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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vivkkama): 도촬의 시대, 여성으로 살아남기
  •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 소장
  • 승인 2018.06.0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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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옷핀이나 송곳, 스티커, 실리콘... 요즘 젊은 여성들에게 필수품이다. 학교 기숙사나 스포츠센타 탈의실, 까페 화장실이나 심지어는 병원에서, 여성들은 화장실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화장실 벽이나 문 앞에 작은 구멍이 없는가를 살펴야 한다. 만약 구멍이 보이면 옷핀으로 찔러보고, 몰카 렌즈가 있으면 그 렌즈를 송곳으로 깨거나 스티커를 붙인 후에 볼일을 본다. 언제, 어디서건 화장실을 갈 때마다 도촬(몰래 하는 도둑 촬영)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는, 인터넷 불법음란사이트마다 ‘화장실 몰카’가 넘쳐나기 때문이며, 또한 여고/대 화장실에서 도촬하다가 걸렸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혼자 사는 여성에게 암막 커튼 또한 필수 생활용품이다. 철없는 아이들의 장난이라고 해도 문제지만, 요즘은 도촬한 필름을 상업적으로 팔고 인터넷상에서 대량 유통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겪는 불편과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떤 여성은 지인이 불법 포르노싸이트에서 자신이 포르노배우로 나오더라는 말을 듣고 기절할 뻔 했단다. 경찰에 신고해도 서버가 외국에 있다거나 아이피 추적에 시간이 걸린다는 말만 듣게 되고, 설령 일부 사이트를 닫아도 다른 싸이트에서 여전히 자신의 사진들이 떠 있다. 그러니 도촬은 운 나쁜 여성들만 당하는 ‘사고’가 아니라, 운 좋은 여성만 피해가는 ‘일상’이 되고 있다는 말이 수긍이 간다.

도촬에 대한 여성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는 와중에 발생한 ‘홍익대 누드모델 도촬’ 사건과 ‘비공개 촬영회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고, 여남간의 불꽃튀는 논쟁은 오프라인에서도 연장되었다. 홍대 도촬건은 홍대 남성 누드모델 사진을 누군가 도촬해서 페미니스트 커뮤니티 '워마드'에 올렸는데, 경찰은 학생들과 교내 CCTV 등을 샅샅이 조사했고 매스컴은 이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그 결과 신속하게 범인을 체포했는데, 도촬은 범인 검거가 쉽지 않다고 들어온 여성들은 이처럼 피해자가 남성이고 가해자가 여성이라서 사건을 빨리 해결한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그런데 수사과정에서 가해여성의 카톡 대화가 무방비로 공개되는 2차 피해까지 낳았다.

반면 ‘비공개 촬영회 성추행’ 사건은 다수의 여성 모델들이 사진 촬영 과정에서 사진기자들로부터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고, 또 비공개로 촬영된 누드 사진들이 포르노사이트에 유통되고 있어 피해 여성들이 고발하였다. 그러나 홍대 도촬 사건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수사는 진전이 없었고 정당한 처벌도 .없었던 수사 결과로 인해, 분노한 여성들 수십 만 명이 청와대 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렸다. 또한 만 여 명의 여성들은 거리로 나가 시위를 벌였는데, 이는 ‘생물학적 여성’들만 모인 집회로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정부의 규제 미흡, 경찰의 느림보 수사, 그리고 사법기관의 솜방망이 처벌에 분노한 여성들이 ‘몰카남 퇴치’를 외치며 길거리로 나간 것이다. “가해자가 남성이면 미래 봐서 감형하고, 가해자가 여성이면 천하제일 악질인가”, “남성 중심 차별수사 각성하고 규탄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친 여성들에게 일부 남성들은 시위 방식이 폐쇄적이다거나, 편파수사가 아니라 공정수사라며 여성들을 비난하거나, 심지어는 시위 현장에 폭발물을 설치하겠다는 협박 편지도 등장했다.

사진=픽사베이.

도촬 관련 범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대검찰청의 ‘2017 범죄분석’에 의하면, 2007년은 전체 성폭력 범죄의 약 4%였지만 2015년은 약 25%로 급증했다. 그런데 처벌을 보면, 벌금형 72%, 집행유예 15%, 선고유예 7%이고 징역형은 5%에 불과했고, 벌금형도 벌금액 300만 원 이하가 80%였다.

서울 시내 지하철역 도촬 신고 건수도 2016년 587건에서 2017년 643건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경찰은 수백 건의 도촬을 한 남성을 ‘불구속’ 수사를 하고, 검찰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러니 여성들은 도촬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술을 익혀야 했다. 인터넷에서 자발적으로 성차별적인 이슈들을 드러내고 토론하며, 국민 청원을 하거나 오프라인 집회를 조직하고 대학로에 모여서 목소리를 냈다. 그 여성들이 유별나서가 아니다. 도촬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싶을 뿐이다.

 『쌍윳다니까야』에는 인간은 무수히 윤회하는 존재임을 가르치고 있다. 즉, 무명에 덮힌 뭇 삶들은 갈애에 속박되어 유전하고 윤회하므로 그 최초의 시작을 알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이 오랜 세월을 거쳐서 일찍이 한 번도 어머니가, 아버지가, 형제가, 자매가 아니었던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므로 붓다는 어머니 연배의 여성에 대해서는 어머니의 마음을 일으키고, 자매 연배의 여성에게는 자매의 마음을 일이키고, 딸의 연배의 여성에게는 딸의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 좋다고 가르치셨다.

붓다의 가르침처럼 오랜 세월 윤회의 길목에서 우리들은 한 번도 딸, 여동생, 누나, 어머니가 아니었던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내 딸, 여동생, 누나, 여동생, 어머니가 도촬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데, 왜 여남 젠더 전선이 만들어져야 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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