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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애도하며
조회수 : 2,234   |   등록일 : 2010-06-01 12:16:56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애도하며


- 哀 悼 文 -


지혜와 자비 구족하신 부처님께 엎드려 절하옵니다.

부처님, 풀벌레가 눈을 감고 새들이 떠난 강 위에 우리는 또 다시 섰습니다. 마른 갈대를 좌대 삼아 홀연히 육신을 사른 한 수행자의 입적 앞에 가눌 수 없는 슬픔으로 섰습니다.

소식을 듣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고, 한참이나 귀를 의심해야 했습니다. 인적 없는 강변에서 스스로 몸을 사르시다니요, 소신공양(燒身供養)이라니요. 대체 무엇이 선원에서 수행에만 전념하던 한 운수납자를, 3년간 무문관을 넘지 않았던 바위처럼 굳센 수행자를 기꺼이 적멸의 길로 가게 한 것입니까?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포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부처님, 문수스님이 남긴 이 짧고도 간절한 서원이 우리를 한없이 슬프게 합니다. 아무리 당신께서 자신의 행복을 남들의 고통과 기꺼이 바꾸라 가르치셨다지만, 그래도 어찌 이렇듯 황망하게 가실 수 있단 말입니까? 강의 생명들이 스러지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난한 이웃들의 삶을 대하는 것만도 괴로운데, 어찌 이렇듯 처연하게 우리 곁을 떠날 수 있단 말입니까?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은 자신의 생명을 던져 온 생명을 구하고자 한 지극히 불교적인 생명살림의 발로입니다. 생명의 강을 무참히 파괴하고 있는 탐욕과 거짓을 꾸짖는 준엄한 질책이자, 그에 맞선 우리의 마음가짐을 다잡아주는 자비롭고도 고요한 항거입니다.

이제 죽어가는 생명의 강을 살리는 일은 남은 우리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고단한 이웃의 삶을 보살피고 함께 나아가는 일도 남은 이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부처님이시여. 보살의 삶을 서원한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우리들의 비원(悲願)을 함께 받으소서. 진정한 생명과 평화의 빛을 이 땅에 비추소서.

2010. 6. 1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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