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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중특집] 아라한의 어머니, 아귀가 되다우다라 비구의 어머니 이야기 ①

우다라.

왕사성에서 둘째가면 서러울 부유한 상인 집안의 외아들입니다. 부모의 사랑을 담뿍 받으며 자라다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우다라가 가업을 물려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우다라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습니다. 부처님에게 나아가 수행하고 싶었지요.

‘대대로 우리 집안은 장사를 해서 큰돈을 벌어왔다. 하지만 이제 이런 일은 그만두고 싶다. 나는 수행자가 되고 싶다.’

우다라는 속마음을 어머니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어머니는 펄쩍 뛰었습니다. 당연합니다. 금지옥엽 외아들이 당연히 가장이 되고 대대로 이어온 가업을 물려받으면서 세상 사람들 누구나 부러워하는 안락과 풍요로움을 누리며 살다가 저 세상으로 행복하게 떠나가는 것이 어머니의 가장 큰 바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네 아버지 세상 떠나고 이제 내 유일한 위안이라고는 너 하나 바라보는 것이다. 그런데 나를 떠나서 출가하겠다고? 절대 허락할 수 없다. 정 출가하고 싶거든 내가 죽은 뒤에나 하려무나.”

완강한 어머니 앞에서 아들은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어머니께서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높은 곳에 올라 몸을 던지거나 독약을 마시고 죽어버리겠습니다.”

경전을 읽다보면 이런 극단적인 말을 부모에게 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부처님이 살아계시던 시절에도 출가한다는 일이 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부모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식을 말렸고, 자식 역시 극단적인 행동이나 말을 해서라도 출가하려는 뜻을 관철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겁이 더럭 났습니다. 아들을 달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어떻게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니? 우다라야, 꼭 출가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이 집에서 훌륭한 스승님들을 모시고 가르침을 들으면 그것도 출가만큼이나 뜻 깊은 일 아니겠니? 수행자들이 오신다면 내가 극진히 공양을 올리겠다.”

우다라는 일단 한 발 물러섰습니다. 그리고 출가해서 수행하는 이들을 자주 집으로 모시고 공양을 올리며 가르침을 들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출가를 막기 위해서 그런 제안을 했지만 출가자들이 자주 드나들자 싫었습니다. 아들이 없을 때는 대놓고 험한 말도 퍼부었지요.

“어찌 제 힘으로 먹고 살지 못하고 남의 손에서만 얻어먹으려 하시오? 정말 보기도 싫소!”

심지어는 그들에게 공양 올릴 음식들을 보란 듯이 그냥 땅에 버리기까지 했습니다. 우다라가 집에 없을 때 벌어지는 일들이라 그는 어머니가 수행자들을 푸대접하는 줄은 까맣게 몰랐습니다. 그저 어머니가 공양을 잘 해서 복을 쌓고 계시겠거니 생각하며 지냈습니다. 어머니도 아들에게 이렇게 거짓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네가 없는 동안 수행자들께서 오셨기에 내가 아주 극진히 공양을 올렸다. 그분들도 흡족해서 돌아가셨지. 얼마나 푸짐하게 공양을 올렸던지 저기 보렴. 음식이 남아서 저렇게 버렸단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아들은 그제야 자신이 품어왔던 바람을 이루게 됐습니다. 출가가 늦어진 만큼 우다라는 치열하게 정진했고 마침내 가장 높은 성자의 단계인 아라한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아라한이 된 우다라 스님이 강 언덕 굴속에서 좌선을 하고 있었을 때입니다. 아주 흉측한 모습의 아귀 하나가 굶주리고 목이 말라 고통스러워하며 스님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귀가 말했습니다.

“내가 너의 어미다.”

우다라 스님이 깜짝 놀라 물었습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어머니는 언제나 보시하기를 좋아하셨습니다. 늘 수행자들에게 기쁘게 베푸신 분 아닙니까? 그런 분이 어떻게 인색한 자들이 가는 아귀의 세계에 떨어지셨단 말입니까?”

그러자 아귀가 대답했습니다.

“아니다. 나는 그분들에게 음식을 베풀지 않았다. 난 남에게 내 것을 주는 것이 아까웠다. 네가 없을 때면 모질게 욕을 퍼붓고, 아깝게 주느니 차라리 음식을 땅바닥에 버리곤 했었지. 그 인색했던 행위의 과보로 지금 이렇게 아귀의 몸을 받았고, 나는 20년 동안이나 어떤 것도 입안에 넣지 못했다. 물이 있는 곳으로 가면 물이 말라 버리고, 과일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면 과일 나무가 다 시들어 버리더구나. 그래서 난 지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굶주려 있고 목이 마르구나.”

아들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어째서 그런 일을 저지르셨단 말씀입니까?”

“보시하기는 했지. 하지만 늘 아까웠다. 내 것을 지키고 싶었고 남에게 주기가 너무나 아까웠어. 그리고 올바르게 수행하는 이들을 공양하기는커녕 욕설을 퍼부었으니 지금 이런 과보를 받는 게지. 아들아, 지금이라도 네가 나를 위해 부처님과 승가에 공양을 올리고 보시하고 참회할 자리를 마련해주지 않으련? 그렇다면 나는 이 아귀의 세계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아들인 우다라 스님은 잠시도 머뭇거릴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이 아라한이면 뭐합니까. 어머니는 아귀가 되어서 저렇게 고통 받고 있는데 말이지요. 그는 갖가지 맛난 음식을 준비해서 부처님과 승가의 스님들을 청해 공양을 올렸습니다. 부처님과 스님들이 공양을 마칠 무렵 아귀가 그 자리에 나타나서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며 참회했습니다. 부처님은 아귀를 위해 가르침을 베푸셨고, 아귀는 자신의 잘못을 부끄럽게 여겼습니다. 그날로 아귀세계에서 목숨을 마친 어머니는 다른 곳에 났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날아다니는 아귀가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다시 아들인 우다라 스님에게 나타나서 이렇게 청했습니다.

“여전히 나는 아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나를 위해 사방 승가에 침상이나 이부자리를 베풀어주지 않겠니? 그러면 나는 완전히 아귀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우다라 스님은 다시 어머니를 위해 음식과 침상과 이부자리를 갖추어 사방 승가에 공양 올렸습니다. 그 공양을 마칠 즈음 아귀가 다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어 자신의 지난 잘못을 고백하고 참회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에 목숨을 마치고 천상세계인 도리천에 태어났습니다.

도리천에 태어난 어머니는 자신이 지나온 삶을 되짚어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내가 무슨 복을 지었기에 이런 천상에 태어났을까? 아, 그렇구나. 전생에 내 아들이었던 우다라 스님이 나를 위해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부처님과 승가에 베푼 덕분이구나. 그래서 내가 아귀 세계를 벗어나 이렇게 천상에 태어났구나. 이제 나는 부처님과 승가의 은혜를 갚아야겠다.”

이제는 천상의 존재가 된 어머니는 화려하게 치장한 뒤에 하늘의 향과 꽃을 가지고 내려와 부처님과 아들이었던 우다라 스님에게 공양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자 부처님은 그 어머니를 위해 가르침을 베푸셨습니다. 차분히 가르침을 새겨들은 천신은 마음이 열리고 가르침의 뜻을 이해하게 되었고 성자의 첫 번째 단계인 수다원과를 얻었습니다. 수다원과를 얻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면서 예를 갖춘 뒤에 천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찬집백연경>제5권에 담겨 있는 우다라 스님 이야기가 어쩐지 친숙합니다. 음력 7월15일 우란분절(백중)에 절에서 듣는 목련존자와 아귀 어머니 이야기와 상당히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목련 존자 이야기는 그 진위를 좀 짚어봐야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월간 불광>(2018.5월호)에도 기고한 바 있으니 여기서는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무엇보다 우다라 스님 이야기 역시 석가모니 부처님이 살아계시던 시절에 진짜 있었던 이야기인가 하는 점도 짚어볼 필요는 있습니다. 아라한이라면 중생이 짓고 있는 선악업과 그 과보를 환히 꿰뚫어볼 능력을 갖추었다는데 제 어머니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몰랐을까 하는 점이 의아합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위해 부처님과 승가에게 극진한 공양을 올렸다는데 탁발로 끼니를 잇고 재가신자들의 공양으로 꼭 필요한 물품만을 소지하는 스님이 어떻게 극진한 음식과 이부자리 등을 올릴 수 있었는지도 의아합니다.

이 두 가지 점만을 보더라도 이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 고스란히 믿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인의 눈으로 보자면 그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옛 이야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설화에 담긴 뜻은 불교가 지향하는 바를 일러주고 있습니다. (계속)

 

이/미/령/의/사/람/이/經/이/다
불교포커스 여시아사(如是我思)

경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한 사람씩 만나보려 합니다. 인물 하나가 경 하나입니다. 사람보다 더 귀하고, 사람보다 더 중한 것이 어디 있을까요? 그래서 연재 제목도 ‘사람이 경이다’로 정했습니다.

경전번역가, 불교 칼럼리스트, 책 칼럼리스트, 불교교양대학 강사. 불광불교대학, 동산불교대학, 대전보현불교대학, 등에서 불교강좌를 맡고 있고, 현재 BBS 라디오 <멋진 오후 이미령입니다>, , 불교포커스 팟캐스트 <이미령의 책잡히다> 를 진행중이다. 책읽기 모임 <붓다와 떠나는 책여행>과 대안연구공동체의 직장인 책읽기반 등을 열고 책읽는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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