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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찌라와띠강가에서 일어난 사건들

사위성 가까이에 흐르고 있는 아찌라와띠강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나그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는 하룻밤 사이에 가족을 모두 잃고 미쳐버린 아낙네 빠따짜라(Patacara)의 이야기다.

빠따짜라는 사핫티의 부유한 상인의 딸이었는데 자신의 집에서 일하는 하인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 당시 계급사회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임을 안 그들은 아찌라와띠강 건너로 도망쳐 자신들의 신분을 숨기고 살았다.

이후 아이를 갖게 되어 배가 점점 불러오자 빠따짜라는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친정에 가서 아이를 낳고자했다. 그러나 아찌라와띠강가에서 아들을 낳게 되어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도 친정으로 가다가 강가에서 산기를 느꼈다. 그런데 이때 그녀의 남편은 부인을 위해 아이 낳을 거처를 마련하다가 그만 뱀에 물려 죽게 되었다. 그녀는 혼자서 아이를 낳았고 남편이 없는 집으로 돌아갈 필요가 없게 되자 친정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강을 건너게 되었다.

지난밤 비가 와서 강물이 불어난 까닭에 한 번에 두 아이를 업고 강을 건널 수 없게 된 빠따짜라는 첫째 아이를 강둑에 놔두고 갓 낳은 아이를 업고 강을 건넜다. 강을 건넌 그녀는 나뭇가지를 꺾어서 자리를 만들고 그 위에 아이를 뉘어놓았다. 그리고는 다시 첫째 아이를 데려오려고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강의 중간 쯤 왔을 때 강둑에 뉘어놓은 간난아이를 노린 독수리가 공중에서 쏜살같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독수리가 덮쳐오는 것을 보고 두 손을 뻗어 휘저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저리 가라! 저리 가라'" 하지만 독수리는 아이를 낚아채서 날아가 버렸다. 그런데 강둑에 남아있던 첫째아이는 어머니가 강 가운데 서서 두 손을 흔들고 소리치는 것을 보고 ‘엄마가 나를 오라고 부르고 있다’고 생각해 강물로 뛰어들었다가 그만 강물에 휩쓸려 버렸다.

졸지에 두 아이를 잃은 그녀는 울면서 친정집으로 가다가 고향사람을 만나 친정 소식을 전해들었다. 간밤의 폭우로 자신의 친정집이 무너져 내리면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오빠까지 모두 죽었다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잃은 그녀는 그만 미쳐버렸다. 자신이 발가벗은 줄도 모르고 울부짖으며 돌아다녔다. 그러다 제따와나에서 부처님을 만나게 되었다. 부처님과 승가 대중 앞에 섰을 때, 그제서야 자신이 발가벗고 있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웅크린 그녀는 땅바닥에 엎드려 부처님께 말했다.

“부처님 저의 의지처가 되어주소서! 저의 보호처가 되어주소서!”

부처님은 “빠따짜라여 더 이상 괴로워하지 말라. 그대는 이제 피난처, 의지처에 왔다.” 부처님께서 여러 가지 법문으로 그녀를 일깨우고 나서 법구경 게송을 읊으셨다.

아들도 지켜줄 수 없고 부모나 친척도 지켜줄 수 없다.
죽음이 닥친 이를 어느 누구도 지켜줄 수 없다.
이와같은 사실을 잘 알아 지혜로운 이는
계율을 잘 지키고 열반으로 가는 길을 빨리 닦아야 한다.

그녀는 출가하여 깨달음을 얻었고 비구니중에서 지계제일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두 아이를 잃어버린 아찌라와띠강

아찌라와띠강변에서는 빠세나디왕과 아난다의 은밀한 대화도 있었다.

부처님이 제따와나에 계실 때 이교도들에 의해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이교도들이 부처님과 승가를 망신시키려고 순다리를 살해하고 시체를 제따와나(기원정사)에 버린 것. 그들은 자신들이 죽여서 버린 순다리의 시체를 제따와나의 구석에서 찾아낸 척 가장하고, 시체를 메고 사왓티시내로 들어가서 ‘부처님이 순다리를 살해한 것’이라고 모함하며 다녔다.

부처님을 존경하는 빠세나디왕은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교도들의 사주를 받은 유행녀 순다리는 항상 제따와나를 출입하며 “저는 사문 고따마에게 갑니다. 저는 항상 그이와 함께 간다꾸띠(향실)에서 밤을 보낸답니다"라고 소문을 낸 바 있기 때문이다. 그 순다리의 시체가 부처님이 머무시던 간다꾸띠 근처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부처님에게 의혹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빠세나디왕은 부하들을 보내 이 일을 조사하게 했지만 감히 부처님을 심문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사위성에서 탁발을 끝내고 동원정사(Pubbārāma)로 들어가는 아난다를 사람이 없는 아찌라와띠강가로 모셔서 질문을 하게 된다.

빠세나디왕은 “세존께서는 사문바라문들에게 비난받을 만한 그러한 신체적 행위를 하시겠습니까?”(M88)라는 질문으로 부처님이 살인용의자가 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아난다는 “결코 세존께서는 사문 바라문들에게 비난받을 만한 그러한 신체적 행위를 하시지 않습니다.”라는 답변으로 부처님은 살인용의자가 될 수 없음을 말했다.

빠세나디왕은 아난다의 답변을 듣고 왕궁으로 돌아갔고 부처님과 승가에 씌어졌던 살인의혹은 시간이 지나서 벗겨지게 된다. 이교도들의 부탁으로 청부살인을 한 범인들이 술을 마시다가 자기들끼리 싸움이 붙어 “순다리를 죽였다”고 실토해버린 것이다. 그 일로 인해 부처님의 부처님은 “남을 헐뜯는 자도, 자신이 해놓고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자도. 모두 나쁜 세상에 태어난다. 비열한 짓을 저지른 두 사람은 다음 세상에도 똑같은 고통을 겪는다”는 가르침을 남겼다.

마을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놓은 나무다리

석가족을 멸망시키고 돌아온 위두다바의 군대가 강가에서 잠을 자다가 홍수에 떠내려간 곳도 이곳이고 부처님이 보이신 천불화현의 기적을 보고 외도 빠꾸다까짜야나가 좌절감으로 강에 투신한 곳도 이곳이다. 이밖에도 아찌라와띠강변에서 일어난 사건으로는 날아가는 기러기를 죽인 비구이야기, 전생에 교학에 달통한 비구였지만 자만심으로 인해 죽어서 입에서 악취를 풍기는 황금색물고기로 태어난 비구 이야기, 비구니들이 강가에서 알몸으로 목욕하는 것이 부처님에게 보고되어 목욕옷을 입지 않고 목욕하는 것을 금지하는 계율이 생긴 이야기 등이 있다.

보이지 않고 확인되지 않은 범천을 믿고 범천의 나라에 태어나고자하는 당시 인도 바라문들의 어리석음을 통쾌하게 반박하는 삼명경(Dl3)도 아찌라와띠강가에 있는 망고숲에서 설해졌다. 보이지 않는 신(범천)을 말하고  천국에 태어나는 길을 가르친다는 브라만들에게 그들의 논리가 허구라는 것을 여러 가지 비유를 통해서 가르쳐주신다. 장님 줄서기 비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을 사랑하는 제일가는 미녀의 비유, 누각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사다리만 만드는 사다리의 비유, 저쪽 강언덕을 이쪽에서 부른다고 저쪽강둑이 오지는 않는다는 아찌라와띠강의 비유들이 그것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고 우리가 보지 못하는’ 천국(범천)은 맹목적인 믿음만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오계를 지키고 사무량심을 닦으면 자연스럽게 가게 된다고 부처님은 가르친다.

이렇게 강가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음미하며 아찌라와띠강 주변을 거닐면 밍밍한 아찌라와띠강이 강열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성지순례를 할 때 방문한 장소에 관련된 이야기를 미리알고 가면 순례의 감흥이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데, 아찌라와띠강이 특히 그렇다. 사위성과 기원정사를 순례하고 나서 시간을 내어 아찌라와띠강변을 거닐어 보길 추천한다. 기원정사에서 아찌라와띠강까지는 북쪽으로 3km정도 떨어져있다.

허/정/스/님/의/부/처/님/을/따/라/거/닐/며
불교포커스 여시아사(如是我思)

벌써 4번째 인도성지순례다. 인도의 기후와 도로 사정 등은 순례자에게 만만치 않지만 성지순례를 시작하는 가슴은 늘 설렌다. 스승의 발걸음을 쫓는 일은 매번 새로운 발견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첫 순례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돌아다녔기에 고생한 기억밖에 없다.

두 번째는 그래도 책을 들고 꼼꼼히 찾아 다녔다. 정보가 많지 않아 크게 느낀 것은 없고 다만 부처님의 열반지에 가서 우울증 같은 걸 겪었다. 세 번째는 나를 포함한 스님들 여섯 명과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며 경전을 읽고 토론하는 성지순례를 했는데 그 때가 가장 의미 있었다. 그런데 그 순례도 중간에 순례자 한명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는 바람에 미완의 순례가 되고 말았다.

이 번에는 많은 시간을 가지고 홀로 떠났다. 성지순례후기까지 쓸 작정을 하고 와서 그런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성지를 알게 되었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성지에서도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번 성지순례에서 느꼈던 소감을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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