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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어른 어쩌다 종사師종단 최고 지도자 특별과정 참가기
  • 허정스님_전 천장사 주지
  • 승인 2019.11.0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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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높고 햇살은 찬란하다. 가을이 깊어가는 소리에 나그네는 떠널 궁리를 한다. 언제나 오라는 곳은 없지만 갈 곳은 많다. 어디를 다녀올까 궁리하다 종단 연수교육을 발견했다. 법랍 30년이상의 비구(宗師) 비구니(明德)스님들에게만 자격이 주어지는 종단지도자 최고특별 과정이란다.

어쩌다 어른이 된 것처럼 어쩌다 종사(宗師)가 되어 드디어 최고 특별위 과정에 등록 자격이 주어진 것이다. 육지가 아닌 제주도라는 점도 마음을 내는데 도움을 줬다. 연수교육을 받으러 간다고 하자 백장선원에서는 청규에 따라 연수비를 부담하였다. 대중 누구나가 주인이 되는 도량이라서 가능한 혜택이리라. 교육원에 송금을 했는데도 연수교육에 대한 프로그램 안내가 오지 않는다. 교육원에 전화하여 알아보니 송금을 하고나서 전화로 알려야 완전한 등록이 된 것이라고 한다. 연수교육 사이트에는 그런 내용이 없었다.

제주도 바닷가 (사진출처 : 허정스님)

연수교육에 등록을 완료하고 나니 마음이 설렌다. 누가 올까?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30년동안 같은 종단에 살면서도 만날 수 없었던 스님들을 만나게 된다. 백장암에서 광주비행장으로 차를 몰고가서 다시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항에서 종단에서 내려온 직원들과 연수에 참가한 스님들을 만나서 버스를 타고 관음사로 갔다. 관음사에는 이미 도착한 스님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구 9명 비구니 21명 총 30명, 내가 얼굴을 아는 스님은 3명이다. 그것도 같이 살아 본적은 없고 오다가다 얼굴만 익힌 분들이다. 입재식을 마치고 대웅전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대중중에 산악용 스틱을 양손에 잡고 서 있는 노스님이 보인다. 노스님은 대중이 이동할 때 항상 뒤 쳐져졌다. 올해 85세가 되시는 무구스님이다. 나도 85세때까지 연수교육을 받으러 다니게 될까? 저런 건강상태 저런 나이에 연수교육에 참석했다는 것에 대중스님들이 놀라워 한다. 불사를 하시다 허리를 다치셨단다. 이번 연수교육을 다녀와서 굳이 후기를 쓰게된 것은 무구스님을 만난 탓이다. 무구스님을 만나서 할 말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무구스님이 대중을 깜짝 놀래킨 것은 알뜨르 비행장에서다. 6.25 전쟁이 발발한 뒤 젊은이들을 징발해서 군사훈련을 시켰는데 그곳이 알뜨르 비행장이다. 가이드가 알뜨르 비행장에 대해서 설명하자 노스님은 "내가 18세때 이 곳에서 92일간 훈련을 받았어" 라고 나의 귀에 속삭였다.

제주도 알뜨르비행장에서 열린 종단지도자 최고특별 과정 연수에 참여한 스님들이 무구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출처 : 허정스님)

나는 대중스님들이 무구스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마이크를 든 가이드에게 노스님의 이야기를 듣자고 제안했다. 이동용 마이크를 건네받은 노스님은 바닥에 앉아서 훈련병으로 생활하며 겪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밥을 자주 굶어서 쓰러졌던 일, 병이들어 누워있으면 죽은 줄 알고 산방굴사 밑에 있는 화장터로 옮기는데 자신은 아직 죽지 않았다고 벌떡 일어나 꼿꼿이 앉아 있던 청년. 훈련받다가 죽은자와 살아남은 자가 반반이라는 노스님의 목소리는 감정에 벅차올라 대중을 눈물짓게 하였다. 아쉽게도 노스님의 경상도 사투리와 빠른 말 때문에 감동적이었으나 그 감동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못했다. 일본군 전투기 격납고로 이동하며 노스님은 “누가 차근차근 물었으면 이야기를 잘 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어설프게 끝난 이야기를 아쉬워 하셨다. 다행히도 제주도에 사는 도정스님이 노스님의 현장증언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놓았다. 노스님의 증언(https://youtu.be/5Hwp2WJic98)

서귀포 약천사에 들려 저녁공양을 하고 제주도의 사찰의 폐사지를 소개하는 강의를 들었다. 강의가 끝나니 주변은 어두워져 있었다. 보안스님은 강의도 빠지고 무구노스님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귀뜸해 주었다. 노스님이 이야기를 어찌나 재미있게 하는지 1시간 동안 웃느라 배가 아프다고 했다. 호텔로 돌아가서 나는 보안스님과 혜문스님등 다른 방의 스님들을 초대하여 노스님으로부터 이야기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까지 어느 강사에게도 들을 수 없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이 마구마구 흘러나왔다. 노스님은 이야기로 사람을 사로잡았다. 노스님은 구연동화를 들려주는 것처럼 등장인물의 목소리와 행동을 흉내내며 결정적인 순간에 다른 이야기로 주제를 돌려서 듣는 스님들을 애타게 했다. 능숙하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연주자처럼 밤 늦게까지 이야기를 끌고 가셨다.

제주도에서 열린 종단지도자 최고특별 과정 연수 (사진출처 : 허정스님)

그 재미난 이야기들을 글로 전해 드릴 재간은 없다. 노스님의 목소리와 제스쳐가 아니면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나는 다른 사람들하고 다르게 살려는 경향이 있어. 나도 내가 이상해!" 라며 들려주신 몇가지 이야기는 이렇다. 7살때 절에가서 염불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지속해온 염불수행, 14년동안 청송교도소에서 법문다닌 이야기, 세계 6대 대륙을 여행하면서 6번이나 납치와 강도를 당한 이야기, 중국의 무술 고수들과 맞짱 뜬 이야기, 법당을 짓고 대웅전(大雄殿)이라고 현판을 달지 않고 소웅전(小雄殿)이라는 현판을 단 이야기, 소웅전 앞에  남근석을 세워 놓았는데 조사를 나온 호법부스님들을 호통쳐서 돌려보낸 이야기등등...돈키호테처럼 세계를 무대로 살아오신 노스님, 욕을 하면서 연극하듯 이야기 하는 노스님은 처음으로 연수교육에 참여하셨다. 노스님이 마음을 내오 오신 것이 아니라 노스님을 따르는 신도분이 교육비와 항공권등을 준비하고 권유해서 오게 되었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열린 종단지도자 최고특별 과정 연수 (사진출처 : 허정스님)

마지막 날 우리는 제주도 법화사에서 2박3일 연수교육동안 느꼈던 소감 나누기를 하였다. 종단 연수교육 덕분에 30년 넘게 같은 종단에 살았지만 서로의 존재를 몰랐던 스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연수교육은 교육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소통과 교류의 시간이기도 하다. 법랍이 많은 스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교육일 수록 소통과 교류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야 한다. 종사와 명덕은 연수교육을 받는 가장 높은 법랍인데 스님들을 피교육자로만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해마다 개최되는 다양한 연수교육시간에 스님들이 종단에 무엇을 원하는지, 스님들이 어떻게 불교현실을 파악하고 있는지, 어떻게 수행하고 어떻게 포교하고 있는지를 듣고 대중의 의견을 수용하여 집단지성으로 운영되는 종단이 되기를 바란다. 최고의 법계스님들이 2박3일 연수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조계종의 수준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열린 종단지도자 최고특별 과정 연수 (사진출처 : 허정스님)

많은 스님들이 처음 만나는 날 차담을 나누며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더 쉽게 친해졌을 것이라며 아쉬워 했다. 4.3 사건, 포로수용소, 일본군 비행장등 제주도의 아픔을 새삼 느끼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제주도에 산재한 85군데의 폐사지를 공부하며 고려시대 제주도에는 불교가 중흥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연수교육에 참석한 비구니스님들이 사찰에 공양주를 두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고 한다. 법랍30년 이상의 스님들이 모인 자리이니 만큼 몇가지만 물어보면 종단의 현실을 여실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연수교육이 조계종 스님들의 소통의 통로가 되고 종단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대중공사의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허/정/스/님/의/부/처/님/을/따/라/거/닐/며
불교포커스 여시아사(如是我思)

벌써 4번째 인도성지순례다. 인도의 기후와 도로 사정 등은 순례자에게 만만치 않지만 성지순례를 시작하는 가슴은 늘 설렌다. 스승의 발걸음을 쫓는 일은 매번 새로운 발견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첫 순례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돌아다녔기에 고생한 기억밖에 없다.

두 번째는 그래도 책을 들고 꼼꼼히 찾아 다녔다. 정보가 많지 않아 크게 느낀 것은 없고 다만 부처님의 열반지에 가서 우울증 같은 걸 겪었다. 세 번째는 나를 포함한 스님들 여섯 명과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며 경전을 읽고 토론하는 성지순례를 했는데 그 때가 가장 의미 있었다. 그런데 그 순례도 중간에 순례자 한명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는 바람에 미완의 순례가 되고 말았다.

이 번에는 많은 시간을 가지고 홀로 떠났다. 성지순례후기까지 쓸 작정을 하고 와서 그런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성지를 알게 되었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성지에서도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번 성지순례에서 느꼈던 소감을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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