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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걸어본 적이 있나요?
  • 김건중_참여불교재가연대 간사
  • 승인 2018.08.02 01:41
  • 댓글 8

평소에 “너 목숨 걸고 뭐 해본 적 있어? 너 무언가에 목숨을 걸어봤어?” 라는 질문은 보통 최선을 다해본 적이 있느냐, 집중해본 적이 있느냐 정도의 의미로 쓰입니다. 하지만 불교계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들의 이목이 쏠린 설조스님의 단식을 생각하면 짐짓 무겁고 쓰린 질문입니다. 그래도 반드시 해야 할 질문입니다. 단식장을 지켰던 사람도, 안 지켰던 사람도, 단식장에 찾아왔던 사람도, 못 찾아왔던 사람도, 우리는 서로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꼭 이 무거운 질문을 해보아야 합니다.

“목숨을 걸어본 적이 있나요?”

목숨을 걸만큼 꼭 이루고 싶은 꿈, 소망이 있었는지. 그래서 진짜로 걸어본 적이 있는지. 상상으로라도 그 꿈을 위해 죽을 수 있는지. 아니면 반대로 결코 보기 싫고 겪기 싫은 일이 나의 죽음으로써 막아진다면, 나는 그것을 위해 죽을 수 있는지. 죽는 것이 더 나은 경우에 나는 진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지. 내 목숨은 나만의 것인지, 아닌지. 나만의 것이라 하면 목숨을 내놓는 것은 온전히 나만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인지. “목숨을 걸어본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에는 이런 모든 것들이 다 담겨있습니다. 이 질문을 해야 설조스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어본 적이 있습니다. 

학생대표자로서, 학생들과 논문표절 낙하산 총장을 퇴진시키자고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습니다. 허나 저는 약속도 못 지키고 죽지도 못했습니다. 이도저도 못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습니다. 설조스님께 이 괴로움을 안겨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설조스님의 단식을 말리고 싶었습니다. 저 극악무도한 적폐세력들은 결코 쉬이 변하지 않을 것이며, 설조스님이 만에 하나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면 가장 손뼉 치며 좋아했을 것입니다. 많은 불자들이 분연히 일어나 종단개혁을 외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지만, 그것도 설조스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불교적폐청산과 종단의 개혁을 설조스님께서 앞으로도 성직자로서 이끌어주셔야 합니다. 물론 스님의 의지를 억지로 꺾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목숨을 건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래서 더 말리고 싶었습니다. 

참스님을 잃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기도 하거니와 한국불교의 큰 타격이자 손실입니다. 하지만 스님의 뜻을 아니까 말릴 수도 없었습니다. 발만 동동 구르며 시간은 흘러갔고,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뿐이라 속이 타들어갔지만, 다행히도 설조스님께서는 병원으로 가셨습니다. 아마 많은 도반님들도 저와 같은 심정이실겁니다. 그래서 저번 법회 때는 결례를 무릅쓰고 도반님들께 스님 단식 좀 같이 말려보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여기 모인 우리 불자들이 함께 읍소드리자고 했습니다.

앞으로 나쁜 중들 몰아내고 한국불교 살려내기 위해 여기 모인 저희들이 더욱 분발할테니, 이제는 건강을 회복하시고 계속 저희들을 이끌어주십사 선 채로 삼배를 올렸습니다. 몇몇 단체 대표자 분들은 천막 앞으로 가 엎드려 눈물로 읍소했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리고 스님의 뜻을 꺾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이 아프고 괴로웠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눈물이 스님을 더 힘들게 하는 건줄 알면서도 그리 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서로 부둥켜안고 엉엉 운 것과 다름이 없는 형국이었습니다.

한켠에서는 저를 혼내는 거사님이 계셨습니다. “당신이 뭔데 설조스님께 단식을 중단하시라마라 하느냐”며 화를 내셨습니다. 저는 연신 죄송하다고만 했습니다. 사실 맞는 말씀을 하신거였습니다. 스님은 온 몸으로 공양을 드리는 중인데 그걸 제가 하지 마시라 한 것이니 매우 무례하고, 보는 이에 따라 몹시 분노할만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 마음을 알기에 죄송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 그리고 함께 읍소한 불자들의 마음도 알아주셨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스님 뜻을 모르고 한 일이 아니니 말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떼쟁이들이 막무가내로 스님을 말리려 한 것이 아니니 말입니다. 여하튼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크게는 다 같은 뜻이었다는 것을 몸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스님께서는 꿋꿋이 의지를 펼쳐나가시겠다 하셨습니다. 눈물겨운 불자들의 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함께 부패교단을 올바르게 바꾸어 회향하자고 하셨습니다. 정말 큰스님이고 참스님이셨습니다. 특히 농부는 농사가 어찌될지 모르나 그저 할 뿐이라는 말씀이 뼈저리게 다가왔습니다. 맞습니다. 어찌 우리가 늘 풍년만 맞겠습니까. 교단을 청정하게 바꾸어 불교를 살리는 것은 그게 될지 안 될지 계산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그저 해야 할 일일 뿐입니다. 설조스님 말씀에 찬탄 또 찬탄했습니다. 이제는 그 설조스님과 함께 계속 싸워나갈 수 있습니다. 설정원장 하나의 퇴진으로는 아무것도 의미가 없습니다. 자승 카르텔을 무너뜨리고 청정한 한국불교를 만들기 위한 제도와 구조 개선을 위해 끝까지 싸워야합니다.

다시 한 번 되물어 봅니다. 목숨을 걸어본 적이 있나요. 한국불교를 위해 목숨을 걸어본 적이 있나요. 부패한 자들을 몰아내기 위해 목숨을 걸어본 적이 있나요. 더 많은 사람들을 분연히 일으키기 위해 목숨을 걸어본 적이 있나요. 이런 것들을 이루기 위해 목숨을 걸어본 적이 있나요. 못 이루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나아서 목숨을 걸어본 적이 있나요. 목숨을 걸어본 적이 있나요…….

답은 있습니다. 그래야 할 때가 온다면 반드시 그래야만 하겠지요. 그리고 결코 막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시대의 명령, 밀려오는 의지, 개혁의 운명, 일렁이는 꿈. 그것들을 위해, 그리고 혹시 모르게 찾아올 그래야만 하는 날을 위해 우선 오늘을 열심히 살아냅니다. 목숨을 걸기 위해 목숨 걸고 우선은 오늘을 살아냅니다. 함께 목숨걸고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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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숨걸고 2018-08-03 09:59:54

    무언가를 목숨걸고 해야만 소리가 전달되는 사회는 야만입니다.
    누군가, 또는 어느 집단이 내는 소리가 적더라도, 정당하다면 반영되는 게 잔정한 시민사회라 생각해요   삭제

    • 감동 2018-08-02 20:55:25

      목숨건 단식을 경험한자 만이 느낄수있었던
      이야기 감동입니다.이런현실에서
      외치는 불자들의 불교 적폐청산 소리가 전국방방곡곡으로 퍼져서 불교적폐가 하루속히 청산되기를 바랍니다   삭제

      • 제목이 멋집니다. 2018-08-02 19:35:18

        올바른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보자. 고맙습니다.   삭제

        • 김영희 2018-08-02 09:38:48

          김건중님과 설조스님 그외분들과 뜻을 함께 합니다
          불자는 아니지만 목숨걸고 지켜내고자 하는 설조스님의 마음을 알기에~
          후방십자인대로 파열로 걷기힘들지만 이더위를 온몸으로 막아내는 스님 마음을 알기에~
          스님 건강이 몹시염려되어~
          밀알의 마음이라도 보태려는 마음에~
          스님계신 천막앞에 섰는데 왜 이리 눈물콧물이 나던지~
          이렇게 옳은 소리 내 주셔서 든든하고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삭제

          • 혜의 2018-08-02 08:12:31

            김건중님!
            존경합니다.
            저는 생을 너무 가볍게 여겨서 목숨 걸고 해본 일이 없습니다.
            지금은 이 더위에 지쳐 나자빠질 정도입니다.
            서울의 공식최고기온이 39.6도지만 우리 중랑구는 어제
            40도에서 멈추더군요. 기상청 서울 동네 예보는 40도 까지만 측정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우리 동네 최고기온은 41도 였을 겁니다.
            이 무더위에
            목숨걸고 한 번 공부에 도전해 보고 싶으나 몸이 말을 안 듣습니다.
            감사합니다.   삭제

            • 참불자 2018-08-02 06:48:11

              살아있는 언론이있어 감사합니다   삭제

              • 감사 2018-08-02 06:07:29

                고맙습니다.불교닷컴.포커스.응원합니다   삭제

                • 공부좀하자 2018-08-02 04:49:35

                  원서 20장써서 딱 한군데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합격했으면 그나마 너에게 대학생이라는 타이틀을 준 부처님의 가피가 있었구나 생각하고 이 사회의 동량이 되기위하여 머리속 지혜를 개발하자...헛된 아수라들이 만들어내는 아수라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아수라가 되지말고..지금 이순간 너가 만들어내는 그 생각들의 편린들은 어디서 오는것일까..왜 넌 그렇게 아수라들만있는곳만 아댕길까??또 한 아수라는 왜 나에게 이런 쓴소리를 할까?? 대답없는 변하지 않는 업보겠지만 그냥 아냐...한순간 자네가 진정한 불자가 될지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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