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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에게 반하는 다섯 가지 이유

카라나팔린과 핑기야닌-두 사람은 바라문입니다. 이름은 무척 낯섭니다. 경전에는 이렇게 후대의 불자들에게는 낯선 인물들이 많이 등장해서 그들 나름대로 보고 듣고 겪었던 부처님과의 일을 전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카라나팔린 바라문이 핑기야닌 바라문이 다가오자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 대낮에 대체 어디에서 오는 길입니까?”
핑기야닌 바라문이 대답했습니다.
“수행자 고타마에게 다녀오는 길입니다.”
그가 다시 물었습니다.
“수행자 고타마는 지혜로운 자입니까? 현명한 자입니까?”

바라문은 신을 섬기는 사제계급이라서 자부심이 아주 크지요. 그들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자신들보다 낮은 크샤트리아 계급이라며 대놓고 무시합니다. 그런데 바라문 계급 사람들 중에도 부처님을 뵙고 그 분의 제자가 되는 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바라문들은 이런 ‘세태’에 우려를 표하거나 방해하기도 하고, 대놓고 논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논쟁을 벌였다가 자신들의 성급하고 짧은 식견을 뉘우치고 부처님의 제자나 혹은 신자가 되는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핑기야닌 바라문이 부처님의 제자가 된 사연은 경전에 실려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바라문으로서 부처님에게 감화되어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틈만 나면 부처님을 찾아뵙고 말씀을 청해듣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의 표정에 행복한 기색이 역력했음이 틀림없습니다. 같은 바라문인 카라나팔린은 궁금해졌습니다. 대체 고타마란 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핑기야닌은 뜻밖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제가 어찌 부처님 지혜의 깊이를 알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이 얼마나 지혜로운 분인지를 알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부처님만큼 깨달은 사람일 것입니다.”
“수행자 고타마가 그렇게 훌륭하십니까? 지금 당신은 다시 없이 가장 훌륭한 말로 그를 칭송하고 있습니다.”
핑기야닌은 다시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어찌 감히 그 분을 칭송할 수 있겠습니까? 신들과 인간 가운데 으뜸가는 분이신 걸요.”

부처님의 경지를 가늠할 수도 없을뿐더러 감히 칭송조차도 하지 못한다는 핑기야닌입니다. 그러자 카라나팔린은 더 궁금해졌습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수행자 고타마에게 그토록 반하신 것입니까?”

핑기야닌은 자신이 부처님에게 반한 이유를 다섯 가지로 대답합니다.
“첫째는, 부처님 가르침을 들을 때면 그 어떤 다른 이의 가르침을 바라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난 음식을 먹을 때면 그 어떤 음식도 먹고 싶지 않는 것처럼 말이지요.
둘째는, 부처님 가르침을 들을 때면 언제나 마음이 흡족해지고 청정한 믿음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배고픈 사람이 꿀떡을 얻어서 맛을 볼 때마다 달콤한 맛을 보는 것처럼 말이지요.
셋째는, 부처님 가르침을 들을 때면 언제나 기쁨과 희열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질 좋은 향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향이 나는 것처럼 말이지요.
넷째는, 부처님 가르침을 들을 때면 언제나 슬픔이나 괴로움, 불만과 절망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지독한 병을 앓다가 훌륭한 의사를 만나면 순식간에 병이 낫는 것처럼 말이지요.
다섯째는, 부처님 가르침을 들을 때면 언제나 온갖 걱정과 피로와 번민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더위에 지치고 갈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맑고 차가운 샘물을 만나면 그곳에 들어가 목욕하고 물을 마셔서 더위와 갈증을 일시에 날려버리는 것처럼 말이지요.
이러니 어찌 부처님에게 반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핑기야닌의 대답에 바라문 카라나팔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석가모니 부처님 계신 곳을 향해 합장하고 귀의합니다.(앙굿따라 니까야 제5권)

불교를 믿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라고 대답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길은 참 어려워서 감히 ‘깨달음’이라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지금 이 핑기야닌도 그런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는 부처님을 뵙고 가르침을 들을 때면 세상 그 어떤 가르침도 필요치 않게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믿음을 얻고 더 이상 바랄 게 없고 기쁨이 샘솟는다고 말합니다. 슬픔이나 괴로움이 사라지고 온갖 걱정과 피로와 번민이 사라진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불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교리를 치밀하게 공부하지 않더라도 절에 가서 부처님 앞에 합장하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경전을 천천히 읽어가다가 마음 저 깊은 곳에서부터 깨끗한 감동이 우러나와 즐거워지는 것! 그래서 “당신은 절에 왜 다니는가?”라고 누군가가 물었을 때 “행복해지고 근심걱정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라고 편안한 기색으로 대답할 수 있다면…. 표정이 온화하고 총기가 서려 있어서 그 누가 보더라도 “당신이 믿고 있는 그 불교가 정말 그렇게 매력적인가요?”라고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면….

경전을 뒤적이다 그 옛날 바라문 두 사람이 주고받는 이야기가 참 아름다워 소개합니다. 핑기야닌의 표정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도량의 분위기를 보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이/미/령/의/사/람/이/經/이/다
불교포커스 여시아사(如是我思)

경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한 사람씩 만나보려 합니다. 인물 하나가 경 하나입니다. 사람보다 더 귀하고, 사람보다 더 중한 것이 어디 있을까요? 그래서 연재 제목도 ‘사람이 경이다’로 정했습니다.

경전번역가, 불교 칼럼리스트, 책 칼럼리스트, 불교교양대학 강사. 불광불교대학, 동산불교대학, 대전보현불교대학, 등에서 불교강좌를 맡고 있고, 현재 BBS 라디오 <멋진 오후 이미령입니다>, , 불교포커스 팟캐스트 <이미령의 책잡히다> 를 진행중이다. 책읽기 모임 <붓다와 떠나는 책여행>과 대안연구공동체의 직장인 책읽기반 등을 열고 책읽는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반론ㆍ정정ㆍ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이메일(budgate@daum.net)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불교포커스'에서 생산한 저작물은 누구나 복사할 수 있으며, '정보공유라이센스 2.0: 영리금지 개작금지'에 따릅니다. 정보공유라이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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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정심 박치우 2018-06-24 19:59:27

    청정심 박치우
    http://bakchiu.blog.me



    불교는 부처를 추종하지 않고
    마음을 공부하여 진리를 깨달아
    스스로 부처가 되는 종교이다   삭제

    • 무애행 2018-06-24 18:32:57

      mbc Pd수첩에 나온 도박, 성폭행스님들 수사촉구서명 해주셔요

      국민청원 - http://www1.president.go.kr/petitions/26439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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