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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여시아사 허정스님의 부처님을 따라 거닐며
아찌라와띠 강가에서

인도북부 지도를 보면 5개의 강이 동쪽으로 흘러 바다로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강들은 갠즈시(Gangā) 야무나(Yamunā) 아찌라와띠(Aciravatī,현재이름은Rapti)) 사라부(Sarabhū) 그리고 마히(Mahī)강인데 그중에 아찌라와띠강이 사위성과 기원정사를 옆에두고 유유히 흐르고 있다. 빠세나디왕이 머물던 왕궁에서 아찌라와띠강이 보였고 사왓티 주민들과 제따와나에 거주하는 스님들도 이 강에서 자주 목욕을 하였다하니 이 강과 관련된 이야기도 많다.

어느날 빠세나디왕이 아난다존자에게 “존자시여, 이 아찌라와띠 강은 산 위에서 큰 구름이 비를 많 이 내리면 양쪽 둑으로 범람한다는 것을 아난다 존자도 보아왔고 우리도 보아왔습니다.”(M88)라고 말하고 있듯이 이 강은 홍수로 유명해서 그때나 지금이나 홍수의 피해를 많이 겪고 있다. 홍수의 피해를 입어서 울부짓는 바라문을 부처님이 찾아가서 위로하는 내용(Snp146)이 보인다. 부처님은 아찌라와띠 강둑에서 사견(邪見)을 가진 농부 바라문에게 봄부터 정기적으로 다가가 물었다. “바라문이여,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사문 고따마여, 저는 농사지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아무 말 없이 갈 길을 가셨다. 그 뒤 다시 바라문을 찾아가서 “바라문이여,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사문 고따마여, 쟁기질을 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또 갈 길을 가셨다. 이렇게 몇달 동안 계속해서 부처님은 그 농부에게 가서 질문을 던졌고 바라문은 그때마다 “사문 고따마여 저는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저는 잡초를 제거하고 있 습니다. 저는 논을 돌보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바라문은 자신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부처님에게 “사문 고따마여, 당신은 제가 농사를 시작할 때 부터 여기를 오셨으니 곡식을 추수하면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당신에게 올리기 전에 먼저 먹지 않겠습니다" 라고 말하게 되었다.

사위성 흙성벽.

그런데 추수하기 전날 밤 사나운 비바람과 폭풍이 휘몰아치더니 모든 곡식이 태풍에 휩쓸려 가버렸다. 그는 밥 먹는 것도 마다하고 침대에 누워 괴로워했다. 이때 부처님께서 그의 집으로 찾아가서 물었다.

“바라문이여 이 슬픔이 어디서 오는지 아는가?"
“저는 모르는데 당신은 아십니까?"
"그렇다. 바라문이여 슬픔과 두려움은 갈망으로 부터 일어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게송을 읊으셨다.

"갈애가 슬픔을 낳고 갈애가 두려움을 낳는다. 갈애에서 벗어나 슬픔이 없는데 어찌 두려움이 있으랴"

바라문은 이 게송 끝에 수다원과를 성취하고 부처님의 재가신도가 되었다. 바라문을 시시때때로 찾아가서 인연을 성숙시키는 부처님, 사람마다 깨달음의 인연을 아시고 성인의 지위를 얻게 하시는 부처님, 부르지 않았어도 찾아가 기꺼이 찾아가 불청객이 되어 주시는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가 잘 드러나는 사건이다. 잦은 홍수 때문이었는지 현장스님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도 왕궁이나 왕원정사(Rājakārāma)등이 그 터만 남아 있었다고 전한다. 저녁노을이 지는 저녁에 무너진 토성에서 바라보는 사왓티는 적막하고 황량하다. 여기가 한때 번영했던 꼬살라국의 수도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저녁무렵의 사왓티는 여우울음 소리만 요란하다.

잡목과 잡풀이 무성한 사위성을 걷다보면 온통 바닥이 마른 진흙으로 뒤덮여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두꺼운 진흙층은 아찌라와티 강의 범람으로 생겨난 것이다. 이곳에 사람이 살지 않게 된 것은 대규모 홍수 탓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곳처럼 강가에 세워진 도시들은 한결같이 유적지가 진흙으로 덮여 있다. 바나강가옆에 세워진 까필라왓투의 왕궁터도 그랬고 마히강 옆에 위치한 웨살리의 왕궁과 마지막 안거를 나신 벨루가마승원터도 그랬다. 사람이 사는데 필수적으로 물이 필요하므로 강 가까이에 도시를 세울 수밖에 었었다면 그 강물이 범람해서 생겨나는 피해를 감수해야 했던 것이 그 도시들의 운명이었다. 사왓티에서 태어나 70세에 이른 노인의 증언에 의하면 60년전에는 와찌라와띠강이 사위성 500m정도 가까이에서 흐르고 있었는데 지금은 강위치가 변해 사위성에서 4km정도 멀리 떨어져 흐르고 있다고 한다. 한바탕 홍수가 휩쓸고 가면 논밭의 경계가 없어져버려 농민들은 자신의 논밭을 구분할 수 없게 되는데 그때마다 인도정부는 새롭게 측량을 해서 농부들에게 논밭을 재 분배한다고 한다.

아찌라와띠강.

사왓티에 머무는 동안 한국의 사찰 천축선원에서 한국음식을 먹으며 편안하게 머물렀다. 해외에서 장작을 때는 온돌방에 머무는 호사를 누렸으니 이보다 더한 축복이 어디 있으랴. 사왓티의 천축선원은 룸비니의 대성석가사와 함께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사찰이다. 이곳에서 외국인들과 밥먹고 차 마시는 풍경은 자연스럽다. 외국인들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공양을 대접하는 것만으로 훌륭한 포교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인도는 세계각국의 불자들이 해마다 끊임없이 모여들고있어 세계불자들과 교류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천축선원처럼 인도에 사찰을 세워 열린공간으로 운영하는 것은 한국에서 사찰을 세워 운영하는 것보다 몇십배의 포교효과가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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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의 2018-05-06 18:46:42

    흘러가는 강물을 보는 것과 바다와 하늘을 동시에 소유할 수 있는 산기슭에서 수평선을 보기 좋아하는 저는
    그저께 밤에는 중랑천변을 걸으며 귀가했습니다.
    작은 강물은 앞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내 눈에 보였습니다.
    마히강과 야무나강 이름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장미의 계절.
    저 강가에는 어떤 꽃들이 피는지 궁금합니다.
    5월은 참회의 달로 보내고 싶습니다. 한국의 불자로서.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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