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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상상의 섬 인도 - 장 그르니에와 인도의 만남
상상의 섬 인도, 장 그르니에 지음, 배재형 옮김, 240쪽, 도서출판 씨아이알

 이 책의 원제는 『Sur l’nde(인도에 대하여)』로, 프랑스 출판사 파타 모르가나`Fata Morgana`가 《신프랑스평론》, 《남부수첩》 등 비평지에 실렸던 장 그르니에의 인도 관련 에세이들을 모아 1994년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모두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5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의 와중인 1941년에 걸쳐 쓰인 글들이다. 바야흐로 전후 서구 문명의 위기가 운위되던 시절 사유의 흔적들이니만큼, 이 책이 단지 인도라는 울타리 안을 맴도는 이야기이길 넘어 당대 유럽 지성사의 한 국면을 엿보는 창문으로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지성사적으로 위치지어야만 비로소 보이는 언설의 의미와 사유의 한계들이 있기 때문이다.

장 그르니에는 형이상학적 지평에서 문제를 궁구함을 본령으로 삼은 이였으니 인도 종교와 형이상학에도 남다른 조예가 있었다. 그와 불화했고, 인도와 동양에 경도됐던 동시대의 여러 범속한 식자나 문인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면모. 여기 이 에세이들에서 보았으면 하는 것이 바로 그런 면모다. 오늘의 우리에게 형이상학이 이미 죽어버린 학문임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모쪼록 그의 시선을 따라 깊이 침잠할 수 있기를. 그가 인도로 향했던 이유들을 읽어내고 공명할 수 있기를.

장 그르니에는 줄곧 인도를 통해 신을 향한 자신의 이끌림을 충족시키려 했다. 인도에선 너무나 자연스럽고 우리에겐 미심쩍기 그지없는 신. 그 나름의 방식이 있었다. 내려앉고, 먹이를 얻고, 다시 날아오르고, 몽상하고, 그 본연의 몸짓을 멈추는 법 없는 한 마리 나비와도 같은. 잇단 더듬이질을 통해 인도에 다가갈 수밖에 없음을, 살아 있는 모든 것이 그렇듯 인도 역시 정형화된 통념에서 벗어남을, 그리하여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인도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인도를 온몸으로 겪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그는 알았다.

그는 자기 심연의 자아를 찾으라는 인도의 절대적 요구에 나름의 방식으로 부응했다. 이 책이 잘 보여주듯 장 그르니에와 인도의 만남은 그저 그런 호기심과는 거리가 멀다. 외려 그것은 하나의 앙가쥬망이다. 그를 쥘 르퀴에나 정적주의, 혹은 도교로 밀고 갔던 바로 그 앙가쥬망.   

저자 : 장 그르니에(Jean Grenier)

 

1898년 2월 파리 출생. 부모의 이혼 후 모친을 따라 브르타뉴로 이주, 셍-브리유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이곳은 ‘프랑스의 키엘케고르’라 불린 19세기 철학자 쥘 르퀴에가 태어나 죽은 곳으로, 이 인물은 훗날 장 그르니에의 박사 논문 주제가 된다. 1922년 철학교원자격시험에 통과해 교사로서의 이력을 시작, 소르본대학 미학 및 예술학 교수직을 떠나는 1968년까지 약 40년간 아비뇽, 알제, 나폴리, 몽펠리에, 릴, 알렉산드리아, 카이로, 파리 등지를 편력하며 가르쳤다. 알제의 교사 시절 ‘알제의 NRF’로 불리며 알베르 까뮈에게 철학을 가르친 것은 유명하다. 1927년 “사물의 안쪽”이란 서정적 에세이를 NRF에 기고한 이래 잡지 정기 기고자가 되었고, 《철학들》, 《철학리뷰》, 《남부수첩》, 《코뫼디아》, 《꽁바》, 《까예 드 라 쁠레이야드》, 《렉스프레스》, 《프뢰브》 등 상당수 잡지들에 정기 기고하거나 창간에 관여했다. 1936년 『쥘 르퀴에의 철학』과 유작들을 편집한 『자유』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과 텍스트는 쥘 르퀴에 철학에 대한 표준 입문서로 간주되며, 1952년 펴낸 『쥘 르퀴에 전집』 역시 필수 참고서로 꼽힌다. 까뮈의 스승으로 실존주의의 관심사를 공유했던 그였지만, 그럼에도 실존주의를 비롯한 당대의 철학 운동과 비판적 거리를 유지했고, 전통 형이상학 안에서 인간의 한계와 무한자를 사유한 철학자였다. 1968년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문학대상을 받았다. 1971년 3월 사망.

옮긴이 : 배재형

동국대 인도철학과를 나와 동(同) 대학원에서 인도불교 인식논리학을, 성균관대 사학과 대학원에서 인도 근대지성사를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 『라싸 종교회의 : 8세기 말 티벳불교의 돈점논쟁』(공역, 2017)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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