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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

아늑

 쫓겨 온 곳은 아늑했지, 폭설 쏟아지던 밤
 깜깜해서 더 절실했던 우리가
 어린 아이 이마 짚으며 살던 해안(海岸) 단칸방
 코앞까지 밀려온 파도에 겁먹은 당신과
 이불을 뒤집어쓰고 속삭이던,
 함께 있어 좋았던 그런 쓸쓸한 아늑

 아늑이 당신의 늑골 어느 안쪽일 거란 생각에
 이름 모를 따뜻한 나라가
 아늑인 것 같고, 혹은 아득이라는 곳에서
 더 멀고 깊은 곳이 아늑일 것 같은데
 갑골에도 지도에도 없는 아늑이라는 지명이
 꼭 있을 것 같아
 도망 온 사람들 모두가
 아늑에 산다는, 그런 말이 있어도 좋을 것 같았던

 당신의 갈비뼈 사이로 폭폭 폭설이 내리고
 눈이 쌓일수록 털실로 아늑을 짜
 아이에게 입히던
 그런 내밀이 전부였던 시절
 당신과 내가 고용히 누워 서로의 곁을 만져보면
 간간한, 간간한 온기로
 사람의 속 같던 밤 물결칠 것 같았지

 포구의 삭은 그물들을 만지고 돌아와 곤히 눕던 그 밤
 한쪽 눈으로 흘린 눈물이
 다른 쪽 눈에 잔잔히 고이던 참 따스했던 단칸방
 아늑에서는 모두 따뜻한 꿈을 꾸고
 우리가 서로의 아늑이 되어 아픈 줄 몰랐지
 아니 아플 수 없었지

- 민왕기, 「아늑」 중에서 -

최근 제주도에 예맨 국민 오백여명이 난민신청을 하면서 이들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예맨은 아라비아반도의 남서쪽 모서리에 있는 나라로 우리나라보다 5배쯤 넓다. 인구는 우리의 반 정도인데 대부분 이슬람신자다. 56년째 내전 중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식량과 물 부족에 시달리고 콜레라 같은 전염병이 만연해 의료진의 도움이 절실한 곳이다. 생명에 위협을 느껴 난민을 신청한 사람들이 28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정치나 이념이 대체 뭐라서 사람들을 이토록 피 흘리는 죽음으로 내모는 건지. 또 평화가 제일 중요한 가치여야 할 종교가 어째서 인간을 희생양으로 삼는 건지.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프다.

‘아늑’이라는 곳이 있다면, 파도가 코앞까지 밀려오는 남루한 단칸방이라도 있어서 도망 온 사람들 모두 곤한 몸을 누이고, 따뜻한 꿈을 꾸면서 함께 울 수라도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우리, 곁을 나눠야 하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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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18-07-07 11:07:55

    곁을 나눌 사람이 있고 그냥 물질만 보시하고 말아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불교국가 미얀마가 로힝야족 때문에 골치 는 걸 보시고도 곁을 나누자고 하십니까?
    남의 나라에 왔으면 그 토착민들과 함께 어울리며 둥글게 살아야 하는데 저들 교리 자체가 단순한 종교가 아닌 삶의 방식이기에 자기들 사는 방식을 현지화 시키면 그것은 더이상 이슬람이 아니게 됩니다. 그래서 저들이 어딜 가든 동화되지 못하고 토착민과 분란을 일으키는 겁니다.
    지금 당장 불쌍하다고 도와주면 미래에 미얀마처럼 대량 학살을 하든 내 땅을 떼어주든 해야 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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