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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보다 법이 앞서는 승가
  • 박호석_ 전 대한불교삼보회 이사장
  • 승인 2018.11.13 08:00
  • 댓글 9

  총림의 강원에서 학인들에게 필수과목으로 강의되던 책 가운데 <서장(書狀)>이 있습니다. 이 책은 중국 송나라 때, 간화선을 주창하여 임제종(臨濟宗)의 선풍을 드날린 대혜종고(大慧宗杲,1089~1163) 선사가 재가자에게 참선공부를 지도하면서 주고받은 편지를 모아 엮은 것입니다. 비록 재가자를 가르친 내용이지만 거기에는 간화선의 요체가 담겨 있어서 강원의 필수과목일 만큼 출가자들에게도 중요합니다. 특히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이 예전에는 임제종이라고도 했으니 대혜 선사가 얼마나 중요한 분인지, 게다가 그가 완성한 간화선이 조계종의 기본수행 방식이므로, 서장이 얼마나 중요한 책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서장>에서 대혜 선사가 추밀(樞密)의 관직에 있던 부계신(富季申)에게 보낸 편지에는 ‘아차문중불론초기만학(我此門中不論初機晩學)’이란 구절이 나옵니다. ‘선문(禪門)에서는 신참과 구참을 따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임제의 문중은 오직 법의 수승함만을 가릴 뿐, 밥그릇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사실 이러한 선문(禪門)의 전통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불교에 잘 이어져 왔습니다. 23세의 약관에 동학사 강사에 추대되었던 경허성우(鏡虛惺牛,1849-1912), 33세에 통도사 조실이었던 전강영신(田岡永信,1898-1975), 40세에 금강산 상비로암의 조실(祖室)이었던 용성진종(龍城震鐘,1864-1940)에서 보듯, 선문에는 밥그릇이 아니고 오직 법의 수승함이 있었기 때문에 비록 세납과 법납이 적더라도 가르침을 받을만한 선지식이라면 대중이 받들어 모실 줄 알았습니다.

  2,30대인 어린 납자를 기꺼이 스승으로 모시는 이러한 모습은 바로 세속의 명리를 버리고 오직 일대사 해결을 갈구하는 참다운 구도자의 정신이었고, 또 그것이 한국불교의 자랑이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이런 숭고한 전통이 사라지고 오직 밥그릇으로 종사나 대종사가 되고, 심지어 떼거리가 많으면 방장도 하고 조실도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한국불교에 난무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후학의 공부를 살펴야하는 조실의 자리가 그저 문중의 최고 연장자에 불과하다보니 출가해서 적당히 시간만 때운 어중이 종사, 떠중이 대종사들이 방장·조실을 하겠다고 나서고, 심지어는 이판의 수장이 사판의 자리까지 탐내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부처님이 그렇게도 말리셨던 파당(派黨)을 화합중(和合衆)인 승가에 만들어 놓고 그들이 종권을 쥐락펴락합니다. 그러니 한국불교가 몰락의 나락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인과가 아닐까요?

  육조혜능(六祖慧能, 638-713)의 법호를 종단의 간판으로 하고, 임제의 선풍과 종고의 간화선을 받든다는 대한불교조계종이 신,구참을 따지지 않는 선문의 전통은 팽개치고, 오직 밥그릇으로 줄을 세우는 종단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어찌 이를 선종이고 선문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종단이 이 지경이니 지금은 혹, 눈 밝은 납자가 있어도 스승으로 모셔지지를 않습니다. 오히려 선지식을 철저히 외면하고 무시해야만 어중이들이 잇속을 채우기가 쉽기 때문이지요.  더구나 세납이 적은 스승을 모시기는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고, 설사 나이 많은 스승을 만나더라도 잔소리듣기 싫어서 제 절에서 혼자 사는 것이 유행입니다. 게다가 법납을 우선하는 밥그릇 종법까지 만들어서 제 잇속 차리는 권승들이 활개치고 있으니 한국불교에는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민주적이고 합리적이며, 평등한 권리의 배분은 꼭 필요하고 그 기준이 법납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법을 생명으로 하는 불교, 특히 선종의 가르침보다 앞설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처럼 참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종단은 고사하고 자기 권속들조차 제대로 이끌고, 법의 수승함을 가릴 줄 아는 명안종사(明眼宗師)가 없기 때문은 아닐는지요?

  그리고 더욱 불행한 일은 이러한 환경에서는 더 이상 선지식이 나오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선지식이 설자리가 없고 밥그릇 종사, 대종사들이 선지식 행세를 하는 한국불교에서 성인의 출현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한 일입니다. 명안종사가 눈을 감고 패거리들이 득세하는 작금의 한국불교는 이젠 불교라 할 것도 없습니다. 법이 아닌 밥이 우선하는 조계종은 더 이상 불조(佛祖)를 받드는 종파도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최근에 부쩍 증가한 조계종 승려들의 낯 뜨거운 일탈행위도 모두 이와 무관하지가 않습니다. 바른 스승의 지도를 받지 못하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바른 스승을 모실 줄 모르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법이 아니고 밥을 챙기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부디 한국불교가 밥이 아니라 법이 앞서는 승가이길 바랍니다. 수행자들이 함께 모여 살면서 거기서 탁마하고 갈마하는 참다운 승가가 되길 기대합니다.

 

                    

박/호/석/의/노/심/초/사
불교포커스 여시아사(如是我思)

세상에 그 어떤 종교나 철학보다도 불교가 수승한 것은 보편적이고 객관적이며 과학적 추증성까지 지닌 우주만유의 진리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국불교는 천 년이 넘게 우리의 정신과 삶의 바탕이 된 비교우위의 역사와 문화적 전통도 가졌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우리불교가 추락하고 있는 현실이 이해되지 않아 답답해 하면서 '부처님은 어떻게'를 염두로 이 문제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필자는 자연과학자로 프랑스에 유학하고 농협대학 교수로 재직하였다. 대학생 시절 洪幻星 법사를 은사로 불교에 입문하여 古庵,九山, 山스님에게 수계하고, 修不스님에게 간화선을 배웠다. 퇴임후에는 인재양성만이 불교를 살리는 길이라고 군법회에 전념하면서, <니까야>공부와 불교 걱정으로 소일한다.
반론ㆍ정정ㆍ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이메일(budgate@daum.net)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불교포커스'에서 생산한 저작물은 누구나 복사할 수 있으며, '정보공유라이센스 2.0: 영리금지 개작금지'에 따릅니다. 정보공유라이센스

  • 바리아죄 2018-11-17 03:42:58

    타락죽 집단   삭제

    • 파계승종단 2018-11-14 05:07:49

      이게 다 파계승들이 종단을 장악한 인과응보다
      사바라이죄짓고 거들먹거리는 도바골프 성폭행 공공금횡령 폭력사기전문인 범죄승려를 아내지 못하면 폭망한다 선지식도 스승도 다 죽었다   삭제

      • 타락한 자들 2018-11-13 22:20:10

        타락한 수행자들이
        패거리질, 음행, 돈 맛, 권력 맛에 빠져
        세속 사람들이 침을 뱉을 정도가 되었으니...   삭제

        • 지나가는 객승 2018-11-13 12:20:43

          쩝~ 속인의 말이긴 하지만 뭐라 반박할 수 없다.   삭제

          • 능허 2018-11-13 11:39:33

            입승들아!
            언제 고해의 바다에 배 띄워
            노 저를 것인가?

            당신들만의 안락의 놀음을 걷어차지 않으면
            한국불교는 박물관 안의 골동품으로 절락할
            터인데 칼날같이 올이 선 장삼을 걸치고 앉아
            뭣들 하시는가!

            조주선사의 12시가로 그 장삼부터 불태우고
            유사승들이 널뛰는 불판을 바로보는 것부터 하시구려.   삭제

            • 아랫분에 동의 2018-11-13 10:08:13

              동감입니다. 요새 젊은이들에게 인기라는 명상조차
              스님보다 재가나 타종교 무종교인이 지도하는 명상이 더 인기 있습니다.
              실제로 유튜브에서 명상으로 검색해보면 조계종이나 스님들이 지도하는 동영상보다
              재가나 타종교 무종교인이 지도하는 명상이 더 조회수 구독자수 좋아요수가 많습니다.
              이건 이미 일반사람들에게는 조계종 출가에 더이상 관심과 신뢰를 안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삭제

              • 불자 2018-11-13 10:00:28

                요새는 출가보다 재가가 더 청정하게 수행하고 더 명안종사가 많습니다.   삭제

                • 백척간두 2018-11-13 09:30:46

                  백번 맞는 말입니다
                  권력에 줄을 서서 선원을 확장하고,권력에 구걸하여 해제비 많이 준다고 그선원에서 명안종사가 나오겠습니까~~
                  제발 우리 선원장님들 수좌스님들 눈 좀 바로 뜨고 삽시다
                  진짜 밥값 좀 하고 삽시다
                  기필코 깨달음을 증득하고 중생구제에 나서겠다는 대신심 대원력 대분심을 되찾기늘 부탁드립니다   삭제

                  • 공감합니다 2018-11-13 08:29:53

                    박호석 큰법사님의 크신 경책에 적극 공감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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