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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입었다고 비구 아니다
  • 박호석, 전 대한불교삼보회 이사장
  • 승인 2019.12.06 17:18
  • 댓글 14

비구란 형식적으로는 비구계를 구족한 스님의 호칭이지만 한문으로는 걸사(乞士)로 씁니다. 점잖게 말하면 ‘빌어먹는 선비’이고 막말로는 ‘거지’라는 뜻이지요. 그릇 하나 들고 탁발로 얻어먹고 사니 거지가 맞습니다. 

그러나 빌어먹는다고 비구를, 왕자·새끼독사·불씨처럼 하찮게 볼 수 없는 존재라고 부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왕자·새끼독사·불씨가 나중에는 왕·독사·큰 불이 되는 것처럼, 비구도 인천(人天)의 스승이 될 미래의 성인이기 때문입니다. 한국불교에서는 대부분의 종단이 부작용을 이유로 스님들의 탁발을 금지하고 있어서 겉으로는 걸사의 모습이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지요. 그러나 승려는 직업을 가지거나 경제활동을 할 수 없고, 오로지 재가의 보시로만 살아야 하는 계율을 지니고 있어서 내용적으로 보면 여전히 걸사인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의 일부 승려들의 사고나 태도를 보면 전혀 걸사가 아닙니다. 재가의 시주가 없어도 사찰입장료 수입이나 문화재관리 지원금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고, 입시기도나 죽은 이의 영혼관리(?)를 통해 얼마든지 돈을 벌수 있다고 생각하지요. 그러다보니 구도자이고 수행자여야 할 비구가 스스로를 성직자라 하고, 직업인인양 착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자기들의 당연한 권리이고, 또 문화라고 주장해요. 

한때 부처님께서 앙가국의 앗싸뿌라 마을에 계실 때, 제자들을 불러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비구들이여, 나는 가사를 입은 이에게서도 탐욕·악의·화냄·원한·저주·격분·질투·인색·거짓·기만·사악·사견을 발견한다. 그래서 나는 가사를 입은 이에게 가사를 입은 것만으로 비구라고 하지 않는다.”(<맛지마니까야> ‘앗싸뿌라 설법의 작은 경’)

그렇다면 무엇이 비구일까요? 

스님들이 탁발에 나서는 모습. 불교포커스 자료사진.

"기술을 의존하지 않고, 다른 짐도 없이 살고, 유익함을 원하고, 감관을 제어하고, 모든 것에서 벗어나 집 없이 다니며, 나의 것을 놓아 버리고, 소망도 떠나고, 자만을 버리고, 해탈이라는 목표만을 바라며 홀로 걷는 자, 그들을 비구라고 한다.”(<우다나> ‘기술의 경’) 

다시 말해서 비구는, 누구라도 인종이나 출신성분에 관계없이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하여 오로지 해탈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린 분,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과 계율에 따라 자애·연민·기쁨·평정의 삶을 실천하고 나아가 수행을 통해 마음에 의한 해탈과 지혜에 의한 해탈을 증득했거나 증득하려는 분들입니다. 그리고 이런 분들의 무리가 바로 공양 받아 마땅하고, 선사받아 마땅하고, 보시 받아 마땅하고, 합장 받아 마땅한 세상의 위없는 복전(福田)입니다. 그리고 성스런 이들의 모임이 바로 우리가 공경하고 받들어야 하는 승가(僧伽)이자 승보(僧寶)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비구들이 1) 계를 잘 지키고 학습계목을 받아 지녀 공부하고, 2) 많이 듣고 배우고, 배운 것을 잘 호지하고, 바른 견해로써 잘 꿰뚫고, 3) 불굴의 정진으로 머물고 굳세고 분투하고 유익한 법들을 버리지 않고, 4) 숲이나 외딴 거처를 의지하고, 5) 무엇을 싫어함과 좋아함을 일어나는 대로 극복하면서 머물고, 6) 두려움과 공포를 일어나는 대로 극복하면서 머물고, 7) 바로 지금여기에서 행복하게 머물게 하는 네 가지 선정(禪定)을 원하는 대로 어렵지 않게 얻으며, 8) 모든 번뇌가 다하여 심해탈(心解脫)과 혜해탈(慧解脫)을 최상의 지혜로 실현하고 구족하여 머물러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앙굿따라니까야> ‘공양 받아 마땅함의 경’). 그리고 열반을 증득하는 일대사(一大事)가 아닌 다른 일들, 즉 ‘잡일하기·잡담하기·잠자기·무리짓기·교제하기·사량(思量)분별(分別)하기를 좋아하거나, 육근(六根)을 단속하지 못하거나, 음식의 적당한 양을 알지 못하는 비구들을 ‘망가진 비구’라고 하셨지요.(<앙굿따라니까야> ’망가짐의 경’) 

탁발하는 한국테라와다 스님들. (사진출처 : 이병욱 정의평화불교연대 사무총장, 블로거 진흙속의 연꽃)

그런데 요즈음에는 온통 망가진 비구들 천지입니다. 아무하고나 교제하고, 마구 먹고 자는 것이 흠인 줄도 모르며, 공연·예술·점술 등과 같은 잡일에 빠져 지내거나, 수행자의 본분사가 아닌 세속의 일에 더 바쁜 무슨 총장·이사장·관장·위원장이니 하는 비구들이 넘쳐납니다. 이들은 자기가 망가진 것은 모르고 오히려 삼보라고 더 뽐내고 으스대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승가에서는 정말로 해서는 아니 될 파당 짓기와 무리 짓기로 일부는 종단의 권력까지 거머쥐고 있습니다. 

신도들이 이런 승려들에게 삭발염의했다고 공양하거나·선사하거나·보시하거나·합장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또 그들은 이미 복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박호석(전, 대한불교삼보회 이사장)

박/호/석/의/노/심/초/사
불교포커스 여시아사(如是我思)

세상에 그 어떤 종교나 철학보다도 불교가 수승한 것은 보편적이고 객관적이며 과학적 추증성까지 지닌 우주만유의 진리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국불교는 천 년이 넘게 우리의 정신과 삶의 바탕이 된 비교우위의 역사와 문화적 전통도 가졌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우리불교가 추락하고 있는 현실이 이해되지 않아 답답해 하면서 '부처님은 어떻게'를 염두로 이 문제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필자는 자연과학자로 프랑스에 유학하고 농협대학 교수로 재직하였다. 대학생 시절 洪幻星 법사를 은사로 불교에 입문하여 古庵,九山, 山스님에게 수계하고, 修不스님에게 간화선을 배웠다. 퇴임후에는 인재양성만이 불교를 살리는 길이라고 군법회에 전념하면서, <니까야>공부와 불교 걱정으로 소일한다.
반론ㆍ정정ㆍ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이메일(budgate@daum.net)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불교포커스'에서 생산한 저작물은 누구나 복사할 수 있으며, '정보공유라이센스 2.0: 영리금지 개작금지'에 따릅니다. 정보공유라이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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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 아는 일 2019-12-16 15:08:13

    가사입었다고 비구 아니다
    뭐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요.
    왈가왈부 할 사항이 아닙니다.

    몇몇 댓글에 니가 얼마나 잘나서 스님들을 비판하냐~?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못난 놈은 입바른 소리 좀 못하나요?

    그러나 문제는 비구네 아니네~가 문제가 아니라 절집에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 진짜 문제겠지요.

    절집에 사람 없어 텅~비었는데 비구는 뭐며 삼보는 또 다 무엇인지요

    우리불교~
    참 걱정입니다.   삭제

    • 답없다 2019-12-16 14:35:18

      요즘 땡중들에겐 무관심이 답인듯.   삭제

      • ? ? ? 2019-12-09 11:47:05

        모든 문제의 출발점인 자신의 무명을 자기합리화 변명하고
        가짜 나인 육체의 욕망과 아만 때문에 외부를 향한 불만과 원망으로 교만과 무자비를 쌓는 악행이 악마를 만들고

        문제의 출발점인 자신의 무명을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생각하여
        실체없는 육체의 욕망과 아만의 위험함을 알아차려 이해, 포용, 배려의 겸손과 자비를 쌓는 선행이 인연의 성숙으로 해탈을 완성하리

        인간의 악한 노력으로 개돼지 축생보다 못한 악마도 만들고
        인간의 선한 노력으로 인천사 사쌍팔배, 천인사 불세존도 만들수 있으리

        해골속 동물뇌의 분별로 무명을 벗어나지 못하리   삭제

        • 아래댓글 공감 2019-12-09 09:01:51

          그리고 일부 재가단체 집행부나 활동가들 모습을 보면
          정말 부처님법으로 자신과 사람들과 세상을 청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게 목적인지
          아니면 저 권승들의 부귀영화가 탐이나니 뺏어서 내가 저 자리를 차지하여
          종권을 누리겠다가 목적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때가 많습니다.   삭제

          • 아래댓글 공감 2019-12-09 08:59:00

            아래 박호석거사님. 댓글 적극 공감합니다.
            최근 포커스 기사나 칼럼을 보면 아예 출가는 절대악 재가는 절대선 이렇게 이분법으로 나누고 불교를 마치 출가에 대한 재가의 투쟁 프레임으로 놓는것같아 불편합니다.
            아마 해종언론 탄압 과정에서 출가자들의 후원중단 및 해종언론철폐 여론형성 안되는데 실망한 나머지 흑화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대부분의 스님 불자들은 자승을 비롯한 권승들도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출가를 싸잡아 범계권승 집단으로 매도하여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80년대식 운동권프레임에 거부감을 갖는다는 것을 알아주셨음 합니다   삭제

            • 불자 2019-12-09 08:19:05

              천막에 엄청 사람 동원하던데... 어쩔 수 없이 간다고 .. 가는 이나 동원하는 이나 모두들 고생이 많으시네요.   삭제

              • 박호석거사님. 2019-12-08 18:12:23

                거사님은 승보에 얼마나 공양을 올리십니까.
                스님들 탁발안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들 치고 스님들께 공양 올리는 분 못 봤습니다.
                이미 그들의 수준 높은 눈높이에 스님으로 존경할 만한 분이 안 계시거든요.
                얼마나 도가 높으면 스님들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평가내리시나요?
                탁발은 하나의 문화입니다.
                인도나 동남아시아와 같이 날씨가 더워서 음식이 금방 상하는 곳은 탁발이 미덕이지만,
                중국이나 한국처럼 음식을 보관하는 문화에서는 탁발이 민폐가 되는 것입니다.
                편협한 생각으로 글을 쓰지 마시길.   삭제

                • 우짜지/ 2019-12-07 08:20:40

                  세계 어느 불교에서 문화재관람료 템플스테이 사찰음식 연등회 산사음악회 이런걸 하고 그걸 또 관광상품으로 내세워서 외국인관광객 유치하냐?
                  세계 3대 불교라는 대만 남방 티벳불교 봐라 어디 이런거 하나?
                  아 해외불교도 입장료가 있지만 그것도 절 입구나 앙코르와트나 바간같이 지역전체가 문화재이고 또 그 문화재 친견하러 오는 분들이지 절에 가지도 않는데 절 땅이었다고 산 입구에서 절에 안갈 사람들에게 문화재관람료 뜯는 종교는 전세계에서 한국불교밖에 없다   삭제

                  • 우짜지 2019-12-07 06:07:58

                    불교에서 운영하는 모든 것을 때려치자 이건가 ?   삭제

                    • 하지마라고? 2019-12-06 22:27:15

                      은처승이구나!
                      처자식을 숨겨두고 독신승인 것처럼 행세하며 큰스님 흉내내는 그런 사기꾼말야. 아니면 그놈들이 흘린 떡고물을 주어담고 있는 값어치 없는 삶에 저당잡혀 살아가는 한심한 人이던지~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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