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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차는 왜 세차할까? - 차를 한 번 헹구고 우리는 이유 
  • 한유미_한국茶심평원 원장
  • 승인 2021.11.1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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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먼지⸱거품 제거

오룡차나 보이차 같은 발효차를 우릴 때는, 먼저 차가 푹 잠기도록 다관 가득 더운물을 부었다가 따라 버린다. 아니면, 다관에 더운물을 흘러넘치게 몇 초간 붇다가 뚜껑을 덮고 우려내 마시기도 한다. 첫 번째 차 우리는 물은 마시지 않고 버린다는 얘기다. 이렇게 차를 한 번 헹궈주는 일을 ‘세차’ 한다고 한다. 

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아까운 물을 왜 그렇게 흘려 버리세요?. 물 낭비가 많네”라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낯선 일이기는 하다. 겉으로는 빙긋이 웃지만, 속으로는 ‘다 사연이 있답니다. 맛있게 우려드리려고 그러지요’ 한다. 이렇듯 보는 입장에 따라 차와 물의 가치가 다르다. 하긴, 관점의 차이가 어디 차와 물뿐이겠는가.

세차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차 먼지 제거: 발효차 원료는 대부분 대엽종 성숙한 찻잎이다. 발효차 가공 중 신선 찻잎을 외부에 널어놓는 과정이 있다. 오룡차 완성 시간은 35시간 내외이고, 보이차도 하루를 넘기는 건 예사다. 차에 따라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짧건 길 건 또 꼭 외부 노출이 아니더라도, 차가 완성되기까지 긴 시간 공장에 노출되다 보면 미세한 먼지에 취약할 수 있다. 해서 혹시나 모를 찝찝함이 있어 슬쩍 한 번 헹궈주고 우려내 마신다. 세차, 즉 차를 한 번 헹궈내고 우려 마시는 일은 야채나 과일을 씻어 먹는 개념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세차 시 주의할 점은, 차를 우리듯 더운물로 첫 물로 헹구는 시간이 길면 안 된다. 수용성 맛 물질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관에 물을 붓자마자 빨리 따라 버리고 두 번째부터 우려 마신다. 

2. 거품 제거: 거품 제거와 먼지 제거의 목적은 같다. 그런데도 거품을 완전히 제거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면, 차가 든 다관에 첫 번째 물을 넘치게 부어 거품을 흘려보내는 방법이 좋다. 거품은 차의 맑은 맛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다. 좀 더 깔끔한 맛을 위해 찌개 거품을 걷어내는 이유와 같다. 또, 극소량이지만 거품에 섞여 떠오르는 무익한 물질도 겸해 제거하는데도 세차가 좋다.

또, 세차는 떫은맛이 많은 대엽종이 원료인 발효차의 떨떠름함을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 오룡차처럼 찻잎이 단단히 동그랗게 말려있거나, 보이차처럼 강하게 엉긴 차를 더운물로 잠깐 적셔주었다가 우리면, 차의 맛이 균일하게 잘 우러나는 효과가 있다. 가벼운 잡향이나 잡맛을 날리는 역할도 한다. 이렇듯 세차의 장점이 많아 발효차 다도(茶道: 차를 우리는 방법)에서는 당연시한다. 

▶녹차는 세차하면 안 돼! 

발효차와 달리 녹차는 세차하지 않는다. 모든 차를 다 세차하는 줄 알고 녹차도 세차하는 사람이 있다. 녹차는 세차하지 않는다. 녹차의 원료는 소엽종 여린 찻잎으로 만든다. 외부 작업 없이 실내에서 짧은 시간 안에 완성된다. 녹차를 세차해서 안 되는 이유는, 수용성 맛 물질의 손실 때문이다. 간혹 대엽종으로 녹차를 만들기도 하지만 품질이 낮아 좋지 않다. 

녹차 맛은 아미노산⸱카페인⸱폴리페놀 성분으로 이루어진다. 아미노산은 찬물에서도 우러나기도 하고, 40℃부터 침출된다. 카페인은 60℃, 폴리페놀은 80℃에서 침출된다. 이 세 가지 성분의 균형에 따라 맛의 유쾌함과 불쾌함이 좌우된다. 

녹차의 원료는 어린싹이다. 어리고 여린 싹의 녹차를 세차하면 맛 물질이 왕창 빠져 유용 성분이 없다. 녹차를 세차하는 일은 수박을 물에 씻어 먹는 것과 같다. 어리석다고 할 정도다. 따라서 녹차는 세차하지 않고 우려 마신다. 

녹차는 80℃에서 우린다. 폴리페놀이 80℃에서 우러나기 때문이다. 맛의 핵심은 폴리페놀이다. 온도계 쓰기가 번거로우면, 끓은 물을 유리나 숙우에 따라 한 김 뺀 후 우리면 대충 맞다. 80℃에서 우렸는데 녹차가 맛이 없으면, 녹차 품질이 낮은 것이지 물 온도 잘못이 아니다. 덖음차 기준이다. 증제차는 덖은 녹차보다 침출이 빠르다. 해서 80℃보다 낮은 온도에서 우려 마신다. 
  

차/선/생/차/태/공

한유미는 중국 항주다엽연구소杭州茶葉硏究所 심배화 선생에게 심평(차 품질 심사평가)을 배웠다. 이십년이 넘게 가공과 심평, 최초의 차 전문서적인 중국의 고전 <육우다경>과 우리 나라 초의의 다시인<동다송>을 가르치고 있다.

차선생 차태공이란 이름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https://blog.naver.com/yonju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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