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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cāritta): 세상에 내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없기를
사진은 지난해 11월 23일 세계 각국의 참여불교 활동가들이 자제공덕회에서 운영하는 타이베이 불교자제종합병원을 방문한 모습. 불교포커스 자료사진.

“여성이 가정을 잘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성과 마찬가지로 사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자비심으로 사회적 실천에 참여하고 전 인류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은 내 가족을 중생으로 확대한 것이며, 이야말로 진정한 삶이 아닌가!”

대만불교 불광산사의 성운스님, 법고산사의 성엄스님, 중대선사의 유각선사와 함께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자제공덕회의 증엄스님은 20대 초반 출가를 하면서부터 성평등을 실천하려는 각오를 했다. 대만불교는 2차 대전 후 지식인을 중심으로 기독교신자가 증가한 반면 불교는 미신적이라며 배척을 당하는 등, 한국불교와 그 처지가 매우 유사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불교는 기독교에 이어 두 번째 종교로 전락했지만, 대만불교는 인구의 80%가 불교신자이며 전 세계 200여 곳에서 포교에 앞장서고 있다.

어떻게 대만불교는 이토록 발전할 수 있었을까? 국민적으로 추앙받는 종교지도자들이 있고, 투명한 사찰 운영과 체계적인 신도 조직, 그리고 적극적인 인재육성과 활발한 도심포교 등이 그 원동력일 수 있다. 반면에 한국불교는 파란 눈의 스님이 견디지 못하고 떠날 정도로 권위적이며, 물질만능에 심하게 오염되어 있다. 파벌싸움, 돈선거, 은처, 도박, 학력 위조 등 입에 담기도 부끄러울 지경이고, 계율과 종법이 통하지 않아 자정능력조차 상실했다는 비판도 있다.

반면 대만불교는 놀라운 점이 또 있다. 재가자가 출가자와 같은 가사를 입고 예불을 할 정도로 출·재가가 함께 수행하며, 비구니를 리더로 인정하는 등 사부대중이 상대적으로 평등하다는 것이다. 특히 출가자는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사찰에서 지원받으므로 가사에 주머니가 없을 정도로 돈을 만지지 않고, 사찰 운영은 재가자의 몫이다. 아무리 작은 보시금이라도 일일이 적어서 투명하게 재정을 공개하고, 몇 사람이 큰 돈 기부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작은 돈을 정기적으로 기부하도록 해서 기부 자체를 수행으로 가르치고 있다.  

‘살아있는 관세음보살의 화현’으로 불리는 증엄스님은 사찰이 각종 입시기도나 천도제 등 시주금에 의존하기 보다는 자립해야 함을 강조했다. 탁발보다는 ‘일하지 않으면 먹지 않는다.’며 스님들의 노동을 중시하며, 사찰 스스로의 경제적 자립을 중시했다. 소매가 너덜너덜해진 가사를 입고 있는 비구니스님을 통해 일상에서의 소박한 수행생활을 짐작할 수도 있다.

그리고 증엄스님이 설립한 자제공덕회는 단순히 모금을 해서 기부하는 단체가 아니고, 법당 청소나 공양간 봉사 등 사찰 안에서의 신행을 중시하지 않는다. 사찰 밖으로 눈을 돌려서 고난에 빠진 중생이 있는 곳을 찾아가서 직접적인 도움을 주며, ​보살도를 실천하는 것을 강조해왔다. 마치 1,000개의 손과 1,000개의 눈을 가진 관세음보살이 동시에 여러 곳에서 고통에 빠진 중생을 구제하듯이, 500명 단위로 조직된 자원봉사자들이 지진이나 홍수 등 재난 현장으로 달려가서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의 역할을 대신하게 함으로서 출가와 세속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임을 실천하였다.

그 결과 자제공덕회는 병원, 종합대학, 방송국, 잡지 등을 갖춘 세계 최대의 자선단체로 보살행을 펼치고 있는데, 이는 굳이 불교를 드러내지 않고도 사랑을 베푸는 ‘대애(great love)사상’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사의 괴로움과 어려움을 구제하는 활동 과정에 비구·비구니, 출·재가, 여·남의 차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교단 조직에서 비구, 비구니, 남성신자, 여성신자라는 위계 속에 복종과 희생만을 강요한다면, 여성신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작년 3월, 한국불교사에 처음으로 비구니와 재가여성불자가 성평등한 종단을 만들자며 ‘성평등불교연대(성불연대)’를 창립하였다. 사부대중이 평등한 종단을 위해서는 그동안 차별받은 불교여성, 비구니와 재가여성의 연대가 필수적이었다. 그리하여 성불연대는 성폭력 가해자로 추정되는 비구의 처벌을 위해 40여 회의 피켓팅 시위, 연명장 받기, 판·검사 청원서 제출, 재판 증언, 원정 시위 등을 진행했다. 결국 해당 비구는 법적 처벌을 받는 등의 성과도 있었다.

그리고 올해, 미투운동의 여파로 인해 재가여성과 비구니자매가 종단내 지도적 위치에 있는 비구스님들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며 폭로했고, 재가여성단체들은 위의 사건과 동일한 원칙으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종단에 요구하였다. 하지만 비구니단체들은 입장을 달리하였고, 결국에는 성불연대와 연대 종결을 주장하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종단 언론들도 나서서 성불연대를 와해시키려고 하는 등, 비구중심 종단에서 성평등을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보여주었다.

“세상에 내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없기를
 세상에 내가 믿지 않는 사람이 없기를
 세상에 내가 용서하지 않는 사람이 없기를
 마음의 번뇌와 원망, 근심 버리고
 만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허공 가득 다함이 없기를.”

인간에 대한 무한한 자비와 큰 사랑의 실천을 위한 증엄스님은 이렇게 기도를 하신다고 한다. 사부대중이 평등한 교단을 위해, 비구니승가와 여성불자가 손을 맞잡고 불교여성 인권 보호에 앞장서기 위해 여성신자들의 성평등 실천 활동은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되어야 한다. 증엄스님의 기도처럼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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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다 2018-07-03 10:20:42

    구구절절 옳은 말씀입니다
    개혁이 결코
    쉬울리 없으니
    지치지마시옵기를 기원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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