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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단상
  • 이용범 안동대학교 인문대 민속학과 교수_불교포커스
  • 승인 2021.10.0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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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결혼식 (사진출처 : 이용범 안동대학교 인문대 민속학과 교수)

현재 한국사회에서 인간 삶의 전환점에 치르는 일생의례는 점점 삶의 필수 조건이 아니라 하나의 선택 사항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결혼이 그렇다.

 결혼은 젊은이들에게, 이유가 어찌되었든, 점차로 선택 사항이 되어가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반드시 결혼을 해야만 한다고 여기는 젊은이는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여성에게 있어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는 달리 이전에는 결혼은 인간이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삶의 필연적 과정이었다. 심지어 결혼식만 올리지 않았을 뿐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살면서 자식을 낳아 기르다가 먼저 죽은 남자는, 결혼식만 거치지 않았을 뿐인데, 조상이 되지 못하고 이른바 총각귀신이 되었다고 여길 정도였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사회에 기혼자와 미혼자를 구분하고 차이를 두는, 삶의 관행으로서의 의례문화가 분명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결혼을 하지 못한 사람은 정당한 성인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그래서 일생의례나 마을 단위의 동제에서 나름의 역할을 맡지 못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구분과 차이가 두드러지는 것은 일생의례나 동제 같은 의례의 영역이다.  

 역설적이게도 미혼자가 가장 뚜렷하게 구분되고 그 차이가 부각되는 것은 죽음의 상황에서였다. 결혼을 못하고 죽은 사람은 일반적인 조상으로 인정받지 못하였다. 결혼을 해서 자녀를 낳고 적당한 나이에 죽은 사람이 조상으로 인정받는 것과 달리, 그들은 조상이 아닌 처녀귀신이나 총각귀신(몽달귀신)으로 인식되었다.

 그들을 위한 상장례 역시 약식으로 진행된다. 초혼, 사자상, 부고도 없이 조문도 받지 않고 장례가 간략하게 치러지는 것은 물론이며, 장례 이후 행해지는 우제(虞祭)에서 길제(吉祭)까지의 상례 절차도 생략된다. 더욱이 장례 때 이들이 산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여러 예방 행위도 같이 행해진다.

 또한 처녀, 총각귀신은 귀신 중에서도 산 사람들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로 인식된다. 이들의 위험을 궁극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혼식 즉 이 경우에는 사후(死後) 결혼식 요즘 용어로 '영혼결혼식'을 치러준다. 이처럼 미혼자라는 '딱지'는 죽음조차도 떼어내지 못하고, 죽음 이후에라도 결혼을 통해서만 무화(無化)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었다.

 미혼자를 구분하고 차이를 두는 것은 산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미혼 남성은 혼례를 치른 동년배 친구들로부터 어린이 취급을 받으며, 마을 행사에서 중심 역할을 담당하지 못한다. 좋은 예가 마을의 동제이다. 한 남성이 마을 동제의 제관을 맡기 위해서는 그해 집안에 부정한 일이 없다든지 등의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그런데 제관이 되기 위한, 더 기본적인 조건은 기혼자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미혼자의 경우 동제의 제관을 맡을 수가 없다. 거기에 첫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조건이 추가되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에도 결혼을 해서 아들을 낳고 잘 기른 다복한 여성이어야만 아이 출산 때 산바라지나 혼례 때 신부를 위한 대반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었다. 한 여성이 산바라지나 신부 대반의 역할을 맡기 위해서는 결혼이라는 조건은 물론이고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만 했다.  

 의례의 영역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미혼자와 기혼자의 구분과 차이두기의 의미를 명확하게 밝혀 말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분명한 것은, 그러한 차이두기의 효과 가운데 하나로 결혼의 정당성과 필요를 강조하는 암묵적 효과를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혼의 중요성에 대한 명시적인 언표 못지않은 더 큰 효과를 발휘했을 것이다.

 앞으로 한국사회에서 결혼을 비롯한 일생의례의 미래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요즘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일생의례의 형식성, 소요되는 경제적 비용 등의 이유로 일생의례의 무용론이 주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생의례는 출생, 어른이 됨, 결혼, 죽음 등 인간 삶의 중요한 전환점이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유의미한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부각시키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것은 인간 삶, 인간 존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일생의례가 무시된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인간 삶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일생의례의 추이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이 글은 한국종교문화연구소 뉴스레터 698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용범 안동대학교 인문대 민속학과 교수의 글로는 논문으로 '일제의 무속 규제정책과 무속의 변화: 매일신보와 동아일보 기사를 중심으로', '한국무속과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비교: 접신(接神)체험과 신(神)개념을 중심으로'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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