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여시아사 법현스님의 저잣거리에서 그저 사노메라
하나밖에 없는 책이 나왔다법혜스님 지음, 사람으로 왔는데 중생으로 갈 수는 없잖아
  • 법현스님_열린선원장
  • 승인 2021.04.04 22:48
  • 댓글 0
사람으로 왔는데 중생으로 갈 수는 없잖아, 법혜스님 지음, (사진출처 : 법현스님)

하나밖에 없는 책이 나왔다.
‘지극히 평범하고 게으른 산골중의 성장기’라는 부제가 더 맘에 든다는 이도 있는 <사람으로 왔는데 중생으로 갈 수는 없잖아>다. 평창 산골 토굴에 사는 비구니 법혜스님의 책이다. 그니는 나와 오랜 인연이 있다, 사촌 사제인 까닭도 있지만 공부의 열정이 남다른 까닭이다. 

나는 거의 모든 공부와 삶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삶을 살았다. 이름까지도 내가 지었다. 그니도 비슷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초 교육을 스승에게 세게,더 세게,더 빡세게 받은 모양이더라. 그만큼 복이 있는 것이다. 아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책이나 하나밖에 없지 둘이 있을 수는 없다. 그래도 이렇게 이야기 하고프다.

산골 중의 성장이야기라고 스스로 설명하는 것처럼 본인의 체험이 짙게 배인 책이다. 그니는 살면서 몇 가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처음 안 이야기인데 출가 전에 운동(?)을 열심히 하였다고 한다. 운동하다가 떨어지거나 다친 것이 아니라 잡혀서 못된 짓(고문)을 당해 몸이 많이 망가졌다. 은사를 둘이나 모셨다고 한다. 역시 처음 아는 일이다. 나는 뒤의 은사를 잘 안다. 염불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한다. 지독한 푸대접을 받으면서 말이다. 앞의 스승 될 뻔한 이에게서 제 발로 뛰쳐나와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혹시나 또 나가면 기회가 없게 되거나 다른 소리를 할 것 같아서였던가 보다. 

요즘 미얀마의 말도 되지 않는 군부 쿠데타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샤프란 혁명이라고 하는 복잡한 현대사를 직접 겪었다고 한다. 대승불교, 종합불교의 한국불교 또는 현대사의 질곡을 겪으면서 이상한 모습이 더 크게 보이는 상황을 혼자 힘으로 타개할 수는 없으니 어디서라도 길을 찾기 위해 밖으로 나서는 이들이 많다. 그니도 그 가운데 하나다. 어떤 스님도 이야기했지만 사회에서 존경받는 이들(사야도)은 거의 모두 움직임이 없이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비꼬임이 드러난다. 나는 딱 한 번 미얀마에 가 본 적이 있다. 미얀마도 가보지 않고 중이라 하지 말라는 귀에 딱 닿지 않은 말을 듣고 기회가 있어서 다녀왔는데 여러 가지를 보았다. 

오만하니 가벼운 사야도부터, 병을 낫게 해주겠다며 공수같은 것을 하는 큰스님과 한국에 있는 여러 현상을 그곳에서도 보았다. 그 때나 지금이나 거기나 여기나 거의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사람으로 왔는데 중생으로 갈 수는 없잖아>는 총 7장으로 구성된 374페이지의 책이다.

1장 모르는 중, 답답한 중, 2장 헤매는 중, 3장 어리석은 중, 4장 찾아가는 중, 5장 실망하는 중, 6장 만나러 가는 중, 7장 떠나는 중, 가는 중의 내용이 60여 스토리로 엮여있다. 중은 승려, 스님이다.

한 사람,한 수행자의 이야기이지만 마하야나 불교권인 한국불교의 문제와 해결 점 그리고 그미가 대안으로 찾은 테라와다 불교권의 미얀마 불교의 좋은 점과 뒤에 배어있는 문제점도 매우 명징하게 그렸다. 다른 이의 말을 전해 듣거나 글을 읽고 쓴 것이 아니라 손수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닿아보고 살펴서 안 것을 적바림한 것이므로 꿈틀꿈틀 살아있는 글이다.

한국에서 출가해 어른스님들께 겪은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미얀마의 수도원과 저잣거리에서 가르침을 받는 이야기가 다른 승려들과는 매우 다르다. 아스팔트에서 운동하듯이, 대로변이나 회당에서 기도하듯이 분위기 좋은 곳에 바깥경계에 휘둘리지 않고 십년이나 앉아있듯이 수행한 것이 아니다. 부모 미생(未生) 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주 가까이까지 가서 살피는 모습이 매우 진솔하고도 재미나게 그려져 있다. 살펴서 매듭을 풀어가는 데까지 그렸으니 곧 풀어지거나 이미 풀렸을 지도 모르겠다. 매우 아픈 몸을 가졌는데 명상을 통해 살펴보니 옛날에 겪은 일이 물 위에 아지랑이 오르듯 떠오르는 이야기는 명상수행을 해본 사람이면 공감할 수 있다.
 
글을 편안하게 읽어가다 보면 여러 모습을 살필 수 있다. 스승과 제자 사이의 모습, 부모와 자식 또는 친척과의 대화가 들어있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함께 수행하는 사람들, 곁에서 돕는 사람들,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들, 어우러져야 하는 식물들이 매우 많이 나온다. 우러러 보는 하늘과 별들, 내려다 봐야하는 땅과 그 속에서 꿈틀거리거나 그냥 들어있는 것들과 흐르면서 겪었던 하나하나의 물상들과 사건과 사고들을 이렇게 다양하게 그려내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가야할 길(志向點)을 분명하게 그려낸 글이 또 있을까 싶다. 수많은 탈 것들과 타는 것들에 관해서도 재미있게 살폈다. 탈 것 이야기는 시나브로 불교 마음공부에 이르게 된다. 눈이나 맘이 좀 길을 천천히 걷게 하기도 한다.

대강 이야기의 흐름을 살펴보는 작은 제목을 훑어볼까? 첫 번째 담금질 밥상머리에서 온갖 똥을 만나다. ,스승인연 달라고 매달리며 또 매달리며, 불보살이 감동하지 못할까봐 갈빗대가 결리도록 맘 다하는 모습을 그려보자. 전국귀신 세계귀신 다 태우고 그 산을 마주 보고는 문도 안내는데 절 지어야지요 라는 제목을 보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가? 장미꽃을 사지 않으련다,  사주궁합이사날짜 봐주면 안 되나요?를 보아도 짚이는 것이 있을 것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과 친해지기, 산짐승 이웃이 마중 나온 밤, 불망울만 휘휙에다가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 살아있는 귀신을 보다를 보면 어떻게 추측되는가? 세게 더 세게 더 빡세게, 그때는 그랬다, 훅 달려오는 낯선 것들 맨 처음 가는 바깥나라를 보면 테라와다를 짐작하리라. 잠을 설치게 하는게 그대인가 나인가,  소리 소리 소리에 돌겠네, 헉! 강아지야 쥐야? 바깥에 갇히다 고쟁이바람으로에 드러나는 것이 있는가? 꼬불꼬불 동글동글 글자를 배우면서 차마 말할 수 없어서 머리카락과 쥐똥을 고르기도 하며 ‘오지라퍼,꼬인들의 다우다’를 읽으면 손에 잡힐 것이다.

아비담마를 배웠지만, 떠났으되 떠나지 않았다 고로 돌고돈다, 머리털 나고 처음 한 여행은거짓부렁이다. 머리털 깎고 한 것이니. 영혼의 부모라고 생각할래요, 잘 짜놓은 주술같습니다, 샤프란빛 물결을 눈에 담고, 마음은 온통 미안마에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에는 마음이 담겨있다. 진짜는 뒤에 있을까?  스무사흘만에 불이왔다, 수행하는 마음바탕은 뭘까? 

잘 읽어보면 좋겠다. 가까이도 멀리도 아닌 곳에서 본 이야기라서 그럴 것이다. 아름답지 않아도 적당한 거리, 멀리서는 아름답고 아주 가까이 현미경으로 보아 아름답지 않은 것 없지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보면 그냥 이것이요 그것이거나 저것일 따름이다. 그 속에 정을 넣어서 살갑게 하거나 미쁘지 않게 할 따름이다.

청년의 젊은이들도, 노년의 어른들도, 불교를 모르는 이들도, 아는 이들도 재미있게 눈만 두면 마음은 그저 굴러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책에 들어간 그림들도 모두 손수 그렸단다. 빈빈책방출판사에서 찍었다. 17000원. 사보고, 권하고, 다니는 도서관에 장서 요청하면 참 좋겠다.

반론ㆍ정정ㆍ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이메일(budgate@daum.net)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불교포커스'에서 생산한 저작물은 누구나 복사할 수 있으며, '정보공유라이센스 2.0: 영리금지 개작금지'에 따릅니다. 정보공유라이센스

법현스님_열린선원장의 다른기사 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