국립공원 산 모양과 똑같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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