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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주민 추방 사건의 적절성 논란과 과제

초유의 북한주민 추방 조치와 적절성 논란

정부는 지난 11월 2일 동해 북방한계선 인근 해상에서 나포한 북한어선에 타고 있던 북한주민 2명을 닷새 만인 11월 7일 북한으로 추방했다.

이들은 관계기관 합동신문과정에서 동해에서 조업 중에 동료승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했다고 자백했다. 정부는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로 보호 대상이 아니며, 이들을 받아들이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범죄자로 국제법상으로도 난민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북한으로 추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테러범, 살인범 및 위장 귀순 혐의자 등을 보호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 「북한이탈주민지원법」제9조가 시행된 지 20년 만에 북한으로 직접 추방한 첫 번째 사례다. 이에 대한 내외의 지대한 관심과 함께 추방조치의 적절성 논란이 여러 시각에서 뒤따르고 있다.

우선 추방 당시 이들이 저항하고 자해할 우려가 있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비록 범죄(혐의)자이지만 자기방어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으로 강제북송 논란이 제기되었고, 나아가 북송되면 처형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잔인한 처사였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또한, 이러한 무리한 조치의 배경에는 북한당국의 반대급부를 기대하는 정부의 의도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음모론까지 들먹대기도 한다.

한편 우리 헌법 3조의 영토조항(4조 평화통일조항은 무시한 채)에 따라 북한주민도 우리 국민이므로 보호 대상이 아니라 하더라도 추방할 수는 없고 정착금 등 지원 대상에서 배제할 뿐 우리 사회에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혹자는 목숨을 건 탈북과정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불가피하게 살인도 저지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정황참작론도 제기하고 있다.

아무튼, 이번 강제추방조치는 정부가 아무리 적법한 절차와 매뉴얼에 따라 취한 것이었다고 설명하더라도 개운치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제 인권감시단체 HRW(Human Rights Watch)는 11월 12일 보도 자료를 통해 한국 정부의 조치는 유엔고문방지협약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으며, 우리 국가인권위원장은 11월 29일 국회운영위에서 이번 조치에 강제성과 절차적 위법성이 있었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북한주민 추방 사건이 남긴 과제

이번 추방조치가 논란을 야기한 것은 결국 북한주민을 우리 사회에 받아들이는 과정과 절차가 명료하게 법제화되지 않은 사정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된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은 보호대상자가 보호결정을 받은 이후의 제반 정착지원에 관한 규정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반면, 보호결정 전후의 과정은 원론적 수준에서 언급하고 구체적인 절차는 명문화하지 않았다. 또한, 보호결정에서 배제된 사람들에 대한 사후처리 과정 역시 대부분 공백 상태에 있다.

2016년 4월 발생한 중국 내 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탈북 사건이 당사자의 자발적 의사보다 식당 지배인과 우리 정보기관이 기획하여 꾸민 일이라는 의심으로 강제귀순 시비를 낳은 것이나, 이번 추방조치로 강제북송 시비를 야기한 것이나 모두 보호결정 전후과정에 대한 객관적 법제 절차가 미비한 가운데 담당 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대한 의구심과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0년간 보호결정 과정에서 적발된 위장 탈북자는 약 200명인데 그 중 위장간첩에 대해서는 국가보안법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하고, 탈북자 행세를 하다 적발된 중국인(조선족)들은 중국으로 추방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 거주 화교 출신자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가 우리 정부의 추방조치를 수용하지 않고 있어 곤란한 상황에 있다.

또한, 보호결정을 받고 우리 사회에서 살다 중대 범죄를 저지르거나 밀입북 기도로 처벌되어 보호결정이 취소된 사례도 지난 10년간 약 200건이 발생했는데 이들에 대한 사후관리는 매우 골치 아픈 일이 되어 있으며 인권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소지를 안고 있다.

이번 북한주민 추방사건으로 제기된 합리적 비판과 논의를 잘 수렴한다면 북한이탈주민 보호결정 전후과정의 절차와 보호결정에서 배제된 사람들에 대한 사후처리에 대하여 담당기관의 자의적 판단의 여지를 가능한 제한하고 이를 객관적인 규정으로 제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제도화하는 과정에는 인권 차원 이외에도 대공 안보 차원과 형사정책 차원의 고려도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한반도 현실에서 탈북자 보호과정이 위장간첩의 안전한 대남 침투경로가 되거나 비인도적인 중범죄자의 도피처로 악용될 소지는 철저히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보호결정을 위한 관계기관 합동심문이 이루어지는 곳이 원래 생포된 간첩이나 공비들을 취조하던 기관이었다는 역사적 배경도 한반도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남북관계의 부침과 북한관련 법제도 정비 노력 

남북관계 법제도는 지난 70년간 남북관계의 부침을 겪으면서 담당기관의 자의적 판단 영역을 점차 축소하고 객관적 기준과 절차를 통해 규율되는 영역을 넓히는 방향으로 제도화를 진전시켜 왔다.

1980년대까지 남북관계를 규율하는 법률은 「국가보안법」이 유일하였고 그 법률하에서 북한과의 모든 접촉과 거래, 교류와 왕래는 일반적으로 금지되었다. 다만 간헐적으로 이루어지는 남북당국 간 대화나 특사 파견 등은 대통령의 통치행위라는 법 논리로 합리화하였고 일반국민들은 통치행위에 해당되지 않는 한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에 나설 수 없었다.

1989년 「남북교류협력법」의 시행으로 일반국민이 통치행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법률이 정한 절차와 요건에 따라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남북교류협력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남북 간의 교류협력은 그 승인 내용의 범위 내에서 국가보안법 적용대상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이후 2005년의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남북합의서의 국내법적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위와 같이 남북관계에 대한 법제도화 노력은 반드시 북한과 합의가 없어도 우리 사회의 발전에 따라 과거에는 통치자와 담당기관이 자의로 판단하던 영역들을 점차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왔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특수관계에 있고 북한주민에 대한 법적 지위를 둘러싸고 하나의 명백한 규정을 마련하기 어려운 만큼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사안들에 대해 아직도 구체적 대비가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앞으로 평화프로세스가 진행되고 교류협력의 심도가 깊어진다면 일어날 수 있는 온갖 가능성에 대해 상상력을 충분히 동원해야 한다. 명분에만 집착하여 우리 정부가 모든 북한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줄 책임이 있다고 전제한다면 현실적인 대안이 나올 수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탈북민을 우리 사회에 받아들이는 문제를 포함하여 남북관계에 관련된 사안들은 담당기관의 자의가 아니라 투명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우리 국민의 공감을 바탕으로 다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의 수준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정토회 부설 평화연구원 평화진단 제 221 호 2019년 12월 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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